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말고 더킷 리스트! 행복한 노년!

업글할매의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앞으로 남은 내 인생, 어떻게 해야 후회가 없을까?”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더킷 리스트’란다.


흔히 말하는 ‘버킷 리스트‘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영국 작가 수지 홉킨스의 책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버킷 리스트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모은 목록이라면, 더킷 리스트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들, 앞으로 피하고 싶은 경험들을 정리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줄이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중심에 두는 삶을 그려보는 것이다.


여기에도 내가 좋아하는 ’소확행‘의 철학이 작용을 한다.


그래서 만들어 봤다.

무엇이 나를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줄 것인지…

어떻게 해야 좀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지…




업글할매 더킷 리스트
1: 남편 잔소리 피하기
2: 남편 눈치 안 보기
3: 남편 리모컨 찾아오기
4: 남편 비위 덜 맞추기
5: 남편 떠받들지 말기
6: 남편 치켜세우지 말기
7: 남편 무시해 보기




한때 내 소망 목록 1순위는 너무나 흔한 ‘유럽 여행’이었다.


평생 집 안을 벗어나기 싫어하는 집돌이 남편과 살다 보니, 살아생전에 제대로 여행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차피 이루지 못할 꿈이라면, 현실에 맞게 살자고….


그래서 만든 나의 새로운 버킷 리스트 1번이 바로 “꼰대가 되지 말자!”였다.


가끔 내 블로그 글에 아주 따뜻한 댓글이 올라온다.

‘진짜 할매 맞아요?”


이런 댓글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꼰대 탈출에 성공한 것 같아서 ~~


이제는 버킷 리스트를 거의 작성하지 않는다.


우리 집 삼식이 아저씨랑 함께 가는 이번 생에서는, 도저히 이룰 수가 없는 것들이기에, 그냥 오늘 하루에 집중하며 묵묵히 살아가기로 했다,


이제는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줄이는, “더킷 리스트”같은 삶을 한 번쯤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당찬 희망을 품어본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1: 남편 잔소리 피하기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시작된 남편의 첫 잔소리가 아마도 ’쪽파 사건‘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나름대로 집안일 제법 한다는 소리도 듣고 살았고, 주변에서도 꽤 잘한다고 인정받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완벽주의에 결벽증까지 장착한 우리 집 양반 앞에서는, 그 실력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날도 평소처럼 쪽파를 다듬으면서 흰 뿌리 부분을 잘라내는데. 뿌리만 정확히 잘라내지를 못하고, 살짝 흰 부분이 같이 잘려 나간 것이 몇 개 있었다.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던 남편 눈에 딱 걸린 것이다.


하나하나 내 눈앞에 들이대면서, 어떻게 여자가 살림을 이렇게 하느냐, 아까운 걸 모르냐…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과를 깎을 때 껍질에 살이 조금 붙어 나갔는데, 그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무슨 사과 깎는 달인도 아니고, 그 정도면 괜찮은 편인데도, 이 고약한 양반 눈에는 성이 안 찼던 것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래도 시집을 잘 못 왔나 보다.”

”큰일 났다.“


혼자서 있는 궁상, 없는 궁상 다 부려보다가, 그냥 하느님께 기도하기로 했다.


“제발 남편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낼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남편의 잔소리가 음악 소리로 들릴 수 있는 그런 기적을 만들어 주세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말 어느 날 거짓말처럼, 남편의 잔소리가 음악소리로 들리면서 다른 한 귀로 흘러 나가는 기적을 만났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팔십이 훨씬 넘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잔소리는 맥을 이어오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는 아무래도 기운이 달려서인지, 잔소리가 조금 짧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잔소리 거리 찾기가 힘들어서 일 것이다.


난 잔소리가 정말 질색이다.


그래서 잔소리 안 들으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살아왔다.


원더우먼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어디서 그런 힘들이 나왔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하지만 이제 나도 칠십을 넘겼다.

더는 마음의 여유도, 인내심도 그전처럼 남아 있지 않다.


머릿속도 꽉 차서, 새로운 잔소리가 들어올 틈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남편의 잔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만큼 젊다는 뜻일까…


어쨌거나, 이제는 기운도 없고, 기도할 힘도 약해져서 최대한 남편의 잔소리로부터 도망을 가야겠다.


어디 누구 좋은 방법들 없으시려나…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2: 남편 눈치 안 보기


나이가 들면 이상하게 빨간색 옷이 예뻐 보인다.

예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강렬한 색깔이, 요즘엔 자꾸 눈에 밟힌다.


화사한 옷 예쁘게 차려입고, 나도 봄바람 실컷 맞으며 나들이 한번 해보고 싶은데, 우리 집 양반 눈치를 보느라 감히 꿈도 못 꾼다.


