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알아보는 내 그림에 대한 이야기
제 그림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은 최근 제가 '우주(cosmos)'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그림을 여러 점 그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우주'라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한다면, space, universe, cosmos 세 가지 정도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중 cosmos는 단순한 물리적 시공간으로서의 우주에 더해 우주의 법칙, 질서와 같은 개념이 포함된 단어입니다. 여러 책들을 읽다보니 결국 우주(cosmos)에 관한 이야기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 우주(cosmos)에 대해서 그림을 통해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언어와 시간, 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관과 정말 잘 맞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엔 정말 온몸에 소름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점과 제가 우주(cosmos)라는 제목의 그림에 담고 싶은 것들 사이의 공통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보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영화 속 대사는 영문으로 표기하겠습니다.
영화에는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holds a people together.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nflict."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피어 워프 가설'이라고 불리는 언어학 가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언어라는 것은 그것이 대변하는 개념의 일부분으로써 각 개인이 공유하는 하나의 약속이며, 동일한 단어도 사람에 따라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지닐 수 있고,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세계, 세상을 보는 방식,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격하게 공감하는 대사와 가설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에서는 외계 생명체의 '미래를 아는' 인지 능력이 그들의 언어에서 기인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하고 싶은 대로 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편하게 살고 법 위에서 살라는 뜻이 아니라, 개개인이 지닌 직관을 믿고 마음을 따라 살아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하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 가치관 입니다.
영화에 담긴 '삶'에 대한 철학도 정말 감동적입니다.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미래의 남편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게 된다면 행동을 바꿀 거냐 묻습니다. 그에 남편은 "Maybe I'd say what I feel more often."라고 답합니다. 쿠팡플레이에서 보여준 한글 자막은 "내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겠어요."라고 번역해줬지만, 저는 '감정'이라는 단어 대신 '느낌'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감정'과 '느낌'이라는 단어에 대한 역자와 저의 개념도 다를테고, 저의 영어 실력도 그 차이에 한 몫할 겁니다.
주인공은 미래에 태어날 딸이 희귀병을 앓다가 성인이 채 되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그녀는 딸을 맞이하고, 딸 아이와 함께하는 길지 않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정해진 결말을 향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모두 죽음으로써 결말을 맺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죽음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삶이라는 그 과정을 찬란히 누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