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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Feb 14. 2024

허술하면 좀 어때 ( 띠로리 )

업글할매 책방 # 52

역시 재미있는 책 제목과 표지에 끌려서 구매한 책이다.

작가 띠로리님은 MZ세대가 열광하는 인형 브랜드인 “띠로리소프트”의 대표이자 창작자이시란다.

띠로리 작가님은 유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코미디 조각가라고 자신을 소개하신다.


​나도 이제는 꼰대가 된 것일까?  ​코미디 조각가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그런데 천만다행인 것은

이 코미디 조각가라는 것이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띠로리 작가님이 직접 만드신 말이란다.

인형은 띠로리 작가님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그림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해서 ​자신을 스스로 조각가라고 생각하신단다.

그리고 작가님 자신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유머이기때문에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그래서 코미디와 조각가를 크로스 해서 코미디 조각가라고 자신을 소개하신다.


“코미디 조각가”

참 근사해보인다.



“허술하면 좀 어때”, 이 책은 띠로리소프트의 대표이신 띠로리 작가님의 첫 에세이다.

띠로리소프트의 인형들은 ​어딘지 엉성하고 어쩐지 짠해 보이지만 이상하게 사랑스러워서 ​출시되자마자 품절이 된단다.

“허술하면 좀 어때”

이 책 또한 띠로리소프트의 인형처럼 ​재미있지만 진지하고, 허술하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에세이란다.


허술하게 허슬 (hustle)하기



띠로리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란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가타부타 따지지 말고 무조건 시작해 보란다.

“가타부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말이다.

가타부타 따지지 말고 재미있게 계속하다 보면 ​그 재미있는 일이 가장 잘 하는 일로 바뀐단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그걸로 계속 가면 되는 것이란다.

아주아주 통쾌하고 명확한 답이다.



2020년 4월 1일은 띠로리소프트의 사업자 등록을 한 날이란다.

왜 하필 만우절?

일부러 그러던 것은 아니었는데 ​매년 만우절마다 ​“나 오늘 사업자 등록한 날이다“

”진짜게 아니게?..“같은 우스갯소리를 해야 한단다.

띠로리 작가님은 또 이렇게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다.

재미없는 진실보다는 재미있는 거짓말이 훨씬 좋다고.

참 재미있으시다.

이러니 MZ 세대가 좋아할 수밖에.




띠로리 작가님의 올해 목표가 “뽀로로 되기“였단다.

역시 뛰어난 사람의 목표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어쩜 이리도 표현이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런 재미있는 성격을 갖고 계셔서 그 이상하게 귀엽고도 안쓰러운 모습의 인형들이 탄생하나 보다.

작가님은 누구보다도 노는 것을 좋아한단다.

노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하신다.

친구들하고의 대화라던가 농담 따먹기라던가, ​산책하면서 본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 ​이상한 간판과 아름다운 자연, ​모든 것이 다 하나하나 새로운 작업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단다.

결국은 작업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잘 놀아야 한단다.



띠로리 작가님이 좀처럼 안 되는 것이 몇 개 있단다.

오른쪽 왼쪽 구분이 어려우니 당연히 길 찾기가 힘들단다.

하기사 미국에 사는 우리 지인은 그 간단한 도로에서도 ​방향 감각이 없어서 맥도날드 사인만  보고 다니더라.

작가님이 또 안 되는 것이 바로 운동화 끈 묶기란다. ​그러다 보니 귀찮아서 그냥 신발 속으로 끈을 밀어 넣곤 한단다.

우리 집 양반이 봤으면 한 마디 할텐데.

또 안 되는 것은 쓰레기봉투 규격을 도저히 가늠하지 못한단다. ​그래서 그냥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이 정도 크기라고 설명하신단다.

그러면서 살짝 덧붙이는 말씀이, 사람은 ​어딘가 못하는 부분이 있어야 인간미가 좋단다.

나 역시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보다는 ​뭔가 2% 부족한 사람이 정감도 있고,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그 대신 2%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띠로리 작가님 다운 철학이 있다.

똑똑하고 세련되기만 한 사람은 ​존경할 수는 있어도 사랑하긴 힘들단다. ​사랑은 어느 정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란다.

띠로리 작가님의 또 재미있는 말이다.

뭐 하나를 크게 존경하기보다는 ​사랑할 만한 조그만 대상들을 무수히 만들고 싶단다.

작가님의 그 귀엽고 왠지 측은해 보이는 수많은 인형 속에 파묻혀 사는 ​작가님의 인생이 참 따뜻해 보인다.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직원끼리만 먹는 “스태프밀”

그런 작업을 하고 싶으시단다.

식당에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메인 요리는 아니더라도 ​괜스레 먹고 싶은 그런 멋없는 요리란다.

“거, 뭐길래 그래? ”

“나도 한 입 먹어보자.”

관심 없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살짝 잡아당겨 ​선심 쓰는 척 한 입 떼어주면 게임오버란다.



요즘 세대의 재미있는 말이라는 것이 ​너무 함축되고, 자극적이고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을 ​띠로리 작가님도 느끼신단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얼른 먹어 치워야 하는 컵밥 같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들을 때는 어떻겠는가?

어떨 때는 딴 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다.



어릴 적에 눈이 오던 날, 띠로리 작가님은 ​눈사람을 조그맣게 만들어서 녹아 없어질까 봐 ​냉동고에 넣어둔 적이 있었단다.

그러고는 그 눈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작가님 말씀에, ​역시 작가님 다운 귀여운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띠로리스토어의 귀여운 인형들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띠로리 작가님은 무기력이 찾아오면 그냥 말없이 혼자 영화관을 찾는단다.

그저 혼자서 조용히 울기 위해서란다.

관객 중 누구도 우는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단다.

울라고 만든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까, 그 덕분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혀 이상하게 안 보인단다.

작가님처럼 밝고 재미있는 분도 ​이렇게 혼자 우는 날이 있구나.



망했어도 티만 안 나면 오케이란다.

뻔히 망할 줄을 알아도 그냥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이 됐든 지구의 멸망이 됐든

어쨌든 고~~란다.




책 마지막에 띠로리 작가님의 정말 특이한 인형들이 등장한다.

어쩜 하나같이그리도 개성 있고 귀여운지 보는내내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잠시나마 젊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함께 놀다 나온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었다.

언제 기회 있으면

띠오리 인형들  사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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