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호남선과 전라선, 군산 장항선이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요지다. 전국 어디에서나 기차로 접근이 쉬운 이점을 갖췄지만, 막상 익산역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그 장점이 무색해진다. 도심 내 대중교통 체계가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익산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체류하지 않으니 자연히 소비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주요 관광지나 교통 환승에 대한 안내도 부족해, 초행길의 방문객은 방향을 잃기 쉽고, 이는 익산의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체류율 저하와 소비 확산의 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익산은 하루 수천 명이 스쳐 가는 철도 중심도시다. 그러나 역 앞 버스정류장 하나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외지인은 물론 지역민도 혼란을 겪는다. 익산역 동·서부 출구 모두 버스 환승 안내가 미비하고, 정류장 간 동선도 불편하다. 특히 서부 출입구 쪽 정류장에는 버스 음성 안내조차 없어 시각장애인이나 노인에게는 더욱 불편하다. 환승을 위해 이동하려는 시민들조차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헷갈린다"라고 하소연한다. 스마트폰 없이, 또는 지역 사정을 잘 모르면 결국 택시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현실이다.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내곽 지역은 평균 10분 이상이다. 외곽지역은 1시간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시외버스는 고속열차 시간과 연계되지 않아, 기차 도착 후 시외 이동까지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KTX나 SRT를 타고 온 여행객은 시간 맞춰 지역 관광지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교통편이 없어, 익산을 단지 ‘환승지’로만 인식하고 다른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교통 시스템이 방문객의 동선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체류 유도를 위한 교통 연계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실시간 버스정보시스템(BIS)은 노선 변경이나 버스 위치 오차가 잦아 정확성이 떨어지며, 앱 이용도 고령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정류장마다 비치된 노선도는 작고 복잡하며, 안내 언어도 대부분 국문에 한정되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은 손을 놓기 십상이다.
이런 불편은 관광객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에서 병원, 관공서, 학교 등 주요 시설로 갈아타야 하는 시민들도 매일 같이 겪는 문제다. 목적지와 방향은 대략 알지만, 어디에서 어떤 노선을 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초행자처럼 우왕좌왕하게 된다. 결국 이런 불편은 버스 이용을 회피하게 만들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 구조를 더 고착시킨다.
그나마 추진 중인 ‘익산역 복합환승센터’ 역시 실질적인 환승 편의보다 외형적 개발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X·SRT 시간표와 시내버스 연계, 짧은 동선 설계, 다국어 정보 제공 등 실제 이용자 관점의 통합 시스템은 아직 요원하다. 현재의 설계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이들이 구상한 듯한 인상을 준다.
대표적인 예로, 익산역 서부 쪽 버스정류장에는 ‘익산역’이라는 음성 설명조차 없다. 환승의 핵심 지점임에도 정류장 음성 안내는 물론, 시각적 안내조차 부족해 초행자는 물론 지역 주민도 헤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복합환승’이라는 말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과는 괴리된 구호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라면 환승장은 통합 플랫폼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을 겪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의 적용 확대와 전북권 순환형 광역철도 구상은 익산이 교통 혁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전주-김제-군산-익산을 잇는 순환망이 완성되면, 익산은 단순한 환승지가 아니라 전북 전역을 연결하는 중핵 거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점에서 익산이 소극적인 대응에 머무를 경우, 오히려 주변 도시들에 중심성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순환 철도가 전주에서 바로 군산이나 김제로 이어진다면, 익산은 ‘지나쳐도 되는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 KTX나 SRT의 무정차 통과 가능성도 현실화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교통체계 개편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익산의 교통 플랫폼은 단지 시 차원의 환승 편의 확보를 넘어서, 전라북도 전역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엮는 광역 관광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군산·김제·전주·완주 등 인근 도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관광 동선 구축, 도시별 특화 콘텐츠를 연계하는 셔틀 망 운영, 관광-숙박-교통을 통합하는 예약 시스템 구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익산은 교통의 중심지를 넘어, 전북의 ‘관광 연결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통 정보를 통합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 고령층을 위한 음성 안내, 다국어 서비스 확대, AR/VR을 활용한 지역 홍보관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교통은 단지 이동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품격이고, 관광의 시작이며, 지역경제의 실핏줄이다. 연결되어 편의를 제공하는 친절한 교통이야말로 익산을 진정한 체류형 관광도시로 이끄는 가장 실용적이고 시급한 과제다. 그리고 그 교통망은 더 이상 익산만의 것이어선 안 된다. 전북 전체를 잇는 중심축으로, 익산이 광역 관광의 플랫폼이 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5년 8월 소통신문 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