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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컷한상 Jan 03. 2023

피터팬이 나이 먹는 이유

피터팬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땐 피터팬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어른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죠. 그만큼 어른들은 멋있어 보였습니다. 비싼 고기도 마음대로 사 먹고 컴퓨터 같은 고가의 물건도 척척 사니까 제 눈엔 그게 너무 멋져 보였던 거죠. 그래서 어른이 되길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어떤 집에 살게 될지 궁금했던 거죠.     


하지만 어른이 된 이후론 KTX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나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겠더라고요. 어릴 때 생각했던 나의 대단한 모습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어 갔죠. 생각은 어릴 때쯤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나이는 계속 들어가니 이 이질감에 사로잡혀 기분이 썩 좋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가진다고 해서 나이라는 게 계속 머무르는 게 아닌데 말이죠.     


해마다 다른 꽃들이 핍니다. 다른 색을 가지고 다른 향을 가지죠. 그 꽃들이 계절에 따라져 무는 게 너무 속상하게 느껴집니다. 어릴 땐 이해 못 했던 꽃만을 피사체로 찍는 행위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네요.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제가 성숙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또 뿌듯한데, 몸만큼은 성숙의 단계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집니다.    

 

어른들이 마음대로 물건을 산다는 것은 고기를 마음대로 먹는다는 것은 저의 착각임을 인지하고 그 무게에 대해서 생각할 때쯤 우리의 나이는 꽤 오랜 세월 지나갔고, 몸의 기억도 서서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만큼은 원더랜드에 두고 오고 싶은 심정입니다. 세월이라는 게 버거운 어른의 심정으로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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