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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Sep 25. 2023

도대체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 거지?

브랜딩팀의 고객도, 회사의 고객도.

뜬구름 잡는
Mission statement 만드는데
시간 낭비 하지 말고,
Mantra를 만드세요


미팅이 끝난 후, 대표는 Apple의 초기 브랜드 마케터 가이 가와사키의 영상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대표와의 대화에서 브랜딩의 방향성을 잡으려고 했던 우리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대표는 브랜딩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는 듯했고, 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를 뜬구름 잡는 Statement 제작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보통 브랜딩은 대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거나, 내부 디자이너나 브랜딩팀에서 필요성을 강력하게 어필해 진행하는 경우가 다수이지만 이번 경우는 많이 달랐다. 새로 들어온 3명이 주축이 된 팀이 어떠한 동력 없이 회사의 브랜딩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사실 대표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Mission이나 Vision이나 Value, Mantra는 브랜딩을 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나온 용어이지, 사실 방향성이 구성원 안에서 공유되어 있다면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만난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사기가 꺾인 건 어쩔 수 없는 도리였다.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며
우리 회사를 더 빛나게 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시간이었어요 



사실 브랜딩이 화두로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20년에 이미 한 두 차례 브랜딩을 고민해 심볼디자인과 슬로건, 회사소개서를 만들었고, 2022년 브랜딩 스터디를 하며 시작한 브랜딩도 UX/UI를 위한 컬러의 변경, 디자인시스템 제작으로 일단락됐었다. 대표의 글도, 과거에 이미 똑같이 공유되었던 상황이었다.


처음 브랜딩을 떠올렸을 때는 당연히 방향성을 정비하고 새로운 로고를 만들고 그 로고에 맞춰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 자체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새로운 직원의 눈으로는 아쉬워 보일지 몰라도, 과거를 거슬러보니 계속 발전하며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현재를 더 정돈하고 정리하기로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로고를 만드는 것은 현재상황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기존 로고를 다듬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을 산출하고, 그에 맞춰 전체 일정을 계획해보았다. 모두 처음의 넘치는 에너지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3개월 안에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했다.


OKR도 또 한 번 변경했다. 브랜딩 기준을 정립하여 일관성과 차별성 구축으로 목표를 변경하고 제작하는 가이드라인도 디자인과 이벤트 중심으로 조금 더 실무 중심적으로 바꿨다. 내부 캠페인도 웰컴키트와 문서템플릿 제작처럼 명확한 결과물 중심으로 수정했다. 


세일즈팀 등 고객을 만나는 팀과 더 많은 소통을 통해 회사에 '필요한' 브랜딩을 고민했다. 하지만 세일즈팀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다른 회사에 비해 우리 회사가 가진 차별성이 모호하고, 회사에서 내세우는 슬로건도 고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대표와는 또 전혀 다른 반응에 혼란스러워졌다.



도대체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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