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과대학 랭킹 10위안에 꾸준히 오르는 카네기 멜런 공과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큰 단과대학이다. 합격률은 약 17%로 유학생은 전액 자부담으로 재정보증이나 학자금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1년 학비는 7,000만 원 정도로 국내 대학교 8학기 등록금을 합친 것의 2배 정도다. 실력 있고 돈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교수진이 공부시켰는데도 졸업생들이 예일이나 하버드 출신에 밀렸다.
그래서 이 대학은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졸업생을 추적하여 원인을 조사했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과 실력은 나머지 세상을 사는데 단 15%만 기여하고, 85%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더불어 사는 능력이다.” 해결책은 공동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입, 손, 발 이용을 잘하라고 제안했다. 즉,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 간의 관계적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때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함께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카네기재단 리더십 연구소에서는 “원수는 물에 세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어라.”라고 제시했다.
국민의힘 윤석렬 후보의 장모가 1심에는 징역 3년 법정 구속이었는데, 2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임 판사가 윤 후보와 사법고시 동기고, 사법연수원 동기로 검사가 기피 신청할 법한데 하지 않았다. 1988년 10월 16일 탈주범이 인질극을 벌이는 상황이 TV에 생중계됐었다. 탈주범 지강헌은 “나는 시인, 미래를 보고 과거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겼다. 범죄자의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사회에 울림이 컸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명절 화두에 후보 장모를 패러디한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씁쓸하게 들린다.
‘공정’은 시대정신이다.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이들 또한 정의로운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야 한다. 2019년 가을 SKY 대학생들은 공정의 가치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훼손했다고 촛불집회를 했다. 언론은 “명문대생들도 비판한다”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오래지 않아 동력을 잃었다. 촛불을 든 대부분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주최 측의 상당수가 특목고 출신으로 특기자 전형은 일반고 학생들이 꿈에도 갖추지 못하는 요건을 갖고 합격했다.
당시 집회를 주도한 서울대 총학생회장 도정근도 조국 딸처럼 특목고인 경기 과학고 출신으로 고2 때 쓴 논문이 의혹을 받았다. 2019년 8월 27일 자 세계일보는 국립대 의전원의 A 교수의 주장이라면서 도 회장이 기고한 학술지는 한국 학술지 인용색인(KCI) 등재 후보에서 탈락한 학술지라 격이 떨어져 문제가 되지 않고, 조국 딸이 기고한 학술지는 KCI 등재지라 문제가 된다는 요지로 보도했다. 마을에 라디오 한 대, TV 한 대 있던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기사 내용이다.
우리 사회는 빈곤의 시대, 개발도상국 시대, 선진국 시대를 살아갔던 아버지를 둔 3대가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이번 설도 이전 명절과 같이 코로나19의 특수 상황으로 어느 집은 대면으로 어느 집은 비대면으로 세배를 나누고 덕담을 한다.
당연히 그 뒤는 정치가 화두고 빈곤 시대 아버지를 둔 세대는 고무신 막걸리 돈 봉투로 이어지는 흑색선전에서 엄창록의 지역감정으로 연결된다. 엄창록은 영화 ‘킹메이커’의 실제 주인공으로 1961년 김대중의 책사였다가 1971년 박정희로 넘어간 선거기술자다. 1967년 목포에서 김대중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키고 1970년 7대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게 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1971년 중앙정보부에 특별 채용되어 박정희의 참모가 된다. 박정희가 7대 대통령이 되는데 주된 역할을 한다.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한 최초 설계자다.
혁신의 속도는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세대 포위론’은 성별 세대 간 갈등을 키워 선거에 이용하는 전략이다. 휘발성이 크지만 “할 것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국민의힘 캐치프레이즈에도 어긋난다. ‘공정과 상식’은 사전적 의미로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른 것이고, 상식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으로 되어있다. “뒤에 볼 나무는 그루를 돋우어라.”라고 했다.
엄창록의 지역감정은 대한민국 헌정사 50년을 골병들게 했고 현재진행형이다. 세대 포위론은 더 가증스럽다. 청년들의 분노를 악용하여 어두운 역사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선거기술자 이준석은 최소한의 애국심을 가졌는지 의심이 든다. 임인년(壬寅年) 벽두 정치는 국민이 합리적이고 건강한 길을 가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2022년 2월 3일 새전북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