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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Sep 19. 2021

08. 21세기는 마음이 보릿고개에 있다.

가벼운 대화, 마음의 빗장을 풀면 된다.

봄에 만난 연인들은 가을쯤 되면 마음이 익는다. 그리고 첫눈이 오는 날 남산 팔각정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대부분 헤어진다. 헤어지지 않은 사람은 매일같이 팔각정에 오른 사람이다. 세상에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있고, 연륜으로 배우는 것이 있다.   

  

사리나무를 보면 초가집의 울타리와 사립문이 떠오른다. 싸리 꽃은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의 상징으로 배가 등에 닿게 굶주려 본 사람은 안다. 싸리 꽃은 호랑이보다 무서웠다. 꽃이 필 때부터 질 때까지가 보릿고개다. 꽃을 보면 슬픈 기억이 난다. 법정 스님은 60이 넘으니까 싸리 꽃이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중년의 로망인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을 본다. 삶의 현장을 묵묵히 오다보면 여러 상황을 겪는다. 끝낼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비탈... 정신이나 육체적으로 상처받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남의 뜻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뜻대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노인정에도 사연 가득한 노인이 있다. 겉보기는 평안하지만 말투는 속이 많이 상한 인생을 산 것 같다.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살갑게 대해준다고 고마워한다. 따뜻한 정을 느꼈나 보다. 죽으면 임대보증금을 주고 간다고 한다.     


인간관계나 음식 맛은 눈맛에서 시작된다. 첫인상이나 선입견에 현혹된다. 보는 순간 쫄깃해야 한다. 청결하고 청아한 분위기면 더 효과적이다. 싱겁거나 쓰다고 해서 흉은 아니다. 시키지 않아도 소금이나 설탕으로 알아서 조절한다. 스쳐가는 인연도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크게 출렁인다.     


다윈은 생존의 비밀을 밝히는데 평생을 받쳤다. 갈라파고스에서 열쇠를 찾았다. 거북이와 핀치새다. 거북이나 핀치새는 섬의 환경과 식생에 따라 모습과 모양이 달라졌다. 먹이에 따라 거북이는 목의 길이가 달라졌고, 핀치새는 부리의 모양과 크기가 변했다.     


매일 지나가던 길도 관심을 갖고 보면 풀 하나 나무 하나가 새롭다. 바위조차도 생소한 느낌이다. 이러한 경험은 연륜이 쌓이는 과정이다. 귀하고 소중한 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쑥대도 삼밭에서 자라면 곧게 자란다고 했다. 청소년 케어는 환경이 중요하다. 성격과 능력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영향이 크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살아온 방식대로 맞기면 된다. 꿈틀거릴수록 부담이 커진다. 큰소리로 통화하는 버스 승객에게는 무관심하면서 커피숍이나 카페에서 목소리 큰 손님에게는 레이저를 쏜다. 보편화된 문화다. 이해하고 타협할 필요는 없다. 라떼는 빨대를 이용하여 아래서부터 흡입하고, 아메리카노는 윗부분부터 마시는 정도의 차이다.      


신세대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같은 세대 간에도 뇌구조는 같은 듯 다르다. 서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 불편할 뿐이다. 성장기의 문화와 환경의 차이가 크다.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졌고, 사춘기에 부모와의 대화는 최소한의 교감만 이루어진다. 자녀와 부모간의 애틋한 감정이 없다. 자녀는 또래 속에 방치돼 있으며 부모는 경제적 후견인 정도다.     


더우면 처지고 비오면 늘어지는 것이 사람이다. 동질성 회복,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같음과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가벼운 대화, 마음의 빗장을 풀면 된다. 서경(書經)에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라는 말이 있다. 목표의 99.99%를 이루었는데, 0.01%의 방심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차 한잔 마시는 여유만 있으면 된다. 무지개 밑에서 머리 감으면 백년을 산다고 했다.



2020년 5월 6일 새전북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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