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황등면, 그 한가운데 돌이 말을 거는 공간이 있다. ‘익산석제품전시홍보관’. 이름만 들으면 딱딱하고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전시장 안은 온통 돌이다. 영상도 돌에 비치고, 조형물도 돌로 만들어졌다. 사람 손을 타며 생겨난 곡선, 빛을 받으면 투박함 대신 깊은 색이 드러나는 면들. 그 속에서 돌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을 품은 한 사람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여러 재질과 비교해 볼 때, 돌은 결코 화려하진 않다. 금처럼 빛나지도 않고, 보석처럼 시선을 사로잡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 무너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돌의 끈기와 정직함은 다른 어떤 재료보다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처럼 강직하고 소박한 돌의 속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서는 유리, 보석, 목재, 흙, 금속 등 다양한 소재의 공예품과 함께 전시해 보면 어떨까. 돌과의 대비를 통해 돌이 가진 무게감과 시간성이 더 도드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륵사지 석탑을 돌뿐 아니라 유리나 나무로도 재현해 나란히 전시한다면, 재질의 차이가 주는 감각적 울림과 의미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전해질 것이다.
전시관 바깥도 마찬가지다.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야외 공간엔 조형물 몇 점이 있지만, 익산이 자랑하는 돌의 역사성과 연결되는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 만약 황등석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중앙청), 미륵사지 석탑, 전통 황등 돌집 등을 축소 재현한다면,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이 될 것이다. 돌이 쓰인 건축물의 의미를 되새기며 걷는 길은 관람객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산책로가 된다.
또 하나, 익산은 ‘돌의 도시’라는 명성만큼이나 돌로 만든 작은 기념품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황등석을 활용해 왕궁리 오층석탑, 미륵사지, 한국은행 본점, 미륵사지 당간지주, 석불사 석불좌상 같은 익산의 상징적 석조 문화재를 미니어처로 제작·판매한다면, 여행의 여운을 가방 속에 담아갈 수 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익산을 품은 작은 예술품이다. 한때는 해외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석조각 대회도 있었다. 이러한 콘텐츠를 ‘작품’으로 확장해 간다면, 도시의 문화적 품격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미륵사지 관광과 연계될 때 시너지가 더욱 커진다. 미륵사지 석탑을 만든 그 돌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려주는 장소, 실제 황등석을 채취했던 채석장을 스토리텔링과 안전한 동선 정비를 통해 관광 자원으로 연결하면, 익산의 역사와 자연, 산업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에 지역 상권과의 협업이 더해지면 익산 관광은 더욱 살아난다. 황등역 인근의 전통시장이나 카페, 식당과 연계해 전시관과 채석장을 잇는 도보길 또는 자전거길을 조성하고, 기념품이나 체험 키트를 지역 상점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면,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지역 공방과의 협업으로 돌 관련 수공예품을 제작·판매하면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관광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걷고 마음으로 기억하는 일이다. 익산은 지금, 돌처럼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준비할 때다. 돌로 익산을 기억하게 만들고, 그 기억이 또 다른 방문을 이끄는 선순환을 만든다면, 이 도시는 시간 속에서도 더욱 깊고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2025년 6월 소통신문 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