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이 살 것이다.
내 생애의 모든 순간,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 지금까지 했던 여행, 내가 이룩한 성공, 내가 저지른 실수, 내가 겪은 불행이 모두 내게 딱 맞았다. 그것이 전부 좋았다거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일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난 저속한 숙명론 따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지 내가 겪은 일들은 모두 내게 딱 맞았다. 그러니까....괜찮았다. 깨달음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맥빠진 소리라는 사실은 나도 안다. 괜찮다는 말은 행복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부탄에 온 덕분에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해도 될까? 잘 모르겠다.
나는 행복한가?
어떤 상태를 행복이라고 말하는 걸까?
저자가 하는 질문을 나에게 해본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과 똑같이 살겠다는 말은,
현재의 순간, 현재의 관계, 현재의 상태가 가장 최상이어서가 아니라,
살아보니 지금의 나보다 더 불행한 조건이 너무 흔하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튀어나온 생활인의 반응이라 그런지, 그런대로 동의가 된다.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의 삶은 살아보지 못했고, 영화나 드라마로 봐도 그건 진짜가 아닌걸 알기 때문에 보여지는 행복에 대한 확신이 없다.
반면에 나보다 불행한 삶의 모습은 살아보지 못해도 충분히 알 것 같다.
근근히 지탱하고 있는 나의 일상은 평범한 불행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된다면 생활비는 어떻게?
막 대학에 들어간 아이가 가장이 되어야 하는 그 부담은 어떻게?
내 부모의 생계는 어떻게?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는 직장이라면 내 건강은 어떻게?
나의 멘토인 아빠가 죽는다면 나는 어떻게?
얼마전 아이가 용돈이 더 필요하다면서 단기알바를 다녀왔다. ○○물류센터.
"어땠어?"
"공부든 뭐든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
"일이 그렇게 힘들어?"
"일이 힘든게 아니야. 8시간동안 1분도 앉을 수 없고, 종일 에어컨 없는 창고에 있다가 20분 휴식시간에만 에어컨 있는 휴게실에 갈 수 있는데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어서 문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어야해. 점심에 냉동만두가 가장 영양가 높은 메뉴이고, 핸드폰도 압수당하고 내 돈으로 산 간식도 반입수량과 사이즈가 정해져있어. 물론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정말 일이 힘든게 아니야. 막장의 지상 버전인거 같아. "
나에게 갑자기 어떤 일이 벌어지면, 내 아이는 학업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한다.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이 없으니 누구나와 경쟁해야하지만 그 중에서도 급여가 좋은 걸 선택하려면 당장은 물류알바가 최선일 거다. 환풍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박스먼지 속에서 1분 앉아있을 의자도 없는 근무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될 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로 일을 못하는 날은 당연히 무급. 돈을 위해서는 절대로 아파선 안되는 그런 곳으로 아이는 가야한다.
경제적 불행이 일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정서적 행복을 지지해주지 못하는 건 확실하다.
나의 일상은 유리판 위를 살금살금 걷는 불안한 평온함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지금까지의 평온은 행운일까? 노력의 보상일까?
무엇의 결과이든 '지금'은 나에게 최상(最上)은 아닐테지만, 최선(最善) 이다.
그래서 '괜찮다'
다시 태어나도 이대로인 건 싫지만, 지금보다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상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라면,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가 행복을 왜 그렇게 정의하고 측정하기 어려워하는지 너무 알겠다.
#행복의_지도 #행복은_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