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장례식

by 김종운

삶의 여유를 찾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또다시 깨닫는 순간이다.


2주가 지난 오늘에서야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시간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엊그제 시작한 달력은 이제는 딸랑 한 장만을 남겨두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새해 초에는 삶의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꼭 달성하리라는 다짐도 해보지만 연말이 되어 되돌아보면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 실천하려 해도 안 되는 게 인생이고 삶인 것 같아 씁쓸하다.


보통 사람들은 내 나이쯤 되면 안정과 여유를 갖고 하고픈 일들도 줄이고 주변도 슬림하게 정리도 하는데 난 왜 이리 하고픈 게 많은지 걱정이다.


욕심 때문이지 아님 꿈이 많은 건지 끊임없이 일들이 생긴다.


지난주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어 문상을 갔다.


문상을 가는 길에 친구와의 추억들을 상기시켜 봤다.


친구 아버지는 삼천포에서 건어물을 가져와 파는 일을 하셨다.


팔다 남은 쥐포와 오징어를 우리들이 가면 어머님이 구워 주셨는데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학장 시절 배고프고 먹성 좋은 녀석들이 먹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부족하다 싶으면 다음날 팔러 갈 상품들을 어머니는 내색도 않고 아들 같은 우리들에게 한 접시 더 구워 주셨다.


영정사진 앞에서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며 인사를 올렸지만 살아계실 때 한번 찾아뵙지 못한 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죄송했다.


오랜만에 상갓집에서 만난 친구들 사이에 내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마도 글을 쓴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난 내가 주목을 받는 것들에 대해서 항상 익숙하지 않고 서툴다.


얼굴이 빨갛게 되고 부끄러워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좋은 현상인지 안 좋은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게 다소 부담스러워 그랬던 거 같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날 과시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도 아니다.


근데 이런 건 있다.


내 글을 통해서 무너지고 깨진 관계들이 회복되고 정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글은 쓴다.


서투른 재주로 진실되게 쓴 일기와도 같은 내 고백들을 통해서 우울과 불안 사이를 오가는 나날을 접고 치유의 기적이 있기를 소망한다.


친구들에게 해주고픈 말들이 있다.


고통과, 아픔, 우울증, 시련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글을 쓰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경험하고 체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아 우리는 한때 감성이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언젠가부터 세월에 묻혀 잃어버리고 말았지.


다시 살려 글도 쓰고 시도 짓고 나름 의미 있는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난 너희가 알듯이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근데 글을 쓰면서 자신감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하더라.


요즘 생각도, 삶도 많이 달라졌다.


행복이 별게 있는 게 아니더라.


친구들도 무엇을 하던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기 바란다.


난 항상 너희 편이고 언제나 잘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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