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10퍼센트는 따로 남겨둬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by 미스준
엄마가 일찌감치 나에게 가르쳤던 것 중에 지금 생각나는 말은 이런 거다.
"너의 10퍼센트는 따로 남겨두어라."
누군가를 아무리 깊이 사랑하더라도, 혹은 깊이 사랑받는다고 믿더라도 절대 네 전부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항상 10퍼센터는 남겨두어라. 네 자신이 언제든 기댈 곳이 있도록.
"나도 네 아빠한테 내 맘을 온전히 다 내어주진 않는단다." 엄마는 이렇게 덧붙였다.
image.png?type=w773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제 밤 자려고 10시경 누웠는데, 12년전 쯤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아주아주 오랫만에 전화를 했다. 교육받으러 타지에 왔는데 동료직원들이랑 술먹던 도중에 내 얘기가 나왔다면서.


"내 얘기 하지 마."

"누님, 좋은 얘기 했어요."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하지마."


실은, 그 얘기의 내용이 뭔지 궁금하긴 했지만, 묻지 않았다.

좋은 얘기는 과대포장할 것이고, 나쁜 얘기는 최대한 순화시키겠지.

뭐가 됐든 내 실체에 가까운 내용은 없을테니 들으나 마나.

그렇다면, 나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지?

더 정확히, 내가 나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 대상이 있던가? 하는 질문으로 연결.

이 질문의 답을..한참 생각했다.


살면서, 내 밑천에 대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부끄러움이 아닐까.

그래서 누구에게도 나의 부끄러운 짓(말, 행동, 생각)을 드러낼 수 없는데, 나의 밑천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나에 대해 정의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글로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것이다.

부끄러움에 대해 글쓰는 동안, 심한 자괴도 동반되지만 그럼에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은 이런 '나'이지만, 다음에 갈 방향이 잘못되진 않았어..라고 위로하는 그런 글들 말이다.

이런 나의 모습이 내가 가진 것의 10퍼센트인지 5퍼센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응축된 나는 어딘가에 숨겨져있다.

나의 밑천은 한 올의 가식도 없이 존재하고 있다. 나의 비공개 글 속에.

그래서 나의 유언은, 아이디와 비번이다.

내가 죽은 후 아이가 글 속에 있던 나를 발견하는 것이 원하는 일일지는 모르겠다.


살아있는 동안, 나의 숨겨진 퍼센트는, 아마도 부끄러움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 아무도 모르게 할 것!

살아있는 동안, 나의 특명이다.


#H마트에서_울다 #미셸_자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