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나에게는 딸이 셋이다.
첫째 딸이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부모나 다 그러하겠지만 아들도 아닌 딸아이는 얌전하고 착하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들어가서 좋은 남자 만나 잘 살기를 바랐다.
주위에서 사춘기로 방황을 하고 부모의 걱정을 끼치는 아이들을 종종 보면서 나는 늘 생각했다.
“내 딸들만은 예쁘고 착하게 키워야지...”
그러나 대부분의 자식이 그렇듯이 큰 딸아이는 시작부터 나의 생각과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이가 내게 말했다.
“아빠, 나 서울에 가도 돼? “
그 당시 "슈퍼스타 K"라는 연예 지망생 선발 프로그램이 텔레비전에서 한창 유행할 때였다.
아이는 이미 인터넷으로 녹음한 노래를 보내 1차 오디션을 통과했다고 했다.
딸아이의 이런 반응에 나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남의 딸이나 그럴 줄 알았던 일이 내 딸에게 오다니.
“아빠, 난 댄스 가수가 될 거야.”
키도 반에서 가장 작고 얼굴도 나를 닮아 그닥 이쁘지 않은 아이가 무슨 댄스가수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말려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아이는 재차 물었다.
“아빠, 나 가도 돼?”
나는 무척 쿨한 척 대답했다.
“나도 딸 덕에 이효리 아빠처럼 팔자 한번 고칠지 누가 아니, 다녀와.”
며칠 후 일요일 새벽 아이는 친구 몇 명을 이끌고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떠났다.
버스에 지하철에 아마도 한 시간 반은 족히 걸렸으리라.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이렇게 첫 딸은 망치는구나.”
그날 밤 10시가 다 되어 아이는 자기와 친구들을 데리러 수원역으로 차를 끌고 오라고 통보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이야기했다.
“아빠, 나 결심했어.”
“무슨...?”
“난 댄스가수 안 하기로.”
“왜?”
“올림픽 체조 경기장 2차 예선에 수천 명이 모였는데 다들 키도 크고 예쁘고 노래며 댄스실력이 끝내주더라고, 난 알았어. 제네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걸.”
혹시나 해서 약간 기대했던 나의 역시나는 아쉽기는 했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 후로 문제는 더 심각했다.
아이는 간절히 원하던 꿈이 사라지자 마치 물에 절인 배추처럼 삶이 널브러지고 말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심지어 친구들도 안 만나고 누워만 있었다.
하루는 아이와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넌 뭐가 되고 싶니?”
“되고 싶은 거 없는데...”
“그럼, 뭘 하고 싶니?”
“여행, 그것도 세계여행.”
“그럼 나라에서 월급 받아가며 평생 세계 여행하는 거 있는데.”
“그런 게 있어? 그게 뭐야?”
“외교관, 외교관은 다른 나라에 나라를 알리는 일도 하지.”
“그럼 난 그거 할래.”
다음날부터 아이는 외교부 사이트를 뒤지고 주말에는 외교부 견학을 다니곤 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외교관이 되려면 공부를 꾀 잘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중1 때는 학교에서 시험 보면 수학 50점도 겨우 맞던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전교 1등을 거머쥐었다.
댄스 가수의 꿈을 꿀 때처럼 공부도 저 스스로 미친 듯이 했다.
그런 아이가 벌써 서른이 넘고 결혼을 한지 벌써 일 년이 넘어간다.
아이가 다음 주에 1주일간 외국으로 출장을 간단다.
이미 여러 번 다녀왔고 인정받는 전문가의 자리에 섰다.
아이는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외국을 드나드는 일을 하고 있다.
십여 년 전 아이는 별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지금, 무대 위의 별이 아닌 세상의 별이 되었다.
다른 나라를 돕고 지원하는 보람된 세상의 별.
내가 만약 그때 댄스가수를 꿈꾸는 아이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라고 했다면 아이는 지금쯤 무엇이 되었을까?
이제 곧, 둘째와 셋째도 세상으로 나간다.
부디, 남은 둘도 세상을 비추는 아름다운 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