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7
오랜만에 반가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표지랑 유준상 배우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냥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그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유준상”
참 멋있는 배우답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도 멋짐 그 자체이다.
“나를 위해 뛴다”라는 책 제목이 너무도 울림 있게 다가온다.
배우 유준상 님은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쓰는 사람”이 되어야 했단다.대학교 1학년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그때 스승님이 해 주신 “배우는 일지를 써야 한다"라는 말씀에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지를 써왔다는 유준상 작가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나를 위해 뛴다"라는 2015년부터 써온 1,500매에 달하는 일지와 뮤지컬 <바넘:위대한 쇼맨>의 공연 일지를 엮은 것이다.
이 책에서 배우 유준상 작가님은 오늘날 자신의 일과 삶에 충실하고자 애를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하고 있다고…다시 힘을 내보자고 …그런 격려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해주신다.
배우 유준상 작가님은 “나”라는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오랜 세월 그 나무가 잘 자라기를 마음 졸이며 노력해왔단다.매일 쓰는 일지는 작가님이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더 잘 살 수 있도록 해준 자양분이었다.좋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 유준상 작가님의 그런 바람은 이미 충분히 이루신 것 같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 내가 알고 있는 작가님은 이미 충분히 넘치도록 훌륭하고 멋진 인생을 사셨다. 잘 살아오신 배우이다.
<나를 위해 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이 돼 있는데 목차를 “들어가며, 나가며”로 표기한 것이 참 멋있다. 역시 배우라서 그런 것 같다. 마치 무대에 들어가는 심정과 공연이 끝나고 나서 나올 때의 그런 멋진 감정으로 나 역시 관객이 된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보았다.
유준상 작가님이 말씀하시길 나이 듦에 대한 신비로움과 맞서란다. 역시 명배우의 말은 틀림이 없다. 나이 들어감을 숭배하자! 나이 들어감을 찬양하라!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자! 이런 식의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나이 듦에 대한 신비로움이라니 너무도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그래서인지 새삼 칠십이라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20일만 지나면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에도 갑자기 전혀 개의치를 않게 된다.나도 이제는 나이 들어가는 신비로움과 맞서게 된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 유준상 작가님이 이렇게도 멋지게 가르쳐 주신다. 무대에 올라선 배우처럼 있는 대로 폼 잡고 이 멋있는 말을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나이듦에 대한 신비로움과 맞서자! 부끄럽지 않게 나이를 맞이하기 위해 유준상 작가님 말씀처럼 오늘도 깨우치고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살자. 열정 하나만큼은 아직도 자신이 있다.비록 그 성과가 미미한 것이 여전히 해결하기 힘든 과제이지만 그래도 열정이 남아있는 한 나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은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을 것 같다.
배우 유준상 작가님은 자주 걷는단다. 마음이 복잡할 때도 걷고 날이 좋아도 걷고 촬영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생겨도 무조건 걷는단다. 걷는다는 건 나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내 생각들을 길 뒤편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표현 또한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머리가 복잡해지면 무조건 나가서 걸으라고 하나보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그에 발맞춰서 생각 또한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날아가 버린다는 말씀 역시 배우의 걷는 동작 하나하나를 연출해 내는 것 같다.
걷자!
부지런히 걷고 또 걷자!
이왕 걸을 거면 폼 잡고 생각하면서 걷고 멋지게 그 생각 또한 날려버리자.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배우 유준상 작가님의 엄청난 노력과 용기와 도전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대단하시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힘들게 삶과 마주치고 사는지 그런 모습 또한 함께 떠올려져서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오랜 세월을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면서 살아온 노인의 시선에서 바라봐서 그럴 것이다.
여기까지 달려온 배우 유준상 작가님의 세월이 그대로 묻어 있는 책이다. 그렇게 힘들게 자신을 단련시키면서 그야말로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는 법이 살면서 어쩜 이리도 섬세한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살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배우 김혜자 님의 책을 봤을 때 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극도의 몰입감, 바로 그런 것이 오늘의 작가님을 만든 것 같다.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배우 유준상 작가님이 꼭 지금의 나에게 하시는 말씀 같다. 계속 무언가를 하며 버티고 있다는 것은 지금 그 일을 너무 잘하고 있는 것이란다. 지금까지의 나는 특별한 성과도 없는 일을 무턱대고 미련하리만치 버티고만 있다.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었어도 끝까지 버틴 덕분에 이룩해 놓은 것도 많았다.
지금 역시 내가 잘하는 것 중의 하나가 버티는 것이다 보니 마냥 붙잡고만 있는데 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메시지에 힘을 얻어 이왕 여기까지 버티고 온 것 조금만 더 버티어 보자고 용기를 내어 본다.
좀 더 버티자!
잘 하고 있단다!
< 나를 위해 뛴다 >
작년 한 해 동안 작가님의 화두가 되어준 문장이 바로 책의 제목이 되었단다.
한없이 뛸 수만은 없으니까 이제 새로운 시간을 만나보려 한다는 배우 유준상 작가님! 여유로운 시간을 만나셨으면 한다. 작가님이 반평생을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독자들한테 건강하라는 메시지 또한 잊지 않고 전하신다.그러면서도 여전히작가님 자신은 또 끊임없이 탐구하고 사색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신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최고의 사람인 것 같은데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신다니 갑자기 내가 설자리가 없어진다.나 역시 말로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자고 매일같이 다짐하고 또 다짐 하지만 지나고 나면 별로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멘붕이 오기도 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이것 또한 답이 없다.
하지만 바람이 있다면 유준상 작가님이 이제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편해지셨으면 한다. 부처님 앞에서 108배를 하시는 배우 유준상 작가님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바로 이것에 있는 것 같다.
< 나를 위해 뛴다 >
참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