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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Feb 16. 2024

신조어를 배우자!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업글할매답게 난 늘  《 디지털포메이션 》이라는 단어를 외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연스레 이것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까 거의 전부가 젊은 사람들의 영상을 보게 된다.


어떨 때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의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을 해서 살짝 짜증 날 때도 있는데, 이것 또한 세상이 바뀐 것에 당연히 적응을 해야 하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신조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 인스타그램을 배워보려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데

강사님이 하시는 말씀에 처음부터 멘붕이 왔다.


  “ 얼까해서 라방하란다.“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말인지 영 알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처음 접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워죽겠는데, 쓰는 말조차도 왜 이리도 어려운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얼굴 까서 라이브 방송을 하라는 말이란다.


참 요상한 말도 쓴다.


우리 때는 얼굴까라는 말은 그야말로 깡패들이나 쓰는 말인 줄 알았다. 어디 감히 남한테 얼굴까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더니 이번에는 ”공구“라는 말을 계속했다.

워낙에 연장에 관심이 많은 우리 집 양반 덕분에 나한테 ”공구“라는 것은 당연히 집에서 쓰는 연장을 뜻하는 ”공구“로만 생각한 것이다.


”공동구매“를 뜻한단다.


필요로 하는 한 가지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하여 또 다른 구매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공동구매라는 것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던 나한테는 이것 또한 여전히 이상한 존재였다.


얼까해서 라방을 하면서 공동구매를 이끌어내라는데 난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내가 원하던 인스타그램이 아니었다. 방향을 잘 못 잡은 것이다.


이래저래 낯설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나한테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편하지가 않다. 그래서 그냥 내려놓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내가 올린 글 하나가 조회 수가 10,000을 넘어간 적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글을 써서 올렸더니 어느 친절한 구독자님께서 댓글을 달아 주셨다.


“축하합니다.”

“조폭을 맞으셨군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얼른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천만다행으로 내가 알고 있는 그 무시무시한 조폭이 아니라 조회 수 폭동을 의미하는 뜻이란다. 얼마나 웃었던지. 조폭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예뻐 보이기도 처음이었다.


이런 조폭은 얼마든지 대 환영이다.


그런데 막상 환영한다고 문을 활짝 열어놓으니까 더 이상 찾아오지를 않는다. 조폭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봐야겠다.



요즈음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부자”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알바 부자”를 말한단다.


우리 때는 알부자 하면 진짜 실속 있는 부자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부자 중의 부자였다.


어쩜 이리도 말도 재미있게 만드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이다. 언어도 사회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변해간다더니 많이도 변했다.




“라떼는 말이야~~”

이 말은 참으로 여러 가지로 사람을 심란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난 처음에 이 말이 돌아다닐 때 아무것도 모른 채 하도 커피가 유행을 하니까 당연히 맛있는 카페라떼의 종류인 줄 알았다.


뒤늦게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꼬는 꼰대의 대명사로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다가 차츰 정신이 들면서 이 말이 지니는 무게에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정신 차려야겠구나. 그러지 않다가는 언제 어디서 꼰대 소리를 들으면서 무시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가 미국에서 살 때는 많은 이민자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고생했던 추억거리를 “한국에서는 말이야~~”라는 식으로 참 많이도 쓰고 살았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서는 또다시 “미국에서는 말이야~~”를 나도 모르게 쓰는 것을 보고는 나름 조심하려고 무진 애를 썼었다.


미국에서 살 때는 세대 차이를 못 느꼈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바뀐 것이었다. 이런 말도 쓰면 안 되는 것 같다.


또다시 이상한 외로움이 밀려온다.


어쨌거나 난 이 “꼰대”라는 말이 너무 싫다. 꼰대 중의 꼰대를 모시고 살아서인지 최소한 나만큼은 꼰대가 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2024년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을 “꼰대가 되지 말자!”로 정한 것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신조어 공부는 꼭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뒤에서 웃고 있을 때 왜 웃는지 정도는 알게 되지 않겠는가.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변한 세상에 적응해나가려니까 숨이 벅차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것 같아서 오늘도 열심히 신조어 사전을 들쳐보면서 눈 인사만이라도 해둔다.


팔십 대인 우리 집 양반은 티비를 보다가 가끔 한 번씩 짜증을 낸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왜 말들을 저렇게 하냐고 있는대로 신경질을 부린다. 확실히 꼰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부지런히 신조어 공부를 하다가 찾아낸 기가 막힌 단어가 있다.


“꼰대”의 반대말은 “빤대”라고 한다.


빤빤하고 빤질거린다는 뜻이란다.


이러다가 신조어의 끝은 어디까지 가려나 하는 걱정 또한 든다.


자꾸만 말이 짧아지다 보니 대화도 줄어드는 것 같다.


기성 세대든 젊은 세대이든 간에, 그저 세대를 초월해서 서로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함께 같이 해야 “가치”가 생긴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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