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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뭘까-에 대한 오늘의 생각

예술이라는 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by 류민효

누군가 나에게 예술이 뭐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꽤 오랜 시간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나름 스스로가 설득되는 답변이 생기면 그때 그때 기록으로 남겨왔다. 오늘도 그런 작업을 하려고 한다.


가나아트 한남에서 진행된 이상국 선생님의 개인전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 문득 '예술이라는 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그렇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내가 평소에 하던 생각들이 느닷없이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 얽히며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래는 그 퍼즐 조각들이다.


1. 우리는 누군가가 만든 그림, 음악, 영화, 글 등을 통해 그것을 만든 사람과 연결된다. 나는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는 옛 거장들의 작품 앞에서 그 거장이 나와 같이 이 그림 앞에 서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신기한 감정을 느꼈었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손길 혹은 어떠한 흔적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은 곧 예술이라는 것에게 부여되는 희귀한 가치로 연결된다. 즉, 우리는 예술 작품이라고 불리는 것 너머에 있는 그것의 창조자(설령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거나 잘 모르더라도)를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이것이 인간 행위의 결과물임을 무의식적으로 자각한다. 만든 사람과 경험하는 사람의 연결이 되는 것이다.


2. 예술은 기능적으로 쓸모 없는 것이다. 그것은 먹는 것도 아니며, 입는 것도 아니고, 비바람과 추위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영적인 부분 혹은 감정적이라거나 감성적인 부분에서 나는 감히, 인간으로서 필수적으로 감각하고 향유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감히 ㅎㅎ.

왜냐하면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 순간 효율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낭만이라고 불리는 낭비를 즐기기도 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지만 오히려 효율을 높히는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우리는 공식대로 움직이거나 느끼지 않으며, 각자가 가진 생각과 경험, 그 속에서 형성된 가치관과 심지어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게 행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술 작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반드시 그 속에 그것을 만든 사람이 담겨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통해 인간적인 무언가를 얻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가 기계와 다르며, 심지어는 (대부분의 혹은 거의 모든)동물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추상성에 대한 이해와 향유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주장이 동물에 비해 인간이 우월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월한 인간이 동물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길 바라진 않는다. 잘 찾아보면 침팬지, 돼지, 코끼리, 심지어는 집짓기새 마저도 예술 활동을 하는 혹은 했던 경우가 있다.


위의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예술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조각나있던 퍼즐들이 느닷없이 맞추어지며 한꺼번에 정리된 생각이라 오늘 적은 글들로만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안다. 이 또한 차츰 정리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추석 연휴 잘 보내셨길 바라고, 남은 2025년도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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