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산불
지난 3월 21일부터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구곡산 능선을 넘어, 3월 26일 오후에는 드디어 지리산 국립공원 내부까지 번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가 막히고, 가슴이 무너진다.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그 ‘설마’가 사람 잡았다.
왜 하필 강풍이 태풍처럼 몰아치던 날, 불을 질렀는지, 처음 불을 낸 사람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밉다.
일주일째 꺼지지 않는 이 거센 화마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얼마나 많은 자연이 잿더미로 사라졌는지, 그 참담한 현실을 과연 처음 불을 낸 사람들은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몰래 쓰레기를 태우다가 또다시 산불을 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개념이라는 말조차도 아깝다.
“왜 불법인 줄 알면서 쓰레기를 태우셨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전혀 미안해하지도 않으면서 하는 말이 참 가관이다,
그냥 다 태운단다.
전혀 잘못했다는 기색이 없다.
이런 것이 바로 문제인 것 같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무지와 무감각.
이런 사람들에게 “지리산이 어떤 산 인지 아십니까?“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산 인지 아십니까?라고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딱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다.
”소귀에 경 읽기“
지리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그 산에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그런 산이다.
누군가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산이 어디냐"라고 묻는다면, 나랑 우리 집 양반은 주저 없이 지리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리산은 단지 높은 산, 깊은 산, 아름다운 경치로만 기억되는 곳이 아니다.
그 산은 한국의 아픈 역사와, 이름도 없이 살아낸, 한 많은 민초들의 삶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꿋꿋하게 피어난 희망의 이야기들이 가득한 곳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지리산 자락을 따라 숨어 살던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고, 한국 전쟁 때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을 겨눠야 했던 이념의 비극이 산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다.
조정래 작가님의 유명한 대하소설인 ‘지리산’이 탄생한 곳이고,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 그리고 예술인들이 이 산자락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은 곳이다,
그래서 이 산은 그냥 산이 아니고, 한민족의 영혼이 깃든 ‘성지“같은 곳이다.
그런데, 그 지리산이, 그렇게 위대하고 숭고한 그 산이 지금 불타고 있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산이, 한 줌 실수로 시작된 불씨 앞에 속절없이 타들어가고 있다.
’오호, 통재라!“
이토록 통탄할 때가 또 있었을까.
그저 산 하나가 불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 불타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억이고, 역사이고, 정신인 것이다.
제발, 더 이상 타들어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저 불길이 지리산 깊숙한 곳까지 침범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멈춰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바람아, 제발 멈추어다오.
불길아, 이제 그만 멈추어다오.
우리의 지리산이 더는 울지 않도록….
지리산으로 불길이 넘어오지 않도록, 산림당국과 진화대원들이 그토록 애쓰며 방어선을 구축했건만 결국 오후에 갑작스레 불어닥친 남서풍이 모든 걸 뒤엎고 말았다.
바람을 타고 불씨가 날아다니는 ‘비산화’현상이 발생하면서, 끝내 방어선이 뚫렸다는 안타까운 발표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 과연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던가.
지리산의 거친 산세 속, 그 뜨거운 현장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쉬지도 못한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과 싸우는 분들의 헌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지리산은 산세가 워낙 험하고 가파르기에, 전문 진화요원이 아니고서는 진입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도 모른채 집에서 펀히 앉아, “왜 대처가 느리냐”. “왜 인력을 좀 더 동원하지 않느냐"라는 말만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지리산뿐만이 아니라, 산불이 시작된 이후, 마음이 무거워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
행여라도 좋은 소식이 전해질까 봐, 자다가도 눈만 뜨면 뉴스를 틀어보지만, tv는 감감무소식이다.
할 수 없이 유튜브로 지나간 방송만 계속해서 보고 또 본다.
그러다가 행여 속보라도 뜰까 봐서…
사람 키만큼이나 쌓인 낙엽 속에 스며든 불씨는, 아무리 물을 뿌려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산불 진화가 더욱 어렵다고 한다.
겉보기엔 잔잔해 보여도, 낙엽 밑바닥에서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어릴 적 외우며 다녔던 한 문장이 떠올랐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그땐 단순한 안전 구호쯤으로만 여겼지만, 지금 이 말이 이렇게 깊고 무서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겉으로는 꺼진 듯 보여도, 속에서는 언제든 다시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불, 그 조심성과 경계심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금 실감한다.
불길은 때때로 마치 화산이 분출되는 것처럼 치솟는다.
붉은 혀를 내두르며 산 전체를 집어삼킬 듯 타오르는 그 모습은, 화면 너머로 보기만 해도 두려움과 무력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하물며, 그 뜨거운 현장에서 직접 불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릿해진다.
