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는 세상에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를 김지수 작가의 손을 빌렸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호기심의 대상으로 본 그는 암 투병 중에도 글쓰기와 강연, 인터뷰를 멈추지 않았다. 김지수 작가가 집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마음을 비워야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는 그의 의연한 삶을 그대로 담아냈다.
지독한 병마와 싸우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글과 인터뷰를 통해서 전했다. 손녀들과 마지막도 영상통화를 통해서 “빠이빠이”로 남기고 ‘죽음의 스승’이 되어 떠났다. ‘메멘토 모리’는 총 20권 규모의 책으로 발간될 ‘이어령 대화록’ 제1권이다. 마지막 인터뷰에 “고분고분하게 살면 평생 진실을 모르게 된다”라고 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의 청와대 용산 국방부 이전 계획부터 시작된 신구정권의 삐걱거림에 정국이 불안하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들어 국방부, 합참 이전을 반대하고,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로 들어가는 순간 제왕적 대통령으로 찌들 것 같다.”라고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정권 이양 첫 단추부터 어긋나 있다.
그뿐만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이사, 감사 선임 등의 인사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단 임명이 되면 임기 보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은 현 정부의 인사를 막는데 전력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하는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67%인 234곳이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야당은 몽니로, 여당은 원칙을 놓고 기 싸움이다. 임원의 임기가 여유 있게 남아 있는 공공기관은 경영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서는 정무직 기관장과 임원은 일괄 사표를 내거나 우회적으로 종용했던 관행이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제동을 걸었다.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환경부 전 장관은 징역 2년, 청와대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되면서 “찍어내기 교체”는 고양이 목 방울 걸기가 됐다. 현실과 제도의 괴리를 좁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후일담에 이어령 교수는 자신을 진나라 사람으로 천하에서 거문고를 잘 치는 사람인 대가로, 김지수 작가를 대가의 연주를 가장 잘 감상할 줄 아는 종자기로 표현했다. 대가는 종자기가 죽고 다시는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 연주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후 남아 있을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울림이 있어야 할 대목이다.
3월 18일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CND)가 ’세계 행복 보고서 2022‘를 발표했다. 전 세계 146개국을 대상으로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관대함,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 자유, 부패에 대한 인식 등을 설문으로 조사한 3년 평균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작년보다 3계단 상승한 59위로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이고 2030년 기대수명은 세계 1위다. 지표가 좋은데도 행복 지수가 낮다. 불편한 진실을 정파 싸움으로 몰아가는데 도가 튼 정치권 역할이 크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은 장애인 협회의 ‘장애인 안전한 이동권 보장’ 요구를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답한다.
신·구 정권 교체기에 힘겨루기는 국민의 피로감을 가중할 뿐이다. 통합할 수 있는 역지사지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인수인계 범위와 절차를 꼼꼼하게 만들지 못한 정치권의 책임이다. 지금이라도 신·구 서로 탓하지 말고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미 소는 잃었다. 이제라도 외양간을 고쳐 이번 갈등을 생산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2022년 4월 6일 새전북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