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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ul 06. 2024

언어의 온도 ( 이기주 )

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 언어의 온도 >의 이기주 작가님을 소개하는 글에서 “말을 아껴 글을 쓴다”라는 표현이 너무도 멋있다.

이기주 작가님이 스스로를 소개하시는 글에서, 별로 관심을 안 두는 것들에 대한 쓸모를 다해 버려젔거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쓰신다는 말씀 또한 너무 멋있었다.

이런 것들이 이기주 작가님의 섬세함과 따뜻함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난 처음에는 이기주 작가님이 남자분인 줄 알았다.

남성 작가님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문장이 너무도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이상한 생각에 인터넷에서 이기주 작가님을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남자분이 확실했다.

< 말의 품격 > , < 글의 품격 > , < 한때 소중했던 것들 > , <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 ​모두 다 가까이에서 두고 읽어봐야만 할 책들이다.

< 언어의 온도 >

이 책은 이기주 작가님이 살아오시면서 그동안 삶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중간중간에 마치 삶의 여백을 넣듯이, 글 사이사이에 간격을 띄워 생각할 여백을 넣으셨다.

기자 출신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약간 딱딱하고 매서운 분위기일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상상을 뒤엎는 너무도 섬세하고 여린 문장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상에서 무심코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그리고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담으셨단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chatgpt에서 만들었음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 언어의 온도 )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이기주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단다.

나의 온도는 몇 도쯤일까?

무심결에 내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나의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워서란다. 나의 언어의 온도라는 것에 신경을 써봐야 겠다.


뜨겁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지나치게 차거워도 안되다 보니, 역시 언어의 온도에도 중용의 미를 찾아야 하나보다.


그저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정함이 똑똑함을 이긴다”라는 말이 있듯이, 따뜻하고 다정한 말이면 달리 온도에 대해서 걱정을 안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없고, ​사랑에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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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듯함과 차가움이 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고 이기주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살다 보면 싸워야 할 대상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나”를 향해 칼끝을 겨눌 필요가 있을까?

자신과의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란다.


사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리도 오랜 세월을 하나밖에 없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살아왔는지 정말로 후회막급이다.


다른 사람들 신경쓰느라 정작 소중한 나 자신은 너무도 돌보지를 못했다.


이기주 작가님 말씀처럼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부터 갖는 것이다.


쑥스럽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칭찬을 소홀히 하지 말고, 난 참 괜찮은 사람이라면서 스스로에 대한 격려도 아끼지 말고, 비록 주름 투성이인 얼굴이지만 예쁘다고 추켜 세워주자.


이렇게 내 몸과 마음을 돌보다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다시 깨닫게 되면서, 내 안에 있는 나 자신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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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걸어봤어~~


행여 바쁜 자식한테 폐가 될까 봐, 많은 부모님들이 어쩌다 한 번 전화할 때마다 늘 하시는 말씀이다.

그냥, 걸어봤어~~


그냥 걸었다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더 무겁고, 표현의 온도는 자못 따뜻하다고 이기주 작가님은 표현하신다.

그냥 걸었다는 말속에는 “ 안 본지 오래됐구나.”“보고 싶다, 사랑한다“같은 뜻이 오롯이 녹아 있는 것이란다.

“그냥”이라는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단다.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란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 ”그냥“이라는 말을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도 써왔다.

”그냥 ~~“

이 말만 들어도 그냥 가슴이 먹먹하다.


​추억이 서려 있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음식을 이기주 작가님은, ​세련되게 말하면 솔푸드 (soul food), 정감 있게 표현하면 그리운 맛이라고 한단다.

난 세련되지 못해서인지 솔푸드보다는 그리운 맛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정감이 있어서 좋다.

어차피 정(情)에 약한 민족이니까 정감을 택하겠다.

이기주 작가님 역시 솔푸드가 있단다.

대학시절에 맛보던 칼제비와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콩국수란다.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갑자기 쓸쓸함이 다가온다.


집돌이에다가 삼식이 아저씨를 모시고 살다보니,  이런 음식에 대한 그리운 추억이 별로 많지를 않아서 서글프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는 작가님 말씀에 왜 이리도 그리움이 몰려오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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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속이면 기껏해야 벌을 받지만, ​“나”를 속이면 더 어둡고 무거운 후회라는 형벌을 받는단다.

그래서 ”솔직하기“가 참 어렵지만 시도는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이기주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우리가 딱히 정해진 길이 없는 곳을 걸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솔직함“이다.

눈치와 코치에만 연연하다 삶을 그르치는 경우가 너무도 많은 것이다.

그저 잘 모를 때는 솔직함이 답이다.

우리가 미국에서 처음 이민 생활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솔직함“덕분이었던 것 같다.

미국 사람들 앞에서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을 때 ​, 난 무조건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이럴 때 굉장히 관대해진다.

솔직함 앞에서는 뭐든지 이해해 주려고 한다.

그 대신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다가 들키면 그야말로 개무시 당한다.

세금도 아주 열심히 정직하게 냈다.

그 결과, 미국에서 번 돈을 정당한 방법으로 은행을 통해서 무사히 한국으로 가져올 수가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낸 보답이 지금의 연금생활자로 편안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

비록 지금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멀리 내다보면, 절대로 손해 볼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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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모는 늘 자식한테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주고, 자신의 꿈을 불러주고, 밖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돈을 벌어다 주고, ​그렇게 늘 줬는데도 자식이 커서 뭔가 해드리려 하면, 매번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 부모라고 이기주 작가님이 가슴 시린 말씀을 하신다.

단지 받는 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란다.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작가님은 그렇게 이해하신다.

나 역시 어쩌다 한 번 자식한테 용돈을 받을 때는 왜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이런 기분이 싫어서 죽어도 안 받겠다고 하면, 그런다고 섭섭해하길래 할 수 없이 받기는 하면서도,

이상하게 미안한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이제는 소위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나니 더 이상 밥 벌이를 못한다는 생각에서일까, ​아직은 우리 힘으로 살고 있으면서도 지레 겁이 나는 가 보다.

행여 자식들한테 민폐라도 끼치는 날이 올까 봐 ~~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

자식이 다 늙은 부모한테 용돈 갖다주는 것을 왜 그리 미안해해야 하는지~~

참 알고도 모르겠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란다.가슴에도 새겨진단다.

이기주 작가님은 남자분이면서, 어떻게  이런 섬세한 글을 쓰시는지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마음 깊숙이 꽂힌 언어는 지지 않는 꽃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지지 않는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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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 봐야겠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플푸르스트 )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마지막 페이지에 쓰여있는 이 글귀가 이렇게 가슴에 와닿으면서 너무도 고맙게 느껴진다.

가끔 한 번씩 고개를 들고 달려드는 생각이 있다.

나도 이제는 퇴물인가라는 생각에, ​서글프고 쓸쓸했었는데, ​다행히 아직도 나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오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러면 된 것이다.

우리 집 양반처럼 예쁜 꽃을 보고도 그냥 꽃인가 보다~~

멋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어제랑 별다름이 없는 늘 그 자리에 있는 하늘이라고 여기지를 않아서 그나마 희망이 있다.

그래서 난 아직은 행복하다.

더 늦기 전에, 그나마 남아있는 감정이 메마르기 전에, 부지런히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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