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는 하나밖에 없다.

시민합창단

by 김종운

작년에는 여러 이유로 글을 많이 못 썼다. 무엇보다 시민합창단을 하면서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막상 좋아하는 것과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연습이었지만 글을 처음 쓸 때처럼 막막하고 어려웠다. 발성부터 음정, 박자, 리듬감 가사외우기 예고되지 않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즐기면서 하기보다 고통이 더 컸다고나 할까.


연습 시간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주일 내내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하면 좋은 소리와 합창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노래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나름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었음 고백한다. 그런 시간들 덕분에 합창단은 한편으로는 삶의 거친 파도를 피하는 방파제가 되어 주었다. 고통이 새로운 세상을 더 풍부하고 경험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글이 그랬던 거처럼....


매일매일 시곗바늘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삶에서 음악을 통해서 자아를 찾기 위해 용쓴 흔적들이 보였다. 색다른 환의를 맛보느라 신나 있는 모습도 발견하게 되었고, 때로는 벅찬 느낌이란, 꾸준히 노래를 불러가면서 알게 됐다. 시민합창단을 하지 않았다면 이 신비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음을... 이로써 또 느끼고 깨닫는다. 노래를 배우려다 삶을 배워 버렸다. 4월 말에 시작에 2번의 공연과 정기 공연까지 정신없이 나 자신을 몰아세운 시간들이었다. 단원들 한 분 한 분 타인으로 만나 지나온 시간들을 연대하고 호흡하면서 같이 고생하며 함께 했다는 믿음에 모두가 귀하고 소중하다. 노래를 통해 각자의 서사를 써 가며 새롭게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 모습들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합창단을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아내가 현수막에 시민합창을 모집한다며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당신도 같이 하면 어떨까 제의를 했지만 노래를 한다는 건 계획에도 없었고 생각도 안 해봤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노래까지 한다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이라도 써야지 이런 생각이었다.


막상 날짜가 다가와 테스트라도 받아보자며 오디션을 보자고 했다. 그래 잘됐다. 분명 안 될걸 아니까, 오디션을 봐 떨어지면 이것만큼 확실하게 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고, 이렇게 해서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오디션 당일까지 노래 한번 불러 보지 않고 갔다. 많은 참가자들이 긴장하는 여색이 보였지만, 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떨리지도 않았다. 지휘자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했다.


다른 테스트도 몇 가지를 더하고는 나왔다. 속으로 이제는 해방이다. 살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집으로 왔다. 다음날 당연히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아야 함에도 합격했다며 언제까지 연습하러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아 어떻게 해석해야지, 또 아내에게는 뭐라고 해야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냥 이렇게 된 김에 해보자. 마음을 먹고 참여하게 되었다. 지휘자님께서는 온 에너지를 쏟아 연습을 시켰지만, 따라가기가 역부족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수없이 찾아왔다. 아내 보고 그만두면 안 될까,라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나만의 속도를 가지고 할 수가 없었다. 미련이 내게 준 선물이랄까? 쓴 약이 몸에는 좋다고 꾸역꾸역 기를 쓰고 연습에 참여했다. 밤이고 낮이고 때를 가리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목소리도 좋아지고, 리듬감도 생기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지고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든 배움에는 원리는 비슷한 거 같다. 결심의 산물이 아닌 반복을 통한 느린 변화라는 점에서 말이다. 발성을 해야 목소리가 열리고, 노래를 부단히 불러야 잘할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 어느 날 갑자기는 없다.


올해도 시작되었다. 열린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음악 속으로 파고 들어가자. 때론 부족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라도 끝까지 가보자. 절망하면서 다시 시작하고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부단한 과정이 성장의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분명 못 할 이유를 말한다면 수 만 가지 되지만 해야 할 이유는 단 하나다.


올해부터는 교회 찬양대까지 하게 됐다. 시민합창단은 하면서 교회 성가대를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늘 걸렸다. 하나님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작심해서 교회 찬양대 봉사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강렬한 의지가 더 생긴다.


작년에 비하면 시간적 여유도 괜찮은 편이다. 울림이 있는 글, 삶을 말로 풀어내고 풀어낸 말을 글로 더 많이 엮어보리라는 다짐도 야무지게 해 본다.

“지금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이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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