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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ya Kang Jul 30. 2024

친구가 된 동료,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친구가 별 건가?


수년간 함께 회사일과 취미 같은(클라이밍 티셔츠를 만드는 등) 일을 함께 벌였던 제이슨과는 정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어떤 주차에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서핑을 가거나, 클라이밍을 가거나 티셔츠 프로젝트를 위해 뭉치는 덕에 주중 5일과 주말 하루나 이틀 까지도 보게 되었으니, 서로 그렇게 부른 적은 없지만(사실 누구든 진짜 친구라면 "친구야"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동료에서 친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렇다.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는 건 아니니.


사실 난 친구의 친구들까지 쉽사리 만나 어울려 노는 성격의 사람은 아니다.

그것이 썩 편하지 않고 - 물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 아무래도 신경 쓸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랄까.

그럼에도 그런 만남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친구들 덕분에, 이 모임에서는 친구의 친구들까지도 만나게 되는 여러 사건이 생겼다.


이만한 돌아이 기질을 보이는 회사가 또 있을까? 동경하던 그 곳의 기운을 쫙 흡수하기 위해 셋은 전시까지 다녀왔다

1. 찬의 친구와 전시를 보러 가다

찬의 친구 진은 독특한 형님이었다.

찬과 함께 디자인 전공을 하다 영상 촬영 편집과 음악에 재미가 들려 샛길로 샜다는 그를 우리는 퇴근 후 경복궁역 근처에서 만났다.


찬의 친구답게 센스 있는 패션 스타일, 조용하고 매너 있는 성격, 그 안에 숨어있는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가 느껴졌다. 역시 친구들은 이러나저러나 비슷해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약 두어 시간 동안 미스치프의 독특한 세계를 탐방하고 나서는 당연하게도 일층 굿즈 샵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확 당기는 굿즈는 없었는데, 진 님은 굿즈로 제작된 티셔츠에 꽂혔다.


분명 잘 입을지 모르겠다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때 아니면 언제 사겠어! 하면서 한 벌을 쓱 질러버렸다.

그리고 얻은 뽑기 코인으로는 애매-한 굿즈 스티커를 받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 형님은 지금도 본인만의 세계를 탐색하고 드러내는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하기 어려운 멋진 일이다.


벽에 보이는 검은 티셔츠를 산 것으로 기억한다. 나와 찬은 기껏해야 스티커 정도를 구매하고 말았다.




2. 엘라의 친구와 클라이밍을 가다

어느 날은 갑작스레 클라이밍 약속이 잡혔다.


엘라는 정작 우리와 두 번 정도만 클라이밍을 같이 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친한 친구가 클라이밍에 푹 빠져있다며 찬과 나 셋이 함께 클라이밍 할 수 있는 일정을 잡아주더라.


클라이밍장에서 만나 인사하게 된 엘라의 친구 민은 엘라만큼이나, 아니, 엘라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다. 기껏해야 나와한 살 차이, 찬과는 네 살 정도 차이 나는 것뿐이었는데, 우리와의 에너지 차이는 일반적인 세대 차이만큼이나 느껴졌다.


다행히 셋만 던져두고 도망가진 않았던 엘라는 두어 시간 만에 흥미와 체력을 잃었다. 대신, 운동 후 가자던 수제버거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먼저 가서 줄 설까?" "대기 있는 거 아냐?"


시간이 웬 만치 남았는데도 노랠 불러대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조금 더 빠르게 그날 운동을 마무리했다. (민은 평소 네 시간 이상 클라이밍 장에 머무른다고 하여, 가장 아쉬워했다)


"먹고 다시 운동하러 올까?"라는 불안한 얘길 하기도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날도 알바를 하러 가야 하는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클라이밍 하던 하루 종일,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주말 저녁에는 알바를 한다는 민은 아르바이트하는 집에 놀러 오라고 우리 모두를 꼬드겼다.


엘라도 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비슷하게,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가득하더라.

이후 성수에서 같은 구성으로 한번 더 뭉친 적이 있는데, 이때 민의 텐션 또한 나의 기운을 쪽 빼갔다.



역시 가까워지는 것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이런 기운이 내 어딘가에 있는 건가...?

아니면 마치 정반합의 관계처럼 나는 이 반대편 어디서 밸런스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걸까?


알 수 없지만, 이런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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