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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18. 2024

생에 감사해 (김혜자)

업글할매 책방 #32

국민배우 김혜자 선생님의 두 번째 에세이인 “생에 감사해! “라는 에세이가 나왔다.

배우 김혜자가 지난 60년의 연기생활 동안 겪은 고통과 고민 그리고 기뻤던 일들에 대한 것들을 어른으로서의 깊은 성찰과 고백을 통해 ​"생에  감사해"라는 말로 이야기하고자 하셨다.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생에 감사해"는 ​구매자의 84%가 30대에서 50대의 여성분들이었다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

김혜자 님한테 연기는 단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이라고 하신다. ​그래서 이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의 경지에 가까운 연기가 나왔을 것이다. 경기 여고를 나왔고 이화여대를 나오신 엘리트 배우이시다.

무대 위에서의 인생과 엄마와 아내로서 살아온 인생에 대해 "생에 감사해"라는 책을 통해서 고백하신다.

지난 2004년에 출간했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고 ​두 번째 출간한 ”생에 감사해.. “역시 베스트셀러 1위에 또 올랐다.


배우 김혜자 님을 드라마에서 봐온 지가 꽤 오래됐다. ​그 옛날 집집마다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에 다시마 광고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음식을 만들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던지 그때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1975년에 다시다 광고를 시작하신 것 같다, ​처음 시작 광고부터 보기 시작했으니까 거의 50년이 다 돼가는데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다.

그만큼 신선하고 인상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 김혜자님답게 그 당시 광고 또한 오로지 “다시다” 광고만을 고집하셨단다. ​지금의 배우들처럼

이 선전에도 나오고 저 선전에도 나와서 헷갈리게 하지는 않으셨다. ​연기만 하는 외길 배우 인생을 살아오신 것처럼 CF 또한 외길만을 택하셨다.

그때부터 시작된 배우 김혜자 님에 대한 사랑은 영원히 식지를 않을 것이다. ​늘 우리 곁에 계시면서

오래오래 그분의 연기를 보고 싶다.


엄청난 인기와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으셨다. ​수상소감으로 김혜자 님의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진심을 담은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 일부를 낭독하셨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미래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수상소감을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역시 국민배우 국민 엄마 김혜자다.

흔히들 하는 약간 틀에 박힌 듯한 소감들 사이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 수상소감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왜 그리 눈물은 또 나는지…

41년생이라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늘 소녀 같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계시는 우리들의 국민배우 국민 엄마답게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 너무도 힘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서라도 힘을 주고 싶어 하시는 배우님의 마음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거의 50년 가까이를 내 마음속 원픽 배우로 살아오신 김혜자 배우님을 보면서 어쩜 저리도 그대로이실까 생각하면서 ​늘 놀랍고 놀라울 뿐이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는 것이다.

그저 존경스럽고 사랑스럽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도 부족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눈물겨웠던 것은 배우 김혜자 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본인 스스로는 연기밖에 모르고 산 인생이라 빵점짜리 아내에 빵점짜리 엄마였었다고 고백하시지만

남편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구구절절이 느껴져서 너무도 목이 메일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매일매일 기도하신다는 우리 배우님!

나는 아무래도 천국을 못 갈 것 같고 우리 남편은 워낙 착해서 반드시 천국에 가서 살고 있을 거니까 제발 내가 죽으면 나를 천국 문 앞까지만이라도 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신단다. 가서 남편 불러서 미안하다고 꼭 말해야 한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바다가 됐다.

어디서 이런 사랑을 볼 수 있을까…

내가 하는 기도와는 너무도 차원이 다른 기도이다. ​그저 나는 매일매일 남편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이다. ​나 없으면 자기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사람이니까 제발 내가 먼저 남편 무사히 보내고 갈 수 있게 하루만이라도 더 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죽어서라도 남편 있는 곳 가까이라도 찾아가서 남편 만나볼 생각을 왜 못했을까 괜히 우리 집 양반한테 미안해진다. ​아직은  지지고 볶으면서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자기변명을 해본다.