가끔 용기를 내서 밝은색 옷을 꺼내 입으려 하면, 어김없이 한마디 한다.


“당신 나이가 몇인데…”


그래서 속으로 외친다.

”내 나이가 어때서… “


사실 나는 루즈 같은 걸 잘 안 바른다.

입술에 뭔가 덧칠하는 게 불편해서, 늘 무색에 가까운 립글로스만 쓴다.


그래도 가끔, 안색이 어두워 보여서 살짝 색깔 있는 것을 바르기라도 하면, “당신이 무슨 연예인이냐… ”며 또 잔소리가 시작된다.


으그, 증말이다.


요즘 들어 가장 간절한 소망이 하나 있다.

남편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인터넷에서 옷 한 번 주문해 보는 것이다.


우리 집의 모든 택배는 반드시 우리 집 양반 손을 거친다.


늘 집에만 있는 삼식이 아저씨이다 보니, 택배가 오면 자연스럽게 이 사람 손을 거치게 된다.


마당에서 일할 때도 가장 먼저 만나고, 밖에다 놓고 갈 때에도 남편 눈에 제일 먼저 띈다.


나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그냥 테이블에 올려놓을 텐데, 물건이 오면 무조건 비닐에 붙어있는 택을 떼어내고, 안에 무엇이 있나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반드시 필요한, 그것도 생존에 꼭 필요한 생필품이 아닌 것이 왔을 때는 기어코 한마디를 해야 하는 양반이다.


나는 온라인에서 파는 옷이 그렇게 싼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밖에 나갈 일도 드물고, 쇼핑할 시간도 거의 없어서 몰랐는데, 우연히 본 사이트에 예쁘고 실용적이면서 싼 옷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랐다.


물론 나이 들수록, 보는 것과 입는 것의 괴리가 커져서 가급적이면 직접 보고, 만져도 보면서 사는 걸 선호하긴 한다.


그래야 실패를 안 한다.


그래도 가끔은 그냥 한번 질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언제까지나 남편 눈치 보며 살 순 없지 않은가.


이제는 나도 한 번쯤 외치고 싶다.

“택배는 나의 자유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3: 남편 리모컨 찾아오기


우리 집의 모든 리모컨은 우리 집 양반 손에 달려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몇십 년을 이어오는 묵언의 가풍인 것이다.


TV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에어컨을 켤 때도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

이 사람 컨디션에 맞추는 것이다.


마당에서 일을 안 하고 집안에 있을 때는, TV를 바로 볼 수 있는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아서, 그야말로 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에어컨을 키면 추울 수밖에…


남편하고는 다르게, 난, 삼식이 아저씨 하루 세 끼에 간식까지 챙기다 보니,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낸다.


나는,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그런데 늘 불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자연히 더울 수밖에.


당연히 남편의 컨디션에 맞출 수가 없다.


결국 사정사정해서 부엌 싱크대 있는 곳에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여기 리모컨만은 내 것인 것이다.

드디어 나한테도 나만의 리모컨이 탄생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찾아오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 인생의 리모컨은 내 것이 될 날도 올 것이다.


그때까지 살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더 챙겨야 할 듯….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4: 남편 비위 덜 맞추기


남편이 싫어하는 일을 안 하고 살다 보니, 내 영혼의 자유가 없어졌다.

이제라도 내 영혼의 자유를 찾아 떠나자!


나가는 것을 워낙 싫어하다 보니, 일하는 것 외에는 나 역시 집돌이 신세였다.


외식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탓에, 맛집 탐방이 소원이었던 나는, 그 꿈조차도 포기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감히 꿈도 못 꾼다.


너무 오랜 세월을 남편 비위를 맞추고 살다 보니, 이제는 저절로 하나의 틀로 자리 잡았다.


우리 딸내미 말마따나, 다 ‘자업자득’이다.


모두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좀 더 세게 나갔어야 했다.

좀 더 내 주장을 펼쳤어야 했다.


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과연 그렇게 했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평화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남편들이 나이 들어가면 기가 죽는다는데, 어쩌자고 우리 집 양반은 팔십이 훨씬 넘어서도 기가 죽기는커녕, 아직도 카랑카랑한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건강한 DNA 덕분일 것이다.


병원에서 건강 검진 체크를 하면 의사도 놀랄 정도로 건강한 것이다.


이런 사람을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하지만 꿈이라도 꿔본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5: 남편 떠받들지 말기


너무 떠받치다 보니 정말로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인 양, ’왕자병‘에 걸렸다.


남편을 대왕 마마처럼 떠받들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대비마마 취급받을 줄 알았는데, 남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하고, 난 여전히 무수리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남편들, 그것도 중년을 훨씬 넘어선 가장들이 아내한테 너무 쩔쩔맨다는 사실이었다.