그들이 감당해야 할 공포와 피로, 그 절박한 사투를 떠올리면 그저 고개 숙여 감사할 수밖에 없다.
오늘 비 소식이 있어서 제발 불길이 잡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지만, 하늘도 무심하셔서 이렇다 할 단비 소식이 아직 없다.
기껏 내리는 비의 양이 5ml 미만으로 그야말로 분무기로 뿌리는 수준이란다.
최소 10ml는 와야 하고, 30ml가 와주면 안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 지나면 또 비 소식이 없다는 소식에 그저 땅이 꺼지라고 한숨만 내쉰다.
필요 없을 때는 지나치게 내려서 홍수가 나게 하더니, 이렇게 간절히 바라고 있을 째는 그야말로 찔끔 약 올리는 수준으로 비를 내려주시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
아무래도 하느님이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다.
우리 인간이 기후 변화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더라면, 자연을 조금만 더 아꼈더라면, 신의 영역에 함부로 발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이런 참극은 막을 수 있었을까?
사람 키높이만큼 쌓여있는 낙엽들 속에 불씨가 깊이 숨어 있어, 아무리 물을 뿌려도 쉽게 꺼지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 탓에 소방대원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끼니마저 거른 채 밤낮으로 진화 작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시뻘겋게 솟구치는 불기둥을 코앞에 두고, 수북이 쌓인 낙엽들을 삽으로 퍼내며 그 속에 숨어있는 불씨를 향해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는 소방대원의 모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은, 저 불길 앞에서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는 분들의 숭고한 정신 위에 세워져 있다.
부디 하루빨리 불길이 잡혀서, 이분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소방관들이 입고 올라가는 방화복과 장비 무게만도 무려 27kg란다.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숨 막히는 연기와 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그들은 지금 이 순간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헌신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우리의 소중한 소방관들은,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화마와 싸우느라고,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쉬지도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상태다.
제대로 누울 공간 하나 마련되지 않은 현장에서, 그들은 잠시 틈이 날 때마다 소방차 그늘 아래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그대로 몸을 뉘인다.
누워 있는 자리가 흙바닥인지, 건초 위인지 가릴 겨를도 없이 지친 몸을 잠시나마 뉘어서 쉬고있는 그들의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그 피곤에 찌든 얼굴들로 장비도 벗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은 모습에서 얼마나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진정한 영웅이다.
그래도 아직, 대한민국에는 따듯한 정이 살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불길과 싸우고 있는 소방관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산불이 발생한 경북 영덕의 한 휴게소에서는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무료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고, 근처에서 펜션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언제든지 편히 와서 쉬다 가라며 기꺼이 숙소를 내어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선결제’라는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문화도 등장했다.
편의점에도 미리 선결제를 해두었으니, 언제든지 마음 놓고 드시라고 한단다.
매번 큰일이 벌어질 때마다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고, 지친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찾아든다.
당신들의 따뜻한 나눔과 배려, 그 모두가 지금 이 순간, 가장 빛나는 영웅이다.
자그마치 7일째, 사상 초유의 거대한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산청과 하동지역에서 무려 941가구, 1천여 명의 주민들이 대피소 21곳으로 대피소 21곳으로 긴급히 몸을 피했다고 한다.
7군데서 마치 도깨비처럼 여기저기서 불이 났다고 해서, 이번 산불을 주민들이 ‘도깨비불’이라고 부른단다.
강한 돌풍에 불씨가 엉뚱한 곳으로 가서는, 또 그곳에 불을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혼이 빠질 정도로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7군데서나 발생한 산불 가운데서 2군데만 진화가 되고, 5군데는 아직도 진화 중이란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6명, 부상자도 30명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이 숫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대체로 고령자가 많은 마을이다 보니, 돌아가신 분들 중에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았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피난을 도와줄 이조차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피하지 못한 채, 그 무서운 불길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셨다.
뉴스만 듣고 있어도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할까.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는 문화재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 년을 버텨온 고찰이, 그 오랜 세월을 이겨낸 역사의 숨결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철학, 신앙이 녹아있는 그런 귀한 보물이 인간의 실수로 사라졌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허무하다.
이런 참극 앞에 서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건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설마 불이 날까?” 하는 방심,
“나는 아니겠지” 하는 무관심,
그리고 기본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무개념들이 쌓여, 결국 이런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모든 산에 대해, 우리가 함께 돌봐야 할 자연이라는 의식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소중한 산들이, 이런 식으로 무개념인 사람들의 실수로 인해서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아무 감정이 없다면, 그건 너무도 슬픈 일일 것이다.
불길은 언젠가는 꺼질 것이다.
그러나 잿더미가 된 집들과 산천,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는, 결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참혹한 상황을 오래도록 깊이 기억하는 것이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