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이제는 주인 없는 방에 앉아

by 박철

< 너의 결혼식 >



네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기에

결혼할 거면 시간 낭비, 돈 낭비, 감정 낭비 하지 말고 빨리 결혼하고

연애할 거면 때려치우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던 나의 말에


너는 말했지.


"게나 나나 이제 취직하고 1년도 안돼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해?"


"아이고, 어느 천년에 돈 모아 결혼하냐. 그냥 해. 다 살아."

"게 아니면 죽겠다 싶으면 결혼하고 아니면 말아."


근데 진짜로 바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100% 네가 나를 떠날 줄은 알았지만 진짜 떠날 줄은 몰랐다.


진짜 뒤도 안 보고 가더라.


넌 내가 너의 결혼식날 울꺼같다고 비웃었지만 난 말했지.


“웃기고 있네”

"흥, 눈물 같은 소리 하네. 내가 저 때문에 왜 울어? “


난 정말 절대 울지 안을 거니까.



너의 결혼식 날이 가까워 올수록 난 몇 번씩이나 너의 결혼식 장에 서있는 나를 상상했었지.

진짜 눈물이 나는지 안 나는지 연습해 보려고.


결코, 전혀 안나더라고.


그때 확신했지,


"난 안 운다. 백퍼"



아내도 자꾸 나한테 당신은 무조건 울 거라고 계속 약을 올리기에 난 더욱 다짐했다.


"절대, 안 운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내가 울꺼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기에


“안 울어요, 나는”



딸아이의 결혼식 날 아침에도, 결혼식장에서 딸아이가 신랑의 손을 잡고 입장할 때도 나는 속으로 웃었다.


“봐라, 난 안 울지. 내가 니들 뜻대로는 안 운다.”


많은 하객과 가족들에게 보란 듯 나는 웃었다.



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나간 며칠 후,

나는 문득 아이의 텅 빈 방 침대에 잠깐 걸터앉았다.


아이의 방에는 아직도 아이의 화장품이며 옷이며 소지품들이 그대로였다.


“언제 다 챙겨 가려나.”


아이의 침대를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처음으로 잠시 아이의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워보았다.


분유 냄새 같은 딸아이의 냄새가 났다.


다시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도 참 독한 놈이네.


딸이 시집가는데 눈물 한 방울이 없어. 사람인가?



아이가 처음 태아 났을 때 너무 못생겨서 아이를 포대기에 안고 온 간호사에게 아내는 말했다.


“어, 우리 애 아니에요.”


“맞거든요.”


우리 부부사이에 저렇게 못생긴 애가 나오다니.


“실패”


그런데 커가면서 사람이 되더라.



두 살 땐가는 갑자기 열이 펄펄 나서 응급실에 갔다.


링거를 맞아야 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링거 바늘을 머리에 꽂아야 했다.


의사가 머리에 링거바늘을 찌르자 아이는 죽겠다고 울었다.


나는 아이를 아내에게 넘기고 병원 밖으로 나와서 울었다.



네댓 살 때는 형편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장난감을 못 사줬다.

늘 이웃에서 남이 쓰던걸 줘서 받았다.


한 번은 퇴근해서 들어가니 애 얼굴에 손톱으로 긁은 상처가 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못생겼는데 상처까지.


“여보, 예 얼굴이 왜 이래?”


“옆집 헌이 얼룩말 빌려 타다가 헌이가 할퀴었어요.”


그날 이후 이 일로 몇 번을 울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멀리 가게 되면서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어줬다.

아이를 남겨두고 오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하고 오며 "엉엉" 소리 내서 실컷 울었다.

비도 안 오는데 비가 내렸다.

아무도 없어서 울기 좋았다.

그래서 막 소리 내 울었다.

바보처럼.



돌이켜 보니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 많이도 울었다.

남들이 보면 별 걸다 가지고 운다고 할까 봐 혼자만 울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남은 눈물이 없나?


아니.


아이의 결혼식에서 내가 울지 않은 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죽어라고 안 울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라.

내가 운다고 안 갈 아이인가?



아치피 작별이 이게 다가 아니지 않나.

먼 훗날 시간이 흐르고 나도 죽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진짜 작별 아닌가.



부디 나의 딸이 나의 죽음에 너무 울지 말기를.


그저 잠시만, 한 시간 정도만 울다가 너의 삶을 살기를.



근데 있지,

1년에 한 번쯤은 아빠 묘지에 들국화를 한 다발 놓아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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