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걷다

예술가들

by 김종운

크고 작은 섬, 일 년 내내 풍성한 먹거리와 싱싱한 해산물이 있는 곳, 다양한 축제와 볼거리가 있는 곳이 통영이다. 문화와 예술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게 아니다. 세월의 풍파 속에 살아온 흔적들이 어울려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통영은 역사가 깊은 도시다.

삼도수군 통제영을 설치한 후 찬란한 공예 문화가 꽃피웠고, 많은 문인과 예술가가 태어나고 성장했다. 통영은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때가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이며 어느 다방에 모여 시를 낭독했다.

통영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도시다. 골목골목마다 그때 그 당시 활동했던 예술인들의 발자취와 향기를 품고 있다. 어떻게 이 소 도시가 문화 예술의 도시가 되었을까? 삼도수군통제영이 통영에 자리를 잡은 이후 전국의 실력 있는 인재와 물자가 통영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한 가지는 호주에서 온 선교사들이 통영에 자리를 잡았다. 여성과 어린이 교육에 힘쓰면서 서양의 근대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김춘수 시인이다.

해방 직후 청마 유치환, 시인 김춘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전혁림, 시인 김상옥 등 통영 출신의 예술인인들이 주축이 되어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했다. 유치환 시인이 초대 회장을, 김춘수 신인이 총무를 맡았으며, 윤이상 작곡가가 간사를 맡았다. 이들은 한글학교와 야학 등을 운영하면서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등의 예술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들의 맥을 이은 이야기가 지금도 통영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통영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감흥을 받은 것은 통영출신들 뿐만 아니라, 백석, 정지용, 이영도, 이중섭 등의 예술인들도 통영을 방문하거나 머무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통영은 이들의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은 최고의 창작 공간이 되었다.

통영을 방문하게 된다면 주변을 조금만 눈여겨보시면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삶의 터전을 잡고 활동했던 곳들이 요소요소에 남아있다. 작품의 영감을 얻고, 예술의 모티브로 삼았던 그들의 흔적들이 은은하게 자리 잡고 있다. 통영을 사랑한 작가들의 탄생과 성장, 애달픈 삶의 애환까지 생생하게 살아나 말을 건네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통영 사람에게는 예술의 DNA가 흐릅니다. 고향 통영은 어머니의 태와 같은 곳이에요. 죽을 때는 고향으로 갑니다. 통영은 음식, 기후, 기질이 너무 독특하고 특별한 곳이지요.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영 사람들입니다. 통영처럼 예술가가 많이 배출된 곳이 없어요.

모를 부어 놓은 것처럼 많지요. 모두가 놀라고 부러워합니다. “ 소설가 박경리

“나는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에서 그 귀중한 정신적, 정서적인 모든 요소를 내 몸에 지니고 그것을 나의 정신과 예술적 기량에 표현해 나의 평생 작품을 써 왔습니다. 구라파(유럽)에 체재하던 38년 동안 나는 한 번도 통영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가끔 파도가 칠 때도 그 파도 소리는 내게 음악으로 들렸고, 그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게 음악으로 들렸습니다.” 작곡가 윤이상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시인 백석


“바다. 특히 통영(내 고향) 앞바다- 한려수도로 트인 그 바다는 내 시의 뉘앙스가 되고 있다고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그 뉘앙스는 내 시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든 그 바닥에 깔린 표정이 되고 있다. 나는 그렇게 혼자서 스스로 생각한다.” 시인 김춘수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더욱이 한산섬을 중심으로 하여 한려수도 일대의 충무공 대소 전첩 기를 이제 새삼스럽게 내가 기록해야 할만치 문헌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미국도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감할 때 특별히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를 다시 잊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시인 정지용


몇 년 전 우울증으로 통영의 곳곳을 누비며 다녔던 적이 있다. 그때는 무심코 병을 치료하기 위해 걸었다. 눈에 들어오는 소소한 것들 속에 많은 역사와 풍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와닿는 순간들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통영이 무한한 가치가 담겨 있음을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통영에 와 머물면서 보고 느끼고 영감을 받아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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