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이 책의 표지는 마치 지폐 속 인물들이 모여서, 역사 토론회라도 여는 듯한 재미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지갑 속의 한국사》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돈속에 담긴 역사적 인물들을 소개하는 컨셉이 눈길을 끈다.
세종대왕부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신사임당까지, 우리가 화폐에서 자주 보는 얼굴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표지에서 이들은 마치 “우리를 그냥 돈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 이야기도 들어보란고 말하는 것 같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맨 위에 각각의 돈이 살짝살짝 삐져나와 있는 연출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돈 공부를 시작하자라고 선포하는 것 같다.
게다가 역사 속 위인들이 각자 남긴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곁들여져 있어, 이들이 단순한 화폐 속 얼굴이 아니라 깊은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한국사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방법!“이라는 문구처럼,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 같다.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마다 역사 공부까지 된다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돈을 볼 때마다 새로운 시각이 생길 것 같다.
아주 쉽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지갑 속의 한국사》를 쓰신 박강리 작가님은 어린 시절부터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계셨단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 마침내 교단에 서게 된 것이다.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느껴지는 따뜻한 글 속에서 훈훈한 스승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박강리 작가님은 중국 쑤저우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교육자로서의 시간을 보내던 중, 인생의 가을이 찾아왔고, 작가님은 글을 쓰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그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그의 저서로는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기》, 《바람 좋은 날, 경복궁》이 있다.
교단에서 가르치던 손길이 이제는 책 속에서 독자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갑 속의 한국사》라는 제목이 참 재미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돈속에 한국사가 담겨있다니, 새삼 흥미로워진다.
현재 우리나라 지폐에는 네 명의 위인이 등장한다.
시대순으로 살펴보면, 세종대왕, 퇴계 이황, 신사임당, 율곡 이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한국의 과학, 철학, 예술, 정치에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지갑의 모습도 바뀌었다.
이제 현금을 사용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스마트폰 속 디지털 화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폐 속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 희미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화폐 속 위인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이 책이 더욱 반갑다.
우리는 과연 지금까지 지폐에 담긴 이야기들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돈에는 단순히 인물의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종대왕과 함께 천문 과학이, 퇴계 이황과 함께 철학이, 신사임당과 함께 예술이, 율곡 이이와 함께한 정치가 녹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지폐를 따라 한국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여행하는 새로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지폐는 단순한 돈이 아니다.
우리가 몰랐던 역사를 담고 있는 작은 지도다.
이 책과 함께 그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익숙했던 돈 한 장이 어느새 새로운 역사 여행의 출발점이 될 것 같다.
목차
세종 이도 : 하늘을 살펴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라
퇴계 이황 : 마음공부에 평생을 바치다
신사임당 : 화가 동양 신씨, 자연을 사랑한 예술가
각 지폐를 소개할 때마다
그 속에 담긴 인물의 역사와 이야기가 세밀하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을 음미하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깊이 있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천 원짜리 돈에는 조선의 대표적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님의 초상화가 담겨있다.
퇴계 이황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는 요소들이 지폐 곳곳에 녹아있다.
앞면을 살펴보면, 퇴계 이황 선생님의 뒤로 조선의 최고 국립 교육 기관이었던 성균관 명륜당이 자리 잡고 있다.
한글로 ‘천 원’이라고 쓴 글씨 뒤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다.
매화는 선비의 곧은 정신을 뜻하는 상징적인 꽃으로, 퇴계 이황 선생님이 평생 사랑했던 꽃이기도 하다.
지폐의 뒷면에는 조선 시대 유명 화가 정선이 71세에 그린 “계상정거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퇴계 이황이 머물렀던 도산서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조선 시대 대표적 풍경화다.
대한민국 오천 원 지폐는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의 초상화가 담겨 있다.
율곡 선생님의 머리에는 ‘정자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선비들이 실내에서 착용하던 모자로 학자적인 면모를 상징한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강릉의 유서 깊은 고택인 오죽헌이 역시 앞면을 장식하고 있다.
어머니 신사임당이 이율곡을 낳고 길렀던 곳으로, 집 주변에 검은 대나무라고 불리는 오죽이 많아서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뒷면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의 작품인 초충도가 그려져 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풀과 곤충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그림이다.
5만 원권은 대한민국 최고액권 지폐로, 처음으로 여성 인물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 주인공은 조선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어진 어머니로 존경받는 신사임당(申師任堂)이다.
조선 최고의 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1973년 1만 원권 지폐가 발행된 이후, 무려 36년 만에 등장한 최고액권 화폐가 바로 5만 원권이다.
그리고 이 지폐 속에 한국 화폐 사상 최초로 여성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더욱 뜻깊다.
박강리 작가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이름이 있으며, 이름을 가지면서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드러난다고 말씀하시면서 ‘신사임당’을 소개한다.
사임당(師任堂)이라는 이름은 ‘사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다.
신사임당은 이 당호(堂號)를 직접 지었는데, 여기서 ‘사임(師任)’은 ‘태임을 본받다’라는 뜻을 지닌다.
태임은 주나라의 위대한 여성으로, 계력과 혼인하여 문왕을 낳고 최초로 태교를 실천한 인물로 전해진다.
신사임당은 태임을 본보기로 삼아, 현명한 어머니가 되겠다는 다짐을 품고 율곡 이이를 길러냈다.
