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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Sep 17. 2021

06. 여름비는 거칠고 가을비는 뼛속까지 시리다.

일론 머스크의 도전과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가?

코로나19 이후 기업경영의 화두인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을 의미한다. 친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핵심 키워드로 미래를 향한 기업경영 지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SG는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 지표지만 장기적으로 성장과 번영의 지표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ESG 공시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부터 시작하여 2030년 모든 상장 기업은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산업부는 2021년 하반기에 최종적인 K-ESG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ESG의 최대 수혜자는 일론 머스크이다. 테슬라의 CEO인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사업 아이템은 크게 3가지다. 인터넷, 우주공간, 재생에너지로 인터넷은 집투(Zip 2)와 페이팔로, 우주공간은 스페이스 엑스로, 재생에너지는 테슬라 모터스와 솔라시티다. 전기 자동차와 우주 왕복 로켓을 선보인 그가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옮기려 한다.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시키는 도전에 들어갔다. 이식된 칩을 통해 신경계 질환을 치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그의 생각이 이상과 현실을 적절히 섞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가상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뇌에 전극 칩을 심은 돼지를 선보이고, 원숭이 뇌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칩을 삽입하는 등 공상과학 영화 내용을 현실로 그려내고 있다. 4차 산업의 상징물처럼 보이는 그가 투기와 투자의 중심에서 하는 기행과 언행에 세계 경제가 요동친다. 그의 말 한마디에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들썩인다.     


테슬라는 자동차계의 애플이다. 머스크의 여론몰이는 거짓인지 진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가 트위터에 몇 단어 쓰면 팬덤 언론이 편익에 따라 잘 포장한다. 들어도 그만 듣지 않아도 그만일 때는 듣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지라시에는 최소한의 브레이크도 없다. 대부분 신용기관은 테슬라의 ESG 평가를 높게 하지 않는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에 공심위상(功心爲上)이라는 말이 있다. 남중을 정벌하러 떠나는 제갈량에게 마속이 조언한 전략으로 ‘마음의 공략이 상책이고 힘으로 제압하면, 하책이다.’라는 전술이다. 항우와 유방의 전쟁에서 보였던 심리전이다. 백성의 마음을 잃은 항우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단 한방으로 천하의 주도권을 유방에게 넘겨준다. 기업가치가 지속적인 발전의 길을 걸을 것처럼 보였던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향하다 어느 순간 500달러 언저리로 주저앉았다. 팬슈머(fan과 consumer의 합성어)는 작은 접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면 적으로 변한다.     


스스로 지혜로우면 타인의 조언을 흘려듣는다. 유비가 죽음에 이르러 제갈량에게 마속은 말보다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니 중용하지 말라는 언과기실(言過其實)이라는 사자성어를 유언으로 남긴다. 제갈량은 이를 무시한다. 뛰어난 사람은 자신을 쉽게 노출하지 않고 능력을 아낀다. 그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히 갈린다. 자신을 감춘 사마의는 의심 많은 조조의 함정 속에서 시류에 필요한 인물로 자신을 부각해 살아남는다. 조 씨가 4대에 걸쳐 꾸려놓은 밥상을 그대로 훔친다. 일론 머스크에게서 사마의 냄새가 난다. 사마의는 총명하고 박식하다는 평도 있고, 음모와 술수의 달인이라는 평도 있다. 괴짜 사기꾼으로 평판이 나빴던 사람이 어느 순간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됐다. 그의 도전은 언제까지 가고 상상력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궁금하다.


2021년 6월 9일 새전북 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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