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 52
역시 재미있는 책 제목과 표지에 끌려서 구매한 책이다.
작가 띠로리님은 MZ세대가 열광하는 인형 브랜드인 “띠로리소프트”의 대표이자 창작자이시란다.
띠로리 작가님은 유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코미디 조각가라고 자신을 소개하신다.
나도 이제는 꼰대가 된 것일까? 코미디 조각가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그런데 천만다행인 것은
이 코미디 조각가라는 것이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띠로리 작가님이 직접 만드신 말이란다.
인형은 띠로리 작가님이 갖고 있는 생각이나 그림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해서 자신을 스스로 조각가라고 생각하신단다.
그리고 작가님 자신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이 유머이기때문에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그래서 코미디와 조각가를 크로스 해서 코미디 조각가라고 자신을 소개하신다.
“코미디 조각가”
참 근사해보인다.
“허술하면 좀 어때”, 이 책은 띠로리소프트의 대표이신 띠로리 작가님의 첫 에세이다.
띠로리소프트의 인형들은 어딘지 엉성하고 어쩐지 짠해 보이지만 이상하게 사랑스러워서 출시되자마자 품절이 된단다.
“허술하면 좀 어때”
이 책 또한 띠로리소프트의 인형처럼 재미있지만 진지하고, 허술하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에세이란다.
허술하게 허슬 (hustle)하기
띠로리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란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가타부타 따지지 말고 무조건 시작해 보란다.
“가타부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말이다.
가타부타 따지지 말고 재미있게 계속하다 보면 그 재미있는 일이 가장 잘 하는 일로 바뀐단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그걸로 계속 가면 되는 것이란다.
아주아주 통쾌하고 명확한 답이다.
2020년 4월 1일은 띠로리소프트의 사업자 등록을 한 날이란다.
왜 하필 만우절?
일부러 그러던 것은 아니었는데 매년 만우절마다 “나 오늘 사업자 등록한 날이다“
”진짜게 아니게?..“같은 우스갯소리를 해야 한단다.
띠로리 작가님은 또 이렇게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한다.
재미없는 진실보다는 재미있는 거짓말이 훨씬 좋다고.
참 재미있으시다.
이러니 MZ 세대가 좋아할 수밖에.
띠로리 작가님의 올해 목표가 “뽀로로 되기“였단다.
역시 뛰어난 사람의 목표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어쩜 이리도 표현이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이런 재미있는 성격을 갖고 계셔서 그 이상하게 귀엽고도 안쓰러운 모습의 인형들이 탄생하나 보다.
작가님은 누구보다도 노는 것을 좋아한단다.
노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고 하신다.
친구들하고의 대화라던가 농담 따먹기라던가, 산책하면서 본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 이상한 간판과 아름다운 자연, 모든 것이 다 하나하나 새로운 작업을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단다.
결국은 작업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잘 놀아야 한단다.
띠로리 작가님이 좀처럼 안 되는 것이 몇 개 있단다.
오른쪽 왼쪽 구분이 어려우니 당연히 길 찾기가 힘들단다.
하기사 미국에 사는 우리 지인은 그 간단한 도로에서도 방향 감각이 없어서 맥도날드 사인만 보고 다니더라.
작가님이 또 안 되는 것이 바로 운동화 끈 묶기란다. 그러다 보니 귀찮아서 그냥 신발 속으로 끈을 밀어 넣곤 한단다.
우리 집 양반이 봤으면 한 마디 할텐데.
또 안 되는 것은 쓰레기봉투 규격을 도저히 가늠하지 못한단다. 그래서 그냥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이 정도 크기라고 설명하신단다.
그러면서 살짝 덧붙이는 말씀이, 사람은 어딘가 못하는 부분이 있어야 인간미가 좋단다.
나 역시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보다는 뭔가 2% 부족한 사람이 정감도 있고,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그 대신 2%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띠로리 작가님 다운 철학이 있다.
똑똑하고 세련되기만 한 사람은 존경할 수는 있어도 사랑하긴 힘들단다. 사랑은 어느 정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란다.
띠로리 작가님의 또 재미있는 말이다.
뭐 하나를 크게 존경하기보다는 사랑할 만한 조그만 대상들을 무수히 만들고 싶단다.
작가님의 그 귀엽고 왠지 측은해 보이는 수많은 인형 속에 파묻혀 사는 작가님의 인생이 참 따뜻해 보인다.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직원끼리만 먹는 “스태프밀”
그런 작업을 하고 싶으시단다.
식당에서 자신 있게 선보이는 메인 요리는 아니더라도 괜스레 먹고 싶은 그런 멋없는 요리란다.
“거, 뭐길래 그래? ”
“나도 한 입 먹어보자.”
관심 없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살짝 잡아당겨 선심 쓰는 척 한 입 떼어주면 게임오버란다.
요즘 세대의 재미있는 말이라는 것이 너무 함축되고, 자극적이고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을 띠로리 작가님도 느끼신단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얼른 먹어 치워야 하는 컵밥 같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들을 때는 어떻겠는가?
어떨 때는 딴 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다.
어릴 적에 눈이 오던 날, 띠로리 작가님은 눈사람을 조그맣게 만들어서 녹아 없어질까 봐 냉동고에 넣어둔 적이 있었단다.
그러고는 그 눈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작가님 말씀에, 역시 작가님 다운 귀여운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띠로리스토어의 귀여운 인형들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띠로리 작가님은 무기력이 찾아오면 그냥 말없이 혼자 영화관을 찾는단다.
그저 혼자서 조용히 울기 위해서란다.
관객 중 누구도 우는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단다.
울라고 만든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까, 그 덕분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혀 이상하게 안 보인단다.
작가님처럼 밝고 재미있는 분도 이렇게 혼자 우는 날이 있구나.
망했어도 티만 안 나면 오케이란다.
뻔히 망할 줄을 알아도 그냥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이 됐든 지구의 멸망이 됐든
어쨌든 고~~란다.
책 마지막에 띠로리 작가님의 정말 특이한 인형들이 등장한다.
어쩜 하나같이그리도 개성 있고 귀여운지 보는내내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잠시나마 젊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함께 놀다 나온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었다.
언제 기회 있으면
띠오리 인형들 사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