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하다 보니 한계를 느껴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답이라고 느꼈다. 책에서 쉴 새 없이 밑줄을 긋고 필사하고 싶은 보석 같은 문장들이 왜 이리 많은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이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문장을 쓴단 말인가?
'그대 잃은 것은 쇠사슬뿐이고 얻은 것은 세상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문장은 노동자들에 던지는 원자폭탄 같다.
'인간의 삶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규정되며 이런 상호작용은 주로 말을 통해 확립된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말과 글은 동일함을 알게 한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언어다.' 겐슈타인의 말에서 나의 언어가 나의 세계임을 알 수 있었다.
최승자 시집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
제목만 읽어도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며 시인이 된 듯한 문장이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을 뿐이며, 남들도 다 쓸 수 있는 글들을 쓰는 것을 삼갔을 따름이다."
행복한 책 읽기 김현의 글은 부끄럽고 초라한 나의 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빈약한 언어의 한계가 글쓰기의 한계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책을 통해 글의 품격이 더해지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었다.
난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하며, 활동적인 것들에 이끌려 이제까지 살았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친구들은 책상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을 때 난 운동장에서 공을 더 사랑하고, 때론 자연과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절을 보내는 게 낙이었다.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거나 고민해 본 적이 없었음을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여기까지 아무 탈 없이 왔다는 게 신기하다.
책상에 앉아 있지를 못했던 내가 요즘 책상에 몇 시간을 앉아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신기한 일이다. 글이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들 줄이야. 이런 선순환 덕에 낮에도 쓰고 밤에도 쓰고 새벽에도 쓰면서 생의 의미를 늦게나마 되찾아 다행이다 싶다. "글을 써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글을 써 인생의 사는 이유를 묻고 글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컴퓨터 화면을 한 줄 한 줄 채워나가는 동안은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이 된다. 작법도 모르고 창작 훈련 과정도 없이 글을 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썼지만 이제는 잘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다. 내가 쓴 글 중에서 빛나는 문장들이 많아 다른 누군가가 읽었을 때 감동적인 문장들이 가득하기를 조금은 기대한다. 그래야 쓸모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과 글쓰기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임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었기에 글쓰기의 책을 뒤적이며 답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바르게 쓰고 있는지, 문법은 오류가 없는지, 구성은 괜찮은지. 책을 통해 배우고 익히기를 하면서 면역 처방을 맞았다
글은 단어와 단어를 배열해서 잇는 행위다. 적절하고 알맞은 단어를 선택해 문장을 만든다. 무엇보다 '동사가 빈약하면 문장이 일률적이고 단조롭다. '표현력은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고, 또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문장들이 모호하게 흐려진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분명히 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거짓말처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혼신의 힘을 기울고 공들여 준비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행동하는 자만이 배우기 마련이다."
"나를 파괴시키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이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른 이가 아무리 장점이 많다 해도 벌을 주지만, 실수는 전부 용서한다."
니체의 말에서 나의 글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탄식 섞인 비관에서 나만의 보폭으로 글을 쓰도록 용기를 얻는다. 책에서 얻은 보석 같은 문장들이 연료가 되어 나의 글쓰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