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하게도 떡볶이는 대한민국 대다수 여성들의 소울푸드다. 마치 남자들의 돈까스, 제육볶음과 같은 존재랄까. 떡볶이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밥까지 대신할 수 있는 주식인 양 느껴진다. 왜 떡볶이는 남자들보다도 여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걸까?
내가 내린 지극히 주관적 결론으로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학교 앞에서 사 먹던 떡볶이에 대한 향수가 한몫하는 것 같다. 국민학교 떡볶이, 옛날 떡볶이 류의 이름을 가진 떡볶이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도 당연히 떡볶이집이 있었다. 떡볶이를 먹으려면 비좁은 떡볶이집 한 켠에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 알록달록 초록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떡볶이를 주문하면 됐다. 내가 어릴 땐 컵볶이의 개념도 없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건 떡볶이에 야끼만두까지 추가해야 그 맛이 완성됐다는 거다.
야끼만두는 참 묘한 맛이다. 비주얼로 보나 속재료로 보나 만듦새가 정말 성의 없어 보이고 볼품없어 보이는데, 떡볶이와 함께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페어링을 선사한다.
옛날 생각에 젖어 가끔 시장에서 냉동 야끼만두를 사다 쟁여두고 먹기도 하는데 역시나 그때 그 맛은 나지 않는다. 맛이 변한 건지 내 입맛이 변한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 기억의 미화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학교 앞 떡볶이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그 시절 친구들이 떠오른다. 다들 어디선가 자기 몫을 해내며 잘 살고 있겠지. 잦은 전학으로 소식 끊긴 친구들이 많은 탓에 소식이 궁금한 친구들이 많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중학교 때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의 sns 아이디를 알게 되어 연락을 몇 번 주고받은 적이 있다. 정말 좋아했던 친구고 많은 추억을 공유했었기에 비록 온라인상의 조우였을지라도 진심으로 반가웠지만, 친구는 웬일인지 반응이 시들했다. 친구의 인생에 갑자기 뛰어든 잡상인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달까.
그 친구에게 나는 빛바랜 야끼만두였을까? 어쩌면 그 친구도 미화된 옛날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첫사랑, 오래전 친구와 다시 끊어진 연을 이어 붙인 다는 게 늘 아름다운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닫는다. 역시 친구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 아니 지금 내 앞의 떡볶이와 야끼만두가 가장 맛있다는 확신을 가져야겠다. 구관이 명관이라지만 떡볶이와 친구는 신관이 명관이다. 확실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