불쌍해 보였다.

안쓰러워 보였다.


오죽하면 와이프가 곰국을 끓이면 겁이 덜컹 난다고 했을까…

이제 가면 언제 오려나~~


완전 딴 세상 이야기다.


요즘 세상에 삼식이가 웬 말이냐!

그것도 + 간식이다.


얼마나 희귀했으면 어느 방송에서, 한 개그맨이 삼식이 + 간식은, 함경도 사투리로 “쫑깐나 ** ”라고까지 했을까…


하도 재미있어서 우리 집 양반한테 그대로 들려줬다가, 그날 쫓겨나는 줄 알았다.


그냥 주제 파악하고 사는 것이 어떨 때는 더 현명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꿈은 자유라고, 오늘도 난, 여전히 내 ’영혼의 자유’를 부르짖는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6: 남편 치켜세우지 말기


팔십을 훨씬 넘긴 사람이, 그 나이에 혼자 정원에서 그 많은 일을 척척해내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가끔은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전 같으면 당연히 옆에서 거들었는데, 허리랑 무릎이 탈이 나고부터는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러다가 잔심부름할 게 있으면 도와주고, 시원한 음료수도 챙겨 나르곤 한다.


그러면서 한 번씩 남편을 있는 대로 치켜세워준다,


‘어쩜 당신은 못하는 것이 없네… “

”정말 대단해. 재주가 아까워…“


이럴 때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될 것을, 우리 집 양반, 꼭 한마디 한다.


”당신은 나 같은 사람, 아무리 눈 씻고 다녀봐도 못 찾을걸… “

”나 만난 걸 행운으로 생각하고 살아…"


내 대답은 늘 한결같다.

”맞아. 당신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어…“


“으그, 증말 ~~”이 절로 나온다.

내 속 터지는 심정을 누가 알까~~


이 아름다운 제주도에 와서 살면서, 집돌이에 삼식이 아저씨를 모시고 사는, 이 내 심정을 그 누가 알아줄까~~


앞으로는 나 중심으로 살 거다.

믿거나, 말거나…


남편 칭찬은 줄이고, 그 대신 내 칭찬 좀 하고 살자.

나도 좀 어깨 펴고 살고 싶다.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7: 남편 무시해 보기


미국에서 살 때 일이다.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어쩌자고 남편은 잔소리를 그리도 해대는지 너무도 속이 상하고, 울컥했었다.


있는 대로 잔소리를 퍼붓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신랑 등 뒤로, 들고 있던 이쑤시개를 슬쩍 던졌다.


진짜 살살 던졌다.


근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우리 집 양반이 귀신같이 낌새를 알아채고는, “지금 뭐 한 거야?”라면서 호랑이처럼 눈을 치켜뜨고 묻는데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그때부터 내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우리 남편의 이름이 “호랑이 남편님”이다.


우리 집 양반은 공군 시절에 정보과에서 일했단다.

그 당시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는데, 눈매가 좋다고 특별히 뽑혀갔단다.


보통 눈빛이 아니다.

예리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 번 찍히면 CCTV보다 더 정확하다.


볼일 보러 나갔다가 집에 들어갈 때 차고 문만 열면, 그때 차고랑 연결된 부엌문이 열리면서, 남편의 1차 정밀 스캔이 시작된다.


타이어에 어디서 박힌 지도 몰랐던 못을 정확히 찾아낸다.

휠에 살짝 긁힌 자국도 어김없이 발견한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붙어있던, 내 옷에 묻은 티끌조차도 찾아낸다.


이쯤 되면 감탄도 아니고, 그냥 포기를 하게 된다.

웬만하면 어지간히 맞춰서 살아보려고 하지만, 우리 집 양반은 진짜로 “넘사벽”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냥 건드리지 말자고…


이제부터라도 적당히 무시하면서 내 삶을 즐기고 싶은데, 되려나…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잔소리를 해대면,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바로 내 보내자.


아무리 불러대도 못 들은 척해 보자.

이것 뭐냐고 귀찮게 물어보면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해보자.


나도 한 번 살짝 눈 내리깔고, 남편을 무시해 보고 싶다.

아마도 이 사람은 뒤로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나를 위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칠십을 조금 넘긴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도 나름대로 버킷 리스트라는 것을 써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더킷 리스트라는 것도 만들어본다.


솔직히 성공할 자신은 없다.


우리 삼식이 아저씨가 변하지 않는 한,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같이 늙어가는 이 길 위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잔소리가 많든, 신경질이 많든,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하든, 그래도 결국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남편뿐이다.


으그~~증말!




작가의 이전글변화는 두렵지만, 배움은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