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노후
최근 들어 ‘추억의 하숙집’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부모님 세대가 경험했던 하숙집 문화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1인 가구 증가 시대에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으려고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SBS 뉴스 소식에 의하면 가장 큰 이유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 경제적인 이유다.
월세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물가는 가라앉을 생각을 전혀 안 하다 보니, 생활비 부담만 점점 커져가는 것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사는 것이 점점 더 힘든 상황이다.
원룸의 경우 월 최소 100만 원에 식비, 수도세, 전기세, 난방비 등이 별도로 들지만, 하숙집은 이러한 비용을 전부 다 포함하고, 게다가 하루 두 끼 식사까지 제공하면서도 한 달 50만 원 정도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하니, 최근 난방비 폭등으로 혼자 사는데도 너무 많은 생활비를 지불해야만 했던 학생과 직장인들이 다시 추억의 하숙집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다.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점점 불안한 공간이 되고 있다.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이렇게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니, 안전한 거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진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 전용 하숙집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운영을 하고 있다.
문단속도 철저히 하고 있고,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돌봐주기도 하니까 불안감이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장점에, 여성 전용인 곳은 인기가 너무 좋아 방을 아예 구할 수가 없을 정도란다.
셋째, 공동체의 따뜻함이란다.
핵심은 “함께 사는 것”이다.
하숙집은 원룸이나 오피스텔하고는 다르게,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인기가 있다.
처음에는 이런 공동체 생활을 불편하게 여겼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함께 사는 따뜻함에 스며든단다.
함께 밥을 먹고, 누군가가 아프면 약도 사다 주고, 야식 하나에도 너 나 할 것 없이 “이것 하나 드셔보실래요?”라고 권하는 따뜻하고 정감 어린 온기에, 혼자 살면서 느꼈던 외로움을 싹 날려보내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핵개인화 되어있던 젊은 세대들도 다시 “추억의 하숙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개인화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과 함께 할 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하숙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집”같은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경험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밥도 진짜 엄마가 해주는 “집밥”같단다.
그래서 나 혼자 사는 시대에서, 우리 함께 사는 시대로 변해가는 “추억의 하숙집”부활이 마냥 반가운 것이다.
한때 하숙집이라는 것은 대학생들의 전유물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집밥까지 제공이 되니, 고시생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하숙 문화가 변하고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60대 아저씨, 그리고 외국인 입주자들도 늘어나면서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들의 하숙집 입주가 매우 흥미로운 변화인 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이 무려 250만 명에 달한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숙집을 찾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단다.
기숙사보다 자유롭고, 원룸보다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문득, 최희준 가수 님의 “하숙생”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라고 시작하는, 듣기만 해도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그런 가사의 노래다.
고 최희준 가수님은 그 당시,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학생 가수로도 유명했다.
1966년에 발표한 이 곡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신성일, 김지미 주연의 영화 ”하숙생“의 주제곡이었다.
아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노래가 있었나?‘하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이 그립다.
비록 지금처럼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늘 따뜻한 정이 있었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함께 걱정해 주고, 같이 슬픔을 나누던 ”사람 냄새“나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이 ”사람 냄새“를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이 하숙집을 통해서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 아니겠는가.
그 시절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래저래 세상이 바뀌니까 여러 가지를 경험한다.
예전에는 하숙집이 비싸서 조금 형편이 넉넉한 집 자녀들이 이용하고, 조금 어려운 사람들은 작은방을 얻어 혼자 자취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재미있게도 상황이 거꾸로다.
자취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경제적인 이유로 하숙집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쨌거나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옛날의 하숙집이 다시 주목받는다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십 년 만 젊었어도, 하숙집을 해보고 싶다.
원래부터 나는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하고, 손도 꽤 큰 편이다.
반찬 하나를 만들어도 넉넉하고, 푸짐하게 퍼주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러니 내가 만약 하숙집을 했다면, 아마도 학생들한테 인기가 있었을 것 같다.
지금 칠십이 조금 넘은 나이까지 살다보니, 밥 인심처럼 좋은 것이 없더라.
아무리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정성껏 차린 밥 한 끼 앞에서는, 서운한 마음도 꼬였던 감정도 스르르 녹아내리는 걸 참 많이도 봐왔다.
하숙집이라는 것이, 단순히 밥만 주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정이 넘치고, 진짜 “집”같은 따뜻한 곳이었으면 한다.
고향을 떠나온 젊은이들이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따뜻한 밥 한 끼에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