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내연녀, 연진이에게 7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2_부부상담 1

by 동은

연진아, 너를 알고 열병처럼 지독히 아팠던 여름이 이미 저만치 가고

계절은 몇 번이 더 바뀌었구나.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너는 내게 붙어 사라지지 않고 있어.

그래도 이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가 멀쩡히 숨을 쉬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우울증 약, 운동 등 뭐 이것저것이 합쳐진 결과겠지만

가장 큰 건 부부 상담이 아니었나 싶어.


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니?

난 있었어.

예상하지 못했던 결혼생활과 벽 같았던 남편에게서 꽤나 답답함을 느꼈었거든.

그래서 남편에게 부부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말하고는 했지.

만약 그때 혼자 상담을 받지 않고 부부 상담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관계는 나아지고, 남편은 너를 외면했을까?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만약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너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 남편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걸 매우 힘들어하는 성향이야.

문제에 맞닥뜨리면 직면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게 편한 사람이지.

그런 남편이 부부 상담을 선뜻 받아들일 리 없었어.

상담은커녕 부부 사이의 사소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들도 회피하기 일쑤였지.


이번 일을 겪고 부부 상담을 먼저 받자고 한 건 남편이었어.

부부 사이를 유지할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생각했던 걸까?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흘러갈 대로 가버려라, 하는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지만

이대로 끝내면 그려지는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기도 했어.

난 가정의 유지와 포기라는 갈림길에서 운전대를 쥐고 있었지만,

뒷좌석에는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하고 도착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었으니까.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의와 올곧은 판단은 남편을 따라 부부 상담에 가는 거였어.


상담실 테이블엔 어느 상담실이 그렇듯 네모난 티슈가 놓여있었어.

맘껏 울어도 된다는 확인을 받은 듯 안심이 되었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너와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몇 번씩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았어.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으며 상담사가 넣어준 적당한 공감과 위로의 추임새보다,

가끔 남편을 야단치듯 봐주는 경멸의 눈빛에 더 마음이 편해지고는 했어.

알겠니? 그건 결국 너를 바라볼 사람들의 경멸의 시선이기도 하다는 걸.


나름 상담사와 한 편을 맺었다는 동질감을 갖고,

언젠가 읽었던 심리학 책에서 배운 짧은 심리학적 식견을 섞어 현 사태에 대한 나름의 원인분석까지 해가며 스스로 내 상처를 조금씩 치유했어.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너를 견뎌내고 있는 거겠지.


물론 상담사는 일방적으로 누구의 편을 들어주진 않았어.

균형을 가지고 남편의 이야기도 듣고 그의 이야기에도 공감을 건넸지.

큰 잘못을 저지른 남편에 대한 공감이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남편이 속마음을 타인에게 말하는 광경을 보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어.

남편의 모습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느꼈던 건

그에게 남은 애정 때문이었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내 나름의 정신승리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우린 10회의 상담을 받았지.

상담 기간 동안 과거에 대한 한탄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어.

부부 관계에 문제 원인을 찾아서 직면해 보는 연습도 하고,

대화를 하는 방법도 배웠어.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 다는 게 무슨 쓸모가 있나 싶겠지만,

막상 배우고 나면 그동안 얼마나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는지 너도 깨달을 수 있을 거야.

결혼하기 전에 이런 걸 미리 배우고 실천했으면

지금 내가 겪은 상처는 없었을까?

나는 연진이 너를 알지 않을 수 있었을까?

쓸데없는 미련이 마음에 질척거려서 한없이 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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