이러한 의미를 되새겨보면, 신사임당은 단순한 예술가를 넘어 현모양처의 상징이자, 문인과 화가로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임을 알 수 있다.
5만 원권 속 신사임당의 초상을 바라보면, 그녀의 온화하면서도 단단한 기품이 느껴진다.
이 지폐는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신사임당이라는 인물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그녀가 남긴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한국 화폐에 최초로 여성 인물이 등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첫 주인공이 신사임당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율곡의 어머니이신 신사임당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예술과 학문,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로 남아 있다.
5만 원권 속에 있는 사임당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깊은 뜻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돈을 마주할 때마다 돈의 숫자와 가장 큰 인물의 초상만 눈에 들어왔을 뿐, 그 안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았다.
단순한 화폐로만 여겼던 돈이 사실은 역사와 문화를 품은 하나의 기록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유홍준 교수님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늘 좋아하는데, 이 원칙이 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 더 깊이 배우고 이해할수록, 손에 쥔 돈의 가치가 새롭게 느껴질 것 같다.
경복궁의 첫 번째 문의 이름은 원래 ‘정문 ( 正 門 )’ 이었다고 한다. 사악한 기운은 물리치고 바른 사람과 바른 기운만 통과하라는 뜻이었다.
세종 대왕은 이 문의 이름을 다시 ‘광화문 ( 光化門 )’으로 다시 고치셨다.
‘광 (光)’은 빛처럼 환하고 밝은, 그리고 ‘어진 사람’을 나타낸다.
‘화(化)’는 그렇게 ‘변화한다’ 또는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이 두 뜻을 합쳐, ‘빛처럼 환하고 밝게, 어질게 변화하게 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어진 정치를 베풀어 백성들이 배부르고 평안하게 살아가는 나라, 나아가 모두가 어진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뜻을 두었다.
단순한 지도가가 아니라, 백성을 위한 학문과 기술을 발전시킨 성군이었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에 세종대왕께서 어좌에 앉아계신 동상은, 마치 백성을 굽어보며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르고 계신듯한 느낌을 준다.
지폐의 주인공이 아무리 바뀌어도, 세종대왕만큼은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든다.
세종대왕은 단지 한 시대의 왕이 아니라, 한국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정신 그 자체이시다.
한국 지폐에도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한국 지폐를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모든 인물이 조선 시대에 속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지폐에는 조선 시대 인물들만 등장할까?
이에 대해 서강대학교 박현도 교수님이 “보다 유튜브 채널”에 등장하셔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셨다.
“근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의를 둘러싼 의견이 워낙 분분하기 때문에, 차라리 조선 시대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라고
즉, 근대의 인물을 선택하려다 보면 역사적 평가나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논란이 적은 조선 시대 인물들을 기용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천 원권과 오천 원권에 얽힌 해프닝이 있다.
고려사를 전공하시는 서울대학교 정요근 교수님께서 한국 지폐에 얽힌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신다.
현재 천 원권에는 퇴계 이황,
오천 원권에는 율곡 이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이황이 이이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학문적으로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런 이유로, 퇴계 이황을 존경하는 영남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한국은행을 직접 찾아와 항의했다고 한다.
“우리 이황 선생님이 학문적으로도 더 뛰어나고 연세도 많은데, 왜 율곡 이이는 오천 원이고, 이황 선생님은 천 원짜리냐?
지폐 단위를 바꿔서라도 퇴계 이황 선생님을 더 높은 금액권에 넣어야 한다!”
당황한 한국은행 직원들은 난감해하던 차에, 한 직원이 기막힌 재치를 발휘해 상황을 무마했다고 한다.
“요즘 오천 원권보다 천 원권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퇴계 이황 선생님을 자주 보게 하려고 한 겁니다!”
순간 모두가 “그럴듯한 말이긴 한데…”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돌아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천 원권과 오천 원권의 위치는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되어 온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국 지폐에도 이런 유쾌한 해프닝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무심코 쓰던 지폐 한 장에도 역사와 사연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세종대왕,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신사임당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중에는 단 한 명도 없다.
어린 시절 일제강점기를 겪고, 전쟁까지 겪었던 우리 집 양반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사실 생각해 보면, 독립운동가들은 우리가 가장 존경해야 할 분들이다.
나라가 존재해야 경제도 있고, 돈도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얼굴이 지폐에 새겨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독립운동가나 혁명가들이 지폐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전쟁의 영웅인 조지 워싱턴이 1달러 지폐에 모습을 드러내고,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은 2달러 지폐에 등장을 한다.
베트남은 나라를 위해 싸운 혁명 지도자 호찌민이 지폐에 있다.
인도는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를 모든 지폐에 넣었다.
이처럼 나라의 독립과 존엄을 위해 싸운 인물들이 지폐에 자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독립운동가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지폐는 단순한 돈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상징이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존경하고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한다면, 그 정신을 우리 일상 속에서도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운동가가 지폐에 등장하는 그날을 기대하며,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역사는 기억될 때 의미가 있다.
내 생전에, 그날을 꼭 보고 싶다.
돈의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책이다.
결국 돈이란 게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가 중요하다는 걸
이 책은 알려준다.
단순히 이 사람은 위대했습니다가 아니라,
이 사람의 사상이
지금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까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러니 다음에 지폐를 꺼낼 때는
그냥 숫자만 보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역사도 한번 떠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