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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거울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by 류민효

그림은 그 그림을 보는 관람자를 담아낸다.

관람자는 그림을 보며 자신의 경우에 대입해보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림을 거울이라 부르고 싶지는 않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너머 자신의 내면과 현재 상태를 보듬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니 그림은 거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선에서

교묘히 자신을 돌아보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관람자로 하여금 그림에 빠져들게 해야한다.

그것은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보는 이의 눈과 마음(느낌)을 이끄는 매력을 품는 것이다.

아마도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처럼 시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관람자가 그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뇌로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속에서 자신과의 연결 고리를 찾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떻게 첫 번째 과정을 유도하느냐가 관건이지 않을까.


그림을 보는 사람은 첫 번째 과정을 잘 유도해낸 그림 앞에서 그저 그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그린 사람의 의도와 맞건 그렇지 않건, 결국엔 그 속에서 자신을 만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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