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망하는가

일상을 벗어난 여행, 기억에 남는 시간

by 부꾸끈

나이를 먹을수록 이유 없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지는 날들이 늘어났다.
숨을 쉬고 있는데도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날들이었다.

그저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누구를 위한 하루였는지도,
어디에 서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버티기만 하는 매일이었다.

그럴때마다 서점에 들러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책을 들여다 보곤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순례길, 산티아고.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자기만의 속도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 마음속 깊은 그리움을 일깨웠다.

'나도 저 길을 걷고 싶다.'

산티아고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누구의 시선도, 기대도, 평가도 없는 길.
오직 나의 호흡, 나의 발걸음,
그리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진짜 나를 만나는 여정.

기억에 남는 짧은 여행이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그저 숨 쉬듯 살아갔던 나날.

그때 처음 알았다.
"아,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그 벗어난 시간이
내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더 간절해졌다.
더 오래, 더 깊이, 오롯이 나와 함께하는 여정을 꿈꾸게 됐다.

나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각박한 일상에 지쳐,
숨 쉴 구멍조차 찾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다.

나만의 리듬으로 걸으며
내면 깊숙이 숨겨둔 진짜 나를 만나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고,
그저 온전한 나로 머물 수 있는 시간.

산티아고를 떠올릴 때마다
내 안의 오랜 갈증이 살아났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모든 해답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길 위에 서는 것.
그것이 때로는,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시작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길을 걷는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랜 그리움 끝에서 나를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작가의 이전글마음과 생각은 온통 다른 곳에 있는데, 현실에 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