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예방하는 책식주

by 은도정신과

얼마 전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병을 담담하게 기록한 문장들 사이에서, 한 가지 사실이 제 마음을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치매는 우리가 기억을 잃기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적어도 20년 전부터 조용히 뇌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50대 중반인 저의 뇌에도 이미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있을지 모릅니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났을 때는 이미 늦습니다. 마치 오래된 집의 기둥이 속부터 썩어가는 것처럼, 우리는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현재의 약들은 단지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속도를 아주 조금 늦춰줄 뿐입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수많은 신경과학 연구는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해 치매 발병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아직 뇌가 건강한 젊은 시기부터 이러한 예방책을 실천한다면 치매의 공포로부터 상당히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핵심 방법들을 '책식주(冊食走)'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책, 음식, 달리기. 발음하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습니다.


책에 대하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뇌에게 복잡한 운동을 시키는 일입니다. 글자를 읽고, 문장을 이해하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때로는 그것에 반대하기도 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뇌는 거의 전 영역을 가동합니다. 후두엽, 측두엽, 전두엽 전부를요.(참고로 유튜브는 후두엽만 자극한다고 합니다) 뇌세포가 연결되고 기존의 연결망이 강화됩니다. 뇌 기능의 핵심은 뇌세포의 숫자가 아니라, 세포들 간의 연결입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뇌에 비축해 둔 예비 연료 같은 것입니다. 꾸준히 책을 읽은 사람들은 노년기 인지 기능 감퇴 속도가 32% 정도 느렸고, 치매 발병 시기가 최대 5년까지 늦춰졌다고 합니다. 5년이라니. 생각보다 긴 시간입니다.

저도 다행히 매일 책을 읽습니다.(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다행히 책을 좋아하시겠죠)


음식에 대하여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과 뇌는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신가요. 장이 불편하면 기분도 우울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가공육, 설탕 과다 음식, 튀김류 등은 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염증 물질이 혈관을 타고 뇌로 올라가면 뇌세포를 파괴하고 인지력을 떨어뜨립니다.

MIND 식단이라는 게 있습니다. 등푸른 생선, 베리류, 녹색 잎채소. 이런 음식들을 꾸준히 먹은 사람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53% 감소했습니다. 그저 적당히만 따라 해도 35%가 줄어듭니다.

저는 채식을 지향하지만 빵이나 과자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앞으로는 새우깡이나 짱구를 좀 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달리기에 대하여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유산소운동 후에 인지 평가 점수가 높아진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달릴 때 우리 몸에서는 BDNF라는 물질이 분비됩니다.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 이름은 어렵지만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뇌세포를 자라게 하고 살아있게 합니다. 특히 해마라는 기억 저장소를 실제로 키워줍니다. 또 달리기는 뇌 속의 독성 물질들을 씻어냅니다. 혈류가 빨라지면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고, 동시에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물질들이 배출됩니다. 대규모 연구 결과, 꾸준한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실천한 사람들은 인지 기능이 더 잘 보존되었으며, 치매 발병까지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합니다. 저도 두렵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 무언가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달리고, 좋은 음식을 먹고, 밤에는 책을 읽습니다. 이것이 치매를 완전히 막아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이것 들이 현저히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오늘 당장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오늘 저녁 책을 한 권 펼쳐보지 않을 이유가. 미래는 오늘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치매라는 먼 미래의 공포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을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좋은 음식을 먹고, 달리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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