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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Aug 01. 2022

31. 자연은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다.

보호관찰 학생이 “교수님! 제가 진짜 급해서 그러는데 3만 원만 빌려줄 수 있을까요?” 즉시 입금하고 전주보호관찰소 담당관님께 보고했다. 담당관 답변은 “우리는 학생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하는 겁니다.” 한 달 뒤 다시 문자가 왔다. 지난번과는 달리 조금 더 구체적이다. “교수님! 제가 자동차 면허 따러 가야 하는데 차비랑 시험비가 없어서 그러는데요. 4만 원만 빌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학생의 질문에 이번만큼은 답변하지 않았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 손은 요물이다. 10년 전쯤 어느 여름날에 아이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냈던 장수군 어느 계곡을 정부가 사방공사를 했다. 튜브를 가지고 물놀이하던 곳은 밀려온 토사가 보에 걸려 흘러가지 못하게 되었고 웅덩이를 메워 물놀이가 불가한 장소로 변했다. 꼭 필요해서 계획하고 많은 공사비를 들여 시공했을 터인데 유지·보수가 되지 않고 있다. 변한 지형에 여름이면 인파로 가득했던 계곡에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또한 피서객은 사라졌다.     


두어 세대 이전에 만경강도 그랬었다. 밀물 때 ‘쇄~’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물살을 세우고 들어왔었다. 겨울에는 집채만 한 얼음이 떠왔고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목천포에는 장어잡이로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는 와중 옛뚝이(익산시 석탄동에 소재한 마을의 옛 지명) 앞 강에 물을 가두어 놓는 얕은 보를 세우고 난 뒤 뒤로는 아쉽게도 마을에 60년 이상 살아온 사람만이 기억하는 전설이 되고 말았다.     


자연은 인간의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다. 작은 방파제 하나를 세웠을 뿐인데, 이후 서서 들어오던 물과 얼음, 장어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만경강은 그 옛날 위풍당당한 물길은 사라지고 강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개울이 되어가고 있다, 익산시는 둑의 양안에 밀려온 토사로 탄생한 둔치를 힐링 공간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파크골프장, 야영장과 축구장, 농구장 시설 등이 있고 억새와 갈대 사이에는 자전거와 걷기 도로가 구축되어 있다.     


지구의 둘레를 감은 실의 길이를 10m 늘이면 지구와 실 사이로 택시가 다닐 수 있고, 15m 늘이면 사람이, 20m 늘이면 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작금의 세월에 그 보를 없앤다고 해서 과연 잊혀져가는 만경강의 위풍을 찾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이 세계 각국에서 앞다투어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더없이 안타깝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는 앞으로 10년 후에는 더 맹렬한 열파나 가뭄, 홍수,  습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 인류적인 지구온난화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수면도 매년 꾸준히 높아져 30년 동안 9.1cm 올랐다고 한다. 연근해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길 위험성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 그린피스는 2030년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부산과 인천은 비가 쏟아지면서 요트경기장을 시작으로 해서 일부 건물 등 주거지역과 도로가, 인천공항은 비행기가 물에 잠기고 매표소 일대도 물이 들이찬다고 한다. 최소한 국토의 5% 침수되고 300만 명의 이재민을 예측할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임이 틀림없다.     

해양수산부 자료(2020년도)에 따르면 동해안은 매년 3.74mm, 서해안은 3.07mm, 남해안은 2.61mm라고 한다. 바닷물이 팽창하여 부피가 증가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상승 폭은 현재보다 비약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세상일에 우연이라는 것은 극히 제한적인 일에서 나타난다. 재앙이 바로 눈앞에 왔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흐름이 있다. 자그마한 계기가 물결을 바꾸어 놓는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인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 나비효과를 두려워하는 살핌이 반듯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7월 6일 세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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