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지 않는 삶

by 박철

내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는 피를 나눈 가족이나 친척도 있고

형제 못지않게 가까운 친구도 있으며

가족이나 다름없이 친근한 이웃도 있다.

내게 따듯하게 대해주고 배려해 주는 선배 또는 선생님도 있고

늘 잘 따라주는 후배들도 있다.


그 관계야 어찌 되었든 간에 무척 관계가 좋을 때도 있고

때로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사이가 갑자기 좋지 않아 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하여 존재한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형제.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선배.

누군가의 후배.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친척.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상사.

누군가의 직원.

누군가의 주인.

누군가의 손님.



누군가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으면 당신은 무어라고 대답할까?


누구의 자식입니다.

누구의 부모입니다.

누구의 남편입니다.

누구의 아내입니다.

누구의 친구입니다.

누구의 친척입니다.

이곳의 손님입니다.

이곳의 주인입니다.




좋든 싫든 자신의 정체성은 자신이 아닌 남을 통하여 정의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얼마 전 아버지의 건강과 관련하여 급하게 의사와 상의할 일이 있었다.

인근 대학 병원에 전화를 걸어 전문의와 정식으로 예약을 하고 면담을 하려고 문의를 하니 예약에 한 달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

지금 당장 한시가 급한데 한 달은 너무 멀었다.

당황하던 중 문득 오래전 친하게 지내던 1년 선배 생각이 났다.

수소문을 해보니 선배는 수도권의 모 대학 병원에 교수로 근무하고 있었다.

개인 연락처가 없어서 그 병원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 대학 병원입니다.”


“***교수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

“어디시죠?”


“예, 후배예요.”


“예 그러시면 해당 과로 연결해 드릴 테니 문의해 보세요.”

...


“***과 간호사실입니다.”


“***교수님과 통화하고 싶습니다.”


“교수님과 요? 누구신데요?”


“후배예요.”


“네, 후배...”


“아, 교수님 개인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는 없고요, 성함과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면 교수님 비는 시간에 전달해 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요즈음 대학 병원 교수들이 무척 분주한 시기라는 걸 감안하면 쉽게 전화가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불과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디시죠?”


“어 철아, 형이야.”


“아, 형, 잘 지네시죠.”

거의 30여 년 만이었다.

선배와 연락이 닿은 것이.


선배는 내가 본인이 근무하는 대학 병원에 온 줄 알고 로비까지 내려왔다고 했다.

대학시절 유난히 나를 잘 챙겨주던 선배였다.

선배는 바쁜 시간 중에도 자세한 상담을 해주었고 또 도움이 필요한 일이나 걱정이 생기면 전화하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후배와 선배”


어쩌면 이 단순한 관계 하나가 아버지의 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었고 나는 마치 큰 동지를 만난 것 같은 위안을 얻었다.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위의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나 어떤 만남은 오히려 자신에게 손해가 되고 오히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관계일 때도 있다.


부모님은 늘 내게 이야기하셨다.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

자신의 의지대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사람.

둘만의 이야기를 남에게 쉽게 옮기는 사람.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만스러운 사람.

늘 남을 탓하고 비난하는 사람.

정직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사람.

잘난 척하는 사람.

상대방의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

이런 사람과는 과감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낭비하고 감정을 소비하느니 보다는 차라리 조금 외로운 게 더 유익하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면 고독을 느끼지만

혼자만의 시간, 고독을 외로움이 아닌 혼자만의 성장의 시간으로 아름답게 채워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헛된 집착은 바로 “사람”에게 집착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이든 남이든.



나이가 들수록 관계가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80이 넘으면 대부분의 친구는 사라진다.

관계의 양은 줄이고 깊이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당신에게 고민을 주거나 상처만 주는 존재라면 단호하면서도 티 나지 않게 끊어내라.

이러한 태도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늘 불행한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은 30년이 지나도 좋고

별로인 사람은 3일만 만나 봐도 별로인 거니까.

당신이 아무 짓을 안 해도 늘 당신을 좋아해 주는

그런 사람과 평생 만나라.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말은 줄이고 듣기를 많이 하며

주장은 피하고 공감을 많이 하면

스스로 향기로운 사람이 된다.

그러면 좋은 사람들은 스스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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