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황보름
"언니는 회사 인간이었던 것 같아요.
언니의 정체성과 가치를 회사에 일치시키고 마치 언니가 주인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신 거잖아요.
여기 보면 회사가 직원을 회사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팀'이나 '가족'같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저희 큰 형부가 얼마 전에 팀장이 됐거든요? 그때는 정말 축하해줬는데, 지금은 이 '팀'이라는 말이 무서워요.
우리 형부도 회사 인간을 요구받는 건가 싶어서요."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중에서
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다시 생각해보니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바보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내가 '회사 인간'으로 살도록 조직에 설득되었구나~하는 깨달음과 빡침.
회식만 했다 하면,
"우리는 하나다!" "000팀 화이팅!" "과장(팀장)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던, 속 울렁거리는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생각했었다.
'그렇지.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하나일리가 없고, 술로 정신을 놓지 않고서는 상사를 사랑할 수가 없지."
회사에서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자기 최면이 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할 수 있겠어.'
'나의 성과와 노력을 모두가 알아주겠지.'
'이 과정을 통해 내 실력과 평판이 높아지겠지.'
'나와 같은 능력자를 누군가는 알아보고 잘 써주겠지.'
'학연, 지연, 관계 등을 배제하고, 나는 업무능력으로만 승부보겠어.'
천만의 말씀이다.
회사에서, 뼈를 갈아넣고, 영혼을 때려넣은 결과는,
첫째, 질병
둘째, 업무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는 무능력
셋째, 라인과 계파에 밀려 승진에 밀리는 루저
넷째, 무관심 속에 커버린 자식의 애정없는 시선
다섯째, 뒤늦게 찾아오는 허무함
정도이다. (잠깐만 생각해도 이 정도~)
회사는 나에게 애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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