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가이자 행동가인 함석헌은 “정치란?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를 포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이 다 해 먹는다.”라고 했다. 교수신문은 한 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일을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투표를 통하여 선정한다. 2021년도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의 29.2%가 추천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발표했다.
직역하면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라는 뜻이다. 풀어쓰면 “곡식을 훔쳐 먹는 쥐와 이를 지켜야 할 고양이가 한통속이 된다.”라는 의미다. 위아래 없이 어우러져 부정 결탁하여 나쁜 짓을 저지르고 이권을 도모하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아마도 교수들은 2021년도 사회지도층은 누가 고양이고 쥐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는 혼돈의 대상으로 본 듯싶다.
프레임짜기는 가볍고 사소한 것이 꼬리를 물면서 먼 데까지 영향을 미쳐 꼼짝없이 묶는 것이다. 원하는 부분만을 강렬하게 국민에게 각인시킨다. 따라서 시기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건희 경력증명서나 대장동 개발은 아주 좋은 자료다. 그런데 단기간 노출하고 다른 이슈로 엮지 못하고 오랜 세월 지속되면서 유권자에게 피로감만 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악의 축은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빠진다. 도덕성 검증은 유언비어를 양산한다.
MZ세대는 자신과 관련이 없으면 다시는 보지 않으려 한다. 캠프는 그들의 눈높이에 정강과 정책에 어긋나는 주장을 예사로 하고 당론은 자기 정치 뒤에 둔다. 어제까지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던 논객을 영입하여 선대위에 합류시킨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도 달리하는 사람도 함께하는 것이 정치라지만 과하다. 이준석 대표(국민의힘)는 캠프에서 나와 투쟁 중이다. 플랜B를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왔다.
검사 윤석열은 시간강사 임용에 허위경력을 제출한 신정아 수사에 참여했다. 신정아는 구속되어 2008년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국민의힘)는 2021년 12월 16일 윤석렬 후보의 배우자를 겨냥한 듯 “가짜 인생 살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운명은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공정과 상식’이다. 학력 위조 학원강사의 대법원 판례는 2014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었다.
논어 안연(顏淵)편에 자공이 “정치가 무엇입니까?” 묻자, 공자는 “음식이 풍족하고(경제), 군비가 넉넉하며(국방), 백성의 신임(국민)을 얻으면 된다.”라고 한다. “그 3가지 중 하나를 포기하라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하자 국방이라고 답한다. “나머지 두 가지 중 다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경제를 포기하라고 한다. 후보 자신만의 경험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
한국계 3세로 미스 아메리카(2021년 12월 17일)에서 우승한 에마 브로일스(20)는 소감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조부모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가족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분열을 겪는 시기에 열린 마음과 공감, 포용력을 증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했다. AP통신은 “미스 아메리카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외모에 대한 평가에서 벗어나 참가자의 리더십과 재능, 소통 능력에 초점을 맞춰 우승자를 뽑는 것으로 발전했다.”라고 전했다.
유력 후보들은 도덕성에 묻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상대를 밟아야만 일어선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늦게 된 애가 먼저 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은 동기부여의 필요와 변화, 문제 해결 방안으로 세심한 부분을 건드려 줄 때 호감을 준다. 20대 대통령은 두루 소통하고 화합하여 시대의 아픔을 닫고 통합과 화합, 새 시대를 열어가는 그런 분이어야 한다.
2022년 1월 5일 새전북신문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