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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Sep 18. 2021

07. 비행청소년은 냉동실에 있는 씨앗과 같다.

서두르지 말자! 멘탈을 키워주면 된다.

아기는 주먹을 불끈 쥐고 태어난다. 이러한 모습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욕심과 애착이 강해서, 돈∙명예∙권력을 위하여 등이다. 삼신할미가 태(胎) 자리를 정해줄 때, 운명도 결정해 준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영화 사업이 등장했을 때, 뮤지컬 사업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밤을 새워서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도 있다. TV가 보급되면서 영화 사업은 사양화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1000만 관객시대다.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라디오 애청자들은 여전하다.     


SNS가 세상의 소식을 빠르게 전파한다. 덕분에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사라져 가고 투명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 위너가 되는 사회에 일조하고 있다. 영화인 ‘봉준호’와 작곡가 ‘용감한 형제들’이 대표적이다.     


봉준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문화관광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권력이 그의 창작세계를 프레임에 가뒀다. 처절하게 몸부림쳤을 것이다. 해학이 꿈틀거리는 한국인의 혼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다. 관객이 열광하고 한류바람이 영화계에도 불기 시작했다. 그의 연출력에 세계가 극찬한다.     


‘갱스터’로 사춘기를 보냈다는 ‘용감한 형제들’은 소년원 출신 작곡가다. 21살 때 동생이 들려준 음악에 매료되어 작곡가가 됐다고 한다. 한땀한땀 뜨개질 하는 심정으로 몰입했을 것이다. 잠복기를 거쳐 재주가 활짝 피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히트곡이 됐다.     


‘돈이라면 엄나무도 오른다.’고 한다. 어른들은 욕심으로 청소년은 호기심으로 오른다. 가시에 찔린 소년은 비행청소년이 된다. 대부분 자연 치유될 상처다. 지나친 관심은 덧을 낸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바라보는 것이 해법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명나라가 천문학 연구를 독점하던 시대에 조선의 학자 이순지는 지동설을 증명했다. 서양의 갈릴레이보다 100년 앞선 업적이다. 이순지와 갈릴레이는 시공을 초월한 공통점이 있다. 연구 결과가 세상을 뒤집기에 충분했고 역린을 건든 것이다. 그런데도 과학사에 갈릴레이는 이름을 세기고 이순지는 묻혔다.    

 

동양의 ‘반가사유상’과 서양의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이순지와 갈릴레이를 본다. 전자는 눈을 감고, 운명에 순응하고, 삶을 초월한 모습이라 하고, 후자는 눈을 뜨고, 운명과 싸우고, 삶을 개척하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씨앗은 추위를 겪어야 실하다고 한다. 그래서 개복한 씨앗을 파종 전까지 영하 1~2℃ 냉장실에 보관한다. 휴면기간을 거친 씨앗은 파종 후 그렇지 않은 씨앗보다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꿈을 꿔야할 나이에 보호관찰소나 소년원을 거친 청소년, 사시(斜視)를 갖고 보면 그들의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쉽게 생각하자! 냉장실보다 조금 더 기온이 낮은 냉동실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씨앗으로 보면 된다. 서두르지는 말자! 사회에 적응하는 기술이나 기교의 전수보다 멘탈을 키워주면 된다. 그렇게만 하여도 파종의 설렘을 갖고 지켜볼 수 있다.  


세상에 공짜도 없고, 인생은 무료가 없다. 마음을 닫고 보면 장점을 보지 못한다. 기성세대가 따뜻한 손길을 보내면 비행청소년은 그 손을 잡는다. 기댈 언덕이 있다는 느낌만 줘도 큰 힘이 된다. 예의 없고, 무례하고, 경우 없어도 보호받을 권리는 있다. 티내지 않아야 한다. 그들은 민주 시민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화답할 것이다.


2020년 4월 8일 새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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