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러 가는 길

by 박철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사랑하는 너에게.


오늘은 아픈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써.

그동안 숱한 편지들을 주고받았지만 오늘 이 편지가 나의 마지막 편지여서 미안해.

아직 네 앞에선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지만, 나는 지금 이 편지를 가지고 이별하러 너에게 가는 길 위에 서 있어.

너를 향한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야.

아니, 오히려 반대야.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너의 목소리, 웃는 얼굴, 나를 바라보던 따뜻한 눈빛 하나하나.

너는 네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내게 주었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 참 고맙고 따뜻했어.

그 어떤 순간도 후회한 적 없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눈동자에 슬픔과 걱정이 번지기 시작했어.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이 점점 집착이 되고, 불안이 되고, 외로움이 되고, 욕심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

넌 나를 참 많이 이해해 줬지.

내 부족한 말투도, 내 불안한 미래도, 내 서툰 감정도...

그 모든 것을 감싸 안으며 웃어줬던 너에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만큼 되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어.

그리고 그게,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더 이상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이제는 너를 놓아주려 해.

차라리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

이런 선택이 얼마나 아프고 부서지는 일인지 알지만,

너를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더 따뜻한 사람 옆에 보내주고 싶어.

너는 더 좋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

지치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기꺼이 안아줄 따듯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


나는 결국 거기까지 가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이별을 말해야 하는 이 길 끝에서 너를 만나면

어떤 얼굴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 말만큼은 꼭 전하고 싶어.


"정말 많이 사랑했고, 그래서 떠나기로 했어."

눈부신 너의 앞날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진심으로 너를 웃게 해 주기를.


안녕, 나의 따뜻했던 사람.

— 너를 사랑했던, 그리고 영원히 기억할 나로부터



오빠의 마지막 편지에 답하며

사랑했던 오빠에게,


편지를 읽었어요.

한 줄 한 줄, 조심스럽게.

눈은 읽고 마음은 울었죠.

그 편지의 끝을 알면서도 자꾸 다시 읽은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오빠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오빠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요.

우리가 서로를 향해 걷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는데도

오빠와 나 사이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가 자라나고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그 거리 앞에서,

나는 계속 오빠를 붙잡으려 했지만

오빠는 천천히 나를 놓으려 했었군요.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하면서도 깊은 사랑인지 이제는 알 것 같지만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오빠의 고민과 눈물이 너무 아파요.

그리고 얼마나 오래 나를 바라보며 망설였을지를 떠올리니

나도 더는 원망할 수가 없었어요.

고마웠어요.

내 부족한 모습까지 감싸주려 했던 오빠의 진심.

때로 말없이 안아주던 그 밤들이,

우리가 함께 걷던 모든 순간이

지금도 내 마음속에 따뜻한 불빛처럼 남아 있어요.


오빠는 내게 못해준 게 많다고 했지만

나는 오빠에게 너무나 많은 걸 받았어요.

오빠의 진심, 오빠의 시간, 오빠의 청춘,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받는다는 느낌.

나도 이제는 놓아볼게요.

억지로 붙잡는 손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오빠를 보내줄게요.

하지만 언젠가, 정말 언젠가

아주 우연히 라도 서로의 길이 닿는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기를.

그땐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참 예쁘게 사랑했었고 나는 영원히 오빠를 사랑했다고.


부디 오빠의 앞날에 따뜻한 계절만이 가득하기를.

안녕히 가세요,

고마웠어요. 잠시나마 내 곁에 머물러 줘서.

—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나로부터



20대 젊은 시절 너무나 사랑했기에 이별을 선택했던 날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그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진심이 되어 내 삶에 들어올 줄이야.

너무나 아팠지만 우리는 다시 만났고 영원히 함께하기로 서약을 했죠.

지금은 더 이상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내 이름을 부르지만 여전히 내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마치 어린 강아지처럼 내 볼에 키스를 하는 아내가 이 글을 읽는 다면 아마도 내 팔을 꼬집겠죠.



가을이 아름다운 건 뜨거운 여름이 있었기 때문이요,
사랑이 아름다운 건 가슴 아픈 이별이 있었기 때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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