아무리 미워도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외롭고 쓸쓸한 이민생활에서 가장 큰 위로를 줬던 것도 바로 김혜자 님이 출연하시고 연기했던 그 수많은 드라마 들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한국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었을 때가 아니라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 비디오를 대여해 주는 가게에 가서 빌려와서 보곤 했었다.


전원일기 / 수사반장 / 사랑이 뭐길래 / 간난이 / 엄마가 뿔났다/ 모래성 /엄마의 바다 /겨울 안개 / 청담동 살아요 등등 기억조차 못 할 정도로 많은 비디오들을 빌려다 보았다.

물론 김혜자 배우님의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방영됐던 모든 비디오들은 전부 다 사랑을 받았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고 너무도 감동스럽게 본 드라마들이 다시 또 그리워진다. ​특히 20년 가까이 방영됐던 전원일기가 주던 그 고마운 감동들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전원일기를 찾아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그때 그 감동은 여전하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다고만 느꼈던 것들이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서 다시 들여다보니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인생의 온갖 희로애락이 정말로 진실되고 소중하게 표현이 돼있다.

특히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꼽으라면 김 회장 댁의 전화가 처음 놓이던 날 밤에 배우 김혜자 님이 돌아가신 친정 엄마한테 몰래 전화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덕분에 그 방송을 보고 시집간 많은 딸들이 친정엄마한테 전화하느라고 전화통이 불이 났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말 잘 안 통하고 낯선 미국 사회에서 살면서 내 나라 말로 하는 완전히 100% 이해를 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아주 오래전에 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사는 것이 힘든 이민 생활을 견디는 유일한 낙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 때문에 함부로 추억 놀이도 못한다.


지금 이민 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감정을 못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유튜브나 넥플릭스 같은 것을 보면서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방영이 되니까 우리 같은 이민 1세대들 하고는 달라도 많이 다를 것 같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작품 활동을 통해서 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셨던 김혜자 배우님은 ​매니저도 없이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오셨단다.


모든 배역에 맞는 것들을 오로지 그 배역에 맞추기 위해서 손수 옷도 장만하시고 완전히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몰입하셨다는 배우님!

김혜자 님이 출연하셨던 모든 작품들을 시간 날 때마다 전부 다 다시 보고 싶다.​ 이 책에서 나오는 드라마 하나하나에 담긴 너무나도 소중한 인생 조언들이 보물처럼 숨어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작 다운 이런 훌륭한 드라마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모든 배역을 맡을 때마다 그 대사를 100번 넘게 읽으셨다는 배우님의 열정과 노력 덕분일 것이다.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과연 우리도 모든 일에 이런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 봤을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 믿었습니다.



지금의 배우 김혜자를 만들어낸 모든 것이 다 이 안에 있는 것 같다.

그저 죽기 살기로 하면 그 뒤는 신이 책임져 주시리라고 믿는 마음…

신에 대한 대단한 믿음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리도 훌륭한 말을 하셨는지 정말로 감동스러울 뿐이다..


눈이 예쁜 여배우는 많지만
김혜자만큼 아름다운 눈은 드물다.
예뻐서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그 눈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 연민, 배려가
가득 담겨있다.
- 김정수 작가 ( 전원일기 ) -



전원일기를 쓰신 작가님답게 배우 김혜자를 제대로 표현해 주신 것 같다.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하는 신비스러움 마저 느끼게 하는 눈을 가지셨다. ​얼마나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깊었으면 이런 눈을 갖고 계실까라는 생각에 그저 신기해한다.

늘 평소에도 소외계층이라던가 이 세상의 모든 어려운 사람들한테  까지도 사랑과 관심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눈을 가지게 되셨을 것이다.

눈이 보이는 모습처럼 진실한 것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 또한 든다.



이 문구를 항상 책상 위에 있는 달력에 써 놓으신단다.

이래서 배우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여배우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면서 “갓 혜자”라는 애칭으로 불리셨나 보다.

워낙 오랜 세월 동안 유명했던 다시마 광고로 인해 ”다시마 아줌마“라고 불리기도 했다던 우리들의 영원한 배우님이 그저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서 그 불멸의 연기를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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