23. 그 곰팡이 제꺼 아닌데요?

by 루시엘다

치즈류, 과일, 빵...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관리에 조금만 소홀하면 금세 곰팡이가 핀다는 것이다. 음식에 곰팡이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곰팡이가 그 음식을 정복하고 깃발을 꽂은 것이기 때문에 그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억울한 일이다. 고작 작은 곰팡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고 해서 그 음식은 버려야 할 음식 취급을 받는다.

나도 가끔은 나 자신이 곰팡이가 피어버린 쓸모없는 음식으로 느껴지고는 한다. 나는 나의 단점과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유독 육각형 인재를 꿈꾸기 때문일까? 나는 때때로 아니 꽤 자주 내 단점과 약점들로 인한 패배감과 열등감에 빠지곤 한다.

나에겐 장점과 강점도 있지만, 주로 내 눈에 보이고 체감되는 것은 단점들이다. 우리나라는 완벽한 인재를 원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겸손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래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인간이 겸손하기까지 하면 모든 이들의 박수를 받는다.

박수받는 이들과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비교하며 또다시 패배감에 빠진다. 실제보다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며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고작 몇 가지쯤 남들보다 못할 뿐이고, 장점들이 더 많은데도 내 시선은 대체로 내 단점에 가 있었다. 음식의 작은 곰팡이 하나가 음식을 잠식해 버리듯 말이다.

어느 날, 나는 곰팡이 핀 음식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단점 몇 가지가 나 자신 그 자체는 아니다. 히어로 영화를 보면 가끔 열등감이나 패배감, 상처 등으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 빌런이 나오곤 한다. 나 스스로를 그런 빌런이 되기까지 패배감에 젖게 하도록 끌고 간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희한하게도 그 존재를 발견하게 되자 내 단점들이 옷에 붙은 먼지 따위로 느껴졌다. 털어버리면 그만인 것들이었다. 내가 봐야 할 것은 장점으로 무장된 내 모습이지 더러운 먼지 같은 내 단점들이 아니다. 그것들이 나 자신을 형상화할 순 없다.

몇 가지 단점으로 내 삶 전체를 부정했던 과거가 아깝게 느껴진다. 패배감에 젖어 살기에 내 지나간 삶은 너무 빛이 났다. 그 따스함을 온전히 느끼며 살 수 있었는데 애써 그늘을 찾아 몸을 숨기고 살았던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 가끔 더 좋은 음질을 위해 이퀄라이징을 한다. 내 삶도 더 나답게 살도록 이퀄라이징 된 것이다.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이 넘친다고 해서 잘못된 삶이 아니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이퀄라이징에 만족하고자 한다. 비록 내 마음대로 조정이 어려운 이퀄라이징이지만, 나에게 딱 맞는 것임을 안다. 내 단점들은 나를 썩게 만들 곰팡이가 아닌 나를 더욱 빛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다.

작가의 이전글신앙일기 015. 정답대로 사는 건 너무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