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 식물에서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자리 잡다.
최근 ‘곤드레’를 이용한 ‘곤드레 나물밥’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곤드레’는 옛날 보릿고개 때 먹던 구황식물이었으나 철분과 칼슘이 많아 빈혈 예방 및 뼈 건강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로 인해 건강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쌍떡잎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곤드레’는 본래 강원도 지역의 사투리이며 정식 명칭은 ‘고려엉겅퀴’이다. ‘곤드레’는 깊은 산속 여기저기에서 제멋대로 자라는데, 바람이 불면 줄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 ‘곤드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주요 생산지는 강원도 정선, 평창, 영월로 5월 ~ 6월에 채취하는 ‘곤드레’가 가장 맛이 좋으며 잎과 줄기를 식용으로 쓴다. ‘곤드레’는 그 자체로도 영양가가 풍부하지만 밥과 함께 조리하면 더욱 깊고 진한 맛을 내며 들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풍미를 더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생 곤드레’는 잎에 상처나 벌레 먹은 자국이 없고 줄기나 잎이 시들지 않은 것이 좋은 상품이며 ‘건 곤드레’는 전체적으로 고르게 녹갈색을 띠고 있는 것이 잘 건조된 ‘곤드레’다.
'곤드레'는 삼국 시대부터 식용으로 사용됐으나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이다. 당시 사람들은 산에서 자생하는 ‘곤드레’를 채취하여 다양한 요리에 활용했는데 특히 농사철에 농부들이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고려시대의 문헌은 물론 조선 시대 '동의보감'에서도 간 건강과 혈액 순환을 돕는 약재로 언급됐다. ‘곤드레 나물밥’은 가난한 농부들이 산에서 채취한 ‘곤드레’ 나물과 함께 밥을 지어먹던 농촌의 식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한 음식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곤드레 나물밥'이 더욱 대중화되었다고 각종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궁중 요리에서도 ‘곤드레’가 사용되면서 곤드레의 영양가와 맛을 인정받아 단순한 농민의 음식이 아닌 귀족과 왕실의 밥상에까지 올라가는 특별한 음식으로 인정받았다. 이처럼 ‘곤드레 나물밥’의 유래를 보면 한국의 식문화와 삶을 엿볼 수 있다.
‘곤드레 나물밥’은 쌀 위에 ‘곤드레’ 나물을 얹어 밥을 지은 뒤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조리 방법이 다르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곤드레’를 삶은 후 쌀에 얹어 밥을 한 후, 양념장과 비벼 먹는 방식이나 경상도에서는 ‘곤드레’를 볶거나 조림으로 만들어 밥과 함께 먹는 경우처럼 각 지역의 식문화와 식습관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다르다. 또한 ‘곤드레’는 그 자체로도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밥, 죽, 만두, 국, 탕, 찌개, 생 곤드레 무침, 전, 튀김, 김치, 장아찌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곤드레 나물밥’을 짓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곤드레’ 나물과 쌀 불리 기다.
‘곤드레’ 나물은 미지근한 물에 1시간쯤 불린 뒤 적당량의 물을 넣고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삶은 뒤 물기를 꼭 짠다. 그리고 쌀은 깨끗하게 씻어서 20분 정도 불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삶은 '곤드레'나물은 국간장과 들기름을 넣어 무쳐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양념장은 양조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마늘, 통깨와 대파를 잘게 썬 것을 섞으면 되는데 계절에 따라 달래나 냉이를 다져 넣어 만들면 더 맛있다. 만든 양념장을 밥과 고루 섞어서 먹으면 된다.
‘곤드레 나물밥’은 과거에 주로 농가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기,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로도 등장했다. ‘곤드레’에는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면역력 강화와 소화에 도움을 주는 건강상의 이점 덕분에 다이어트 식단이나 웰빙 음식으로도 자리 잡으며 전통적인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곤드레 나물밥’이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닌 우리나라의 전통과 건강을 아우르는 음식으로 발전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 음식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집에는 1년 먹을 만큼의 '곤드레 나물'이 냉동고 한 칸을 꽉 채우고 있다. 고향이 강원도 정선인 나뿐만 아니라 아들도 '곤드레 나물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년 봄이면 친정엄마는 '곤드레'나물을 삶아서 한 번 먹을 양을 일일이 소분해 보내 주신다. 바쁜 아침 시간이나 반찬이 없을 때 곤드레와 쇠고기만 있으면 20분 이면 한 끼 식사가 만들어진다. 쇠고기가 없으면 굴이나 버섯 등을 대신 넣어도 맛있다. 맛있게 먹기만 하던 '곤드레 나물밥'의 역사가 갑자기 궁금해져 글을 쓴다.*
배경사진 출처(광고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