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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운 Oct 05. 2024

4, 어머니의 유언

나는 요즘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이란 책을 읽고 있다.

어느 한 대목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입관식을 하기 위해서 영안실에 들어갔다.

깨끗한 수의를 입은 어머니께 누워 계셨다. 그런데 난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본 어머니가 아니었다. 늙고 주름진 얼굴의 형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아름답고 고운 얼굴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어니니께서 우리 모두를 바라보고 계셨다.

영안실 관계자분이 돌아가신 분 중에서 이렇게 평온한 얼굴과 고운 모습은 찾아보기 드물다며 그분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난!! 그분의 말보다 우리 엄마도 저리 아름답고 고운 젊은 청춘의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살아생전 사랑합니다. 너무 곱습니다.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영원할 줄 알았는데 비로소 깨닫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어머니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없다. 이 얼마나 불효한 자식인가?


어머니의 유언대로  화장을 했다. 화장을 하고 난 유골은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

머리, 손, 다리 어느 곳 하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모습은 믿기 힘들 만큼 처참했다. 건강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어떻게 저런 몸으로 지탱하고 유지할 수 있었을까? 분명 살아내야 한다는 인내와 의지로 버터 낸 흔적이었다.

당신의 몸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서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보였다. 어떤 말로도 표현 못할 위대함에 하염없는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여든여섯의 주인공의 어머니가 다쳐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있는 대목을 읽다가 어머니의 입안에 큰 혹이 생각났다. 음식물을 씹기만 하면 혹이 같이 씹혀서 여간 힘들어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밥을 늘 물에 말아 드셨다. 아무리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자고 설득했지만 형님들 사고의 트라우마로 병원 가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하셨다. 어머니가 의식이 없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 말없이 손으로 무엇인가를 표현을 했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딘가 불편해서 저럴까? 아니면 자식들한테 마지막 할 말이 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표시였다. 의사도 자식인 우리도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었다. 기저귀를 착용했지만 어머니는 3일 동안이나 기저귀에다 대소변을 보지 않으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의식이 없고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의지가 강한 분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소원이라며, 유언처럼 하신 말씀이 두 가지가 있었다. 당신께만약 죽게 되면 묘지를 쓰지 말고 화장해서 한적한 곳에서 뿌려달라고 했다. 남아 있는 후손들에게 성묘부담을 주기 싫다며 꼭 그렇게 하라고 했다. 무엇보다 죽어서까지 무덤에서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셨다. 저 세상에서 바람과 구름이 되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삶의 마지막 의식이 없어 병원에 가게 되면 절대로 산소호흡기에 목숨을 연명하지 말라는 말씀도 남기셨다. 궁색하게 기계에 의지해서 조금 더 살고 싶지 않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니 갈등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형제들은 모두 산소호흡기를 달자고 했지만 내가 단호하게 거부했다. 어머니도 힘들고 지켜보는 자식들도 괴롭겠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도 어머니의 의지로 결정하게 하고 싶었다.

돌아가시고 어머니께 죄송해 3년은 고통 속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고백하지만 어려운 결정이었다. 천국에서 만나면 너무나 힘든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니 어머니가 더 그립고 보고 싶어 가슴 한구석이 늘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어머니지만 수많은 추억과 향기가 문득문득 떠올라 그것이 사람을 괴롭히고 미치게 만든다, 어머니 많이 보고 싶습니다. 우리 천국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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