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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l 29. 2024

우리가 책을 쓰게 된 이유

그동안 나는 회사를 1년이 조금 넘게 다니면, 이직을 해 왔다. 이번 회사는 그래도 1년을 지나 꽤 오랜 기간을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곧 떠나야 할 때가 왔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지나친 개인 성장 지향적인 회사의 분위기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기업문화가 계속 아쉬웠다. 무엇보다 업무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좋은 평가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꽤 오랜 기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큰 변화 없이 매일 같이 험담만을 하던 대기업에 비해, 매일같이 함께 학습하고, 고민하고, 무언가를 시도해 나갔다. 그리고 업무 외에도 여러 활동을 같이하고 고민도 함께 나누는 끈끈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떠날 때는 떠나더라도 그동안 함께 만든 우리 팀의 활동을 잘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기록 자체가 이 회사를 위한 나의 마지막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눈 같은 팀 호야의 버킷리스트인 책 만들기를 실현시켜 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은 책을 출판한 경험이 있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우리 같이 책 한 권 써볼까요?



그동안도 함께 글쓰기 스터디를 하고, 브런치 생성을 도와주는 등 글쓰기와 관련한 일련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 너무나 흔쾌히 책 한 권을 써보기로 마음을 다졌다. 빠르게 주제를 정하고, 목차와 일정표를 작성해 나갔다. 마케팅팀의 시작을 함께한 호야였기에, 내가 없던 기간은 호야가 담당하고, 합류 이후의 글은 내가 담당하기로 파트를 나눴다.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살아남기



그렇게 우리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사실 회사의 이야기를 담기 때문에 약간은 회사와 걸쳐 있는, 반만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하는 게 맞겠다. 연말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시기였지만, 최대한 그 해 안에 마무리를 하고, 출판사에 기고까지 하는 일정이었기에 시간이 많이 없었다. 거의 일주일에 4~5개의 글을 써야만 했다.


책의 내용은 기술 중심의 회사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회사에서 마케터로서 부딪히는 수많은 어려움과 그 속에서의 고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했다. 성공담을 이야기하는 대표들의 책은 많지만, 직원의 시각으로 솔직한 업무 이야기를 써 내려간 책은 쉽게 보기 어려웠다.



브런치에 매거진을 열고, 공동 집필을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고 과거의 슬랙(회사에서 쓰던 업무툴)을 뒤져가며 글을 써 내려갔다. 초반에는 정해진 일정을 잘 맞춰가며 글을 썼지만, 점점 동력이 떨어졌다. 서로가 바쁘다 보니 일정이 조금씩 밀리더니, 연말 가까이 되어서는 서로가 손을 놓는 상황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서로서로 조금씩 챙기고 달래고 재촉하며 꾸역꾸역 글을 써 내려갔고, 연말을 훌쩍 넘긴 2월이 되어서야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서른 개의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완성하고 보니 서로의 글이 생각보다 너무 달랐다. 글을 쓰기 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같이 무언가 써 내려간다는 건 쉽지 않았다.


우리 글을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시간을 갖고 깊은 대화를 했다. 책을 내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예상 독자는 누구인지,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 등을 이야기하며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다', '회사에서의 경험을 기록하고 싶다'는 동기는 똑같았지만, 글의 방향성과 완성본에 대한 생각이 예상보다 많이 달랐다.



솔직한 경험 자체를 전달하고 싶었던 나와, 독자에게 무언가라도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던 호야. 사실상 둘의 방향성은 반대였다. 그리고 서로 자주 읽는 글의 성격이 달랐기 때문에 써 내려간 글도 자주 읽는 글의 형태를 닮을 수밖에 없었다. 긴 대화 끝에 경험에 조금 더 초점을 둔 글로 글 전체를 다듬고, 주변에 솔직한 의견을 받아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좋은 것만 담지 말고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솔직한 경험담을 표방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정도 포장을 해야 할 경우가 있었는데, 같이 일했던 동료는 그 부분을 딱 꼬집어냈다. 나름 고민을 했지만, 회사의 이름과 다른 사람이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수위를 잡기가 어려웠다. 조금 더 솔직하게 글을 다듬기로 하고, 이미지와 마케팅 Tip을 더해 책에 약간의 조미료를 더하기로 했다.


그게 바로 3개월 전, 작년 연말에 내기로 한 책은 8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아직 초안인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 사이 나는 회사를 옮겨 매일 야근을 하고 있고, 호야는 결혼을 앞두고 하루하루 바쁘게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회사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다. 책은 멈춰 있지만 우리 모두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책은 무사히 출간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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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내려가던 초안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magazine/biomark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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