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by 박철

사랑아.

바람이 분다.

4월, 봄이지만 옷깃을 여미는 차가운 바람.

삶의 긴 복도 끝에선 당신을 보니 그립고 그리웁나니.

스무 살 때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했고

마흔에는 도전과 꿈을 노래했으며

예순에는 지난 일들을 후회했고

이제는 죽음을 이야기하나니.


사랑아.

당신의 힘없는 눈빛을 보니 마음이 무너진다.

당신의 남은 날들을 꼭 움켜쥐지만

모래처럼 우수수 빠져나가니.


사랑아.

하나씩 텅 비어 가는 병상들을 보며

이제 당신의 차례가 올 것도 알았으리라.

삶이 영원 하지 않은 것 같이

죽음도 끝이 아니기에

삶을 준비하듯이 죽음도 준비하자.


사랑아.

하나님이 허락한 우리의 인연이

여기서 창문을 닫는다 하여도

당신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 줄 테니.

아주 오래가 되도록 당신의 묘비에 들국화를 놓아 드릴게

너무 외로워마세요.


사랑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여도

내가 당신의 사랑과 눈물을 기억하듯이

변하지 않을 나의 사랑도 기억하세요.


사랑아.

당신이 혼자 간다 하여도 뒤에서 내가 노래를 부를게.

내 노랫소리를 들으며 들판을 건너가세요.


사랑아.

내 유일한 사랑아.

내 숨이 멈추는 날까지 당신은 나의 유일한 사랑.

내 사랑을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께만 드릴게요.


사랑아.

내 아픈 사랑아.

이제 일어나 봄이 오는 고향 들녘에 나가

하얗게 떨어지는 벚꽃 길을 둘이서 손잡고 가자.


사랑아.

가더라도 너무 서둘러는 마세요.

내가 당신께 드릴 것이 아직 많아서

내가 당신께 선물을 다 열 수 있도록

잠시 아주 잠시라도 내게 머문다면 좋을 텐데.

잠시 내게 기대어 쉬어가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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