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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Sep 16. 2021

매미는 땅속에서 오래 참고 기다리다 나와 소리 지른다.

사람은 무시하면 안된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면 언젠가 일어선다.

초등학교 학생이 동급생에게 ‘휴거’라고 놀렸고, 그 말을 듣고 분노한 학생에게 두들겨 맞았다. 맞은 학생은 교무실에 달려갔다. 담임선생님에게 이유없이 맞았다고 주장한다. 때린 학생은 휴먼시아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이다. 그 말의 뜻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민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 초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의 자초지종이다.     


2020년 교육부 학교 폭력 통계에 따르면 언어폭력(33.6%)이 가장 높고 뒤를 이어서 집단 따돌림(26.0%) 사이버 폭력(12.3%) 신체 폭력(7.9%) 순이라 한다. 가해한 이유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가 없고(28.1%)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17.5%) 오해와 갈등(13.9%)” 순이다. 가해자의 77%는 같은 반 학생이고 피해 장소로는 교실 안이 가장 높았다. 학교 폭력을 목격한 후 행동에 대해서는 피해를 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도와주었다는 응답도 높지만, 그에 반해서 아무것도 못 했다는 응답 또한 높다.     


한국판 쇼생크 탈출로 세상을 뒤흔든 탈옥수 신창원은 범죄자의 길로 걸어간 배경으로 세 가지를 말한다. 가정 폭력과 학대, 학교에서 잦은 따돌림 그리고 선생님의 막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신창원에게 월사금을 챙기지 못했다고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라는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악마를 새겼다고 한다.     


2021년 여성가족부에서 9세에서 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0 청소년 종합실태보고서’에 청소년들은 이전 조사보다 삶을 현저하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회에 대한 신뢰(긍정 8.3% 부정 43.7%) 학교생활(긍정 11.4%, 부정 48.4%) 진로와 취업(긍정 7.0%, 부정 41.6)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족관계는 긍정(22.1%)이 부정(9.6%)보다 높게 나타난 정도다.     


‘휴거’라는 유행어는 특정 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다.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는 ‘휴먼시아 거지’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난이고 나중에는 익숙해진다. 엄나무 순이 개두릅이고, 개두릅이 엄나무 순이다. 휴먼시아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년들에게서 고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시내 곳곳에 ‘사는 곳이 그 사람을 말합니다.’라는 아파트 분양 광고가 있다. 취약계층에게는 부자들 특구를 만들자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고 계층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문구로 보일 수 있다. 기업은 지역민의 삶이 질을 높이는 활동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광고한 회사의 아파트에 거주하면 어떤 가치를 올려주고 거주민은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는지 객관적인 요소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녹색 거짓말’로 그린워싱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 달걀 판매 기업으로 유명한 미국기업 ‘바이털팜’은 학대하지 않은 닭이 낳은 친환경 달걀을 판매한다고 광고했다. 소비자는 사료 대신 풀을 먹인다는 것 외에 일반 양계장과 같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다.     


말과 표현은 내 처지에서 상대 관점에서 그리고 제삼자로서 세 번 생각해서 하는 것이 좋다. 자비(慈悲)는 슬픈 사랑이 아니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구휼적인 사랑도 아닌 그저 짠한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다. 사랑 자(慈)에 슬플 비(悲)의 합성어다. 천둥 치고 비가 사납게 내리면 맨 날 비가 내릴 것 같아도 해가 뜬다.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금선탈각(金蟬脫殼)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온다.


새전북신문 2021년 8월 4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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