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최근 은하의 구조와 암흑 물질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우리들의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상상을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암흑 물질'이라는 신비로운 존재가 있습니다. 이 물질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고, 빛을 내거나 흡수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별과 가스보다 훨씬 많은 양을 차지하며, 엄청난 중력을 통해 은하 전체의 형태와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우주의 거대한 구조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 순간, 저희들이 주고받는 사랑과 정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사랑의 암흑 물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사랑과 정 역시 물질적인 형태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실재하며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든든함, 힘든 순간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가 주는 안정감은 마치 저희의 삶을 견고하게 붙잡아 주는 강력한 중력과 같습니다. 저희가 일상 속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저희의 마음속과 관계 속에 이 '사랑의 암흑 물질'이 가득 차 있기에 저희의 삶이라는 은하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확장하다 보니, 우리의 존재와 비존재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존재는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평범하고 사소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삶의 '비존재', 즉 눈에 보이는 영역 너머에 있는 영향력이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지점에서 고명재 시인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그 자체로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색. 있고 없음 사이에서 존재하는 비존재의 색이다." 시인의 말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무채색은 존재감은 없지만 배경에서 엄청 큰 일을 하고 있죠.
저희가 사라진 이후에도 저희의 비존재가 주는 영향력은 실로 거대할 것입니다. 저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우리의 사랑과 정은 가족, 지인 혹은 저희가 함께했던 공간에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싹 사라지고 내 마음이 빅뱅처럼 확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함께 쌓아온 모든 시간, 그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믿음과 배려의 마음이야말로 저희의 삶이라는 은하를 지탱하는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암흑 물질이 아닐까요. 사람들의 사랑과 정은 우주보다 더 광활하고, 암흑 물질보다 더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저희의 '사랑의 암흑 물질'이 앞으로도 서로의 삶을 굳건하게 지켜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