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규모 북콘서트, MC로 데뷔하다.
29살, 아나운서를 꿈꾼지 어느덧 5년이 지났다.
24살 10월 처음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약 1년만에 방송사 경력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당시 준비생들에 비하면 빠르게 경력을 쌓은 편이었다. 그 이후 코로나로 채용은 급격하게 줄고, 이런저런 핑계를 뒤로 아나운서를 포기하고 학원강사로 진로를 변경했다. 그리고 작년 28살 여름, 다시 아나운서가 되기위해 영어학원을 퇴사했다.
1년 넘게 쉬다가 다시 준비한 것이니 거의 무경력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랬던 내가 6개월만에 130명 규모 북콘서트에서 MC로 데뷔할 수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 강연 기획사 대표님께 연락을 드려서, MC가 필요하지 않은지 먼저 제안을 드렸고, 그렇게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법이다. 어떤 직군이든 채용의 문이 좁겠지만, 아나운서 직군은 특히 더 좁다. 실력을 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작은 곳부터 경험을 쌓아가면서 실력을 늘리고 싶었다. 경험만큼 실력을 성장시키는 방법이 또 있을까. 그렇게 나는 130명 규모의 북콘서트의 MC자리를 따냈다.
엄청난 기회를 잡는 데까지는 그래도 제법 빠르게 이뤄낸 결과였다. 그렇지만 단 한 번의 시도로 얻어낸 기회는 아니다. 수차례 거절을 당했다. 거절에 익숙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정말 작은 북토크가 열리는 곳 부터 찾아보고, 연락을 드려보고 거절도 많이 당했다. 한 번 거절을 당해보고, 또 당해봐야 익숙해지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어차피 거절 당할 수도 있지만, 혹시 알아? '하는 마음으로 두드리게 된 것 같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해줬다. '00님 용기가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라고 말이다. 근데 나라고 원래 용기가 있던 사람은 아니다. 원래 용기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진작에 더 많은 기회들을 찾고 폭풍 성장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내가 준비생 신분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강사는 그만뒀고,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일단 MC로 경험을 해봐야 내 꿈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보니, 깨달았다. 이거 계속 해봐야겠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돈된 말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행사 동안에는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그 전 준비과정 역시 꽤나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하고 나면 너무 즐겁고 행복하더라. 내가 만약 그 때 이런 기회를 두드리지 않았더라면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아마 제자리에서 계속 머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게 간절함 때문에 일어난 결과이다.
나는 왜 늘 제자리 인 것 같지?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걸 이루는게 왜이렇게 어렵지?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지금 내가 '간절한가?'를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