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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노년 주거

업글할매 책방 이야기

by 업글할매

이 책의 표지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집의 형태를 연상케 하는 육각형 윤곽선으로 시작되는 것이, 마치 이 책이 다루는 핵심 주제인 ‘노년의 주거 공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같이 느껴진다.


전체 구조는 건축 도면처럼 간결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표지 중앙의 제목은 흑백 타일처럼 구획된 칸 안에 큼직한 글씨로 배치되어 있어서, 안정감과 명확함을 준다.


타일 중 오른쪽 윗부분에는 빨간색 배경에 세 사람이 있는데, 어르신 한 분, 지팡이를 든 노인, 중년 혹은 보호자가 그려진 아이콘이 삽입되어 있다.


이는 ‘함께 살아가는 노년’, ‘가족 혹은 공동체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상징하며, 주거의 개념이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관계와 삶의 방식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책 상단에는 “건강하고 자립적인 노후를 위한 초고령 사회 공간 솔루션”이라는 부제가 빨간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주거 선택이 아닌, 전체적인 삶의 설계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한다는 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하단 붉은색 배경에는 책의 주요 메시지 중 하나인 “익숙했던 집과 도시, 점점 당신에게 불친절해질 것이다!”라는 강렬한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기존 주거 환경이 노년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장애물이 되는지를 경고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그 아래에는 저자 김경인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수상 이력과 경력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또한 우측에는 저자 본인의 사진이 따뜻하고 진중한 인상으로 배치되어 독자의 신뢰를 유도한다.


전반적으로 이 표지는 시각적으로 단순하지만 상징성이 크고, 주제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사면, 늘 표지부터 꼼꼼히 살피는 오늘도, 시작부터 감동스럽다.




김경인 작가님은 경희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공간디자인 전문가로서 1,0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학교 공간 바꾸기’와 같은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도해왔다.


저서로는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공간은 교육이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이 있다.



《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


나이 들어 어디서 살아야 할지를 묻는 이 책은 단순한 주거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진다.


저자 김경인은 20년 넘게 노인 주거 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해온 현장 전문가이다.


박사님은 우리 사회가 맞이한 초고령 시대를 배경으로, 더 이상 자식에게 기대거나 요양 시설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노년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한다.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것인가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떠날 것인가
요양 시설에 들어갈 것인가


이 각각의 선택은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후의 일상과 인간관계, 돌봄과 자존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삶의 방식이다.


김경인 작가님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한다.


70세에 공동체 마을로 이사해 새로운 친구들과 일상을 나누는 사람, 80세에도 스스로 집을 고쳐가며 혼자 사는 사람, 질병과 돌봄의 현실 속에서 요양 시설을 선택한 사람들까지.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정답 대신, 스스로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또한 작가님은 말한다.


나이 들수록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살아야 한다고.


고립되지 않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그리고 여전히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공간의 선택뿐 아니라 관계, 건강, 경제력, 돌봄 시스템까지 전방위적인 삶의 설계다.


이 책은 누구보다 따뜻하지만 냉철한 시선으로, ‘나이 들어도 나답게 살 수 있는 법’을 조용히 안내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중장년에게 권하고 싶은 지혜의 책이다.




목차
1장 : 집,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해진다
2장: 노인의 자립, 주거 공간이 좌우한다
3장: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


chatgpt&canva에서 만든 이미지
집,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해진다


우리나라도 이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라는 새로운 이름 까지 얻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혹시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가 고령화까지 빠르게 앞당긴 것은 아닐까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다 보니, 늙는 일 조차도 남보다 먼저 하고 싶었나 보다.


우리는 노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거나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관점으로 판단하고, 젊은 세대의 미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김경인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노인에 대해 무관심할까?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 자신이 아직 노인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옛날 엄마들이, 서운한 딸한테 하던 말이 있다.

“너도 시집가서 꼭 너 닮은 딸만 낳아보라고… ”


아마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딸들이 시집가서 애 낳고, 키우면서, 그때 비로소 부모 마음을 알게 되듯, 나이가 들고서야 노인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이 말에는 지나온 세월에 대한 연륜이 담겨있다.


노인은 젊음을 지나왔고, 청춘의 치기와 열정을 기억한다.


하지만 젊은이는 아직 노년의 하루를 살아보지 못했다.


그 간극은 크고, 그래서 이해는 쉽지 않다.


“노인이 하나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귀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우리가 노인을 이해하는 일은, 단지 그들을 위한 예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진심도 결국은 늙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그래서 더 간절히 다가서야 한다.


노인을 이해하는 사회야말로, 진짜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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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자립, 주거 공간이 좌우한다


노인들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삶의 흔적과 추억이 깃든 장소이자, 자립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에이징인 플레이스’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령자가 현재 살고 있는 익숙한 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일상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립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년기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낯선 곳으로 이주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단다.


칠십 대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노쇠라는 반갑지 않은 병이 찾아온 나는, 이제는 전원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나이 들수록 병원에 가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몸이 아파서 힘든 것보다도, 병원까지 가는 그 길이 너무 멀고 불편해서 더 큰일이다.


버스도 안 다니고, 택시 한 대 부르기도 쉽지 않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병원 다녀올 수 있는 대중교통이 잘되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요즘 부쩍 ‘실버타운’이라는 곳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집 양반이다.

평생을 단독주택에서만 살아온 사람이라, ‘실버타운’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머리가 아픈 눈치다.


과연 그 좁은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까…

층간 소음으로 불편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고약한 이웃 만나면 어쩌나…


아직 이사도 가기 전인데,


미리 걱정에 한숨 쉬느라고 난리도 아니다.


김경인 작가님 말씀처럼, 노인이 돼서 갑자기 주거 환경이 바뀌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안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는 말에, 나 역시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징인 플레이스’라는 말처럼, 자기가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여생을 마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고, 우리 역시 바라는 바이지만, 점점 더 고령이 되어가는 우리한테, 과연 이 외딴곳에서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버타운’은 여러 가지 시끄러운 문제들이 많아서 조금 보류하더라도, 최소한 교통은 편하고, 병원 가깝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식당들도 있는, 그런 전원주택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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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



우리는 종종 묻는다.

나이 들어 어디에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인지….


실버타운, 요양원, 은퇴자 마을…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모두 ‘노인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정말 노인만 모여 사는 도시가, 진정으로 ‘노인을 위한 도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살짝 품어본다.


안전한 건물,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 잘 보이는 간판…


물론 그런 물리적 조건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함께 살아가는 구조”라고 김경인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고립되지 않고, 세대가 분리되지 않고, 일상의 소음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사는 도시야말로 노인을 위한 진짜 도시란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인의 활력을 지키는 비결이고, 고립으로부터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는 장치이며, 치매와 우울증으로부터 삶의 품격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특히 강조를 하신다.


모두를 위한 도시는, 아무리 나이 들어도 이방인이 되지 않게 해준다.


복지시설의 문은 ‘어서 오세요’라는 말로 따뜻하게 열려야 하고, 공공공간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아이의 웃음, 청년의 발걸음, 어르신의 느긋한 걸음이 한 골목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노인을 위한 도시인 것이다.


노인을 위한 도시는, 다른 세대가 함께 사는 도시 속에 있다는 작가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나이 든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일이 아니다.


노년의 삶은 오늘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건물의 위치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얼마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을 것인가,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인 것이다.


그래서 노년의 공간은 구조적으로 안전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열려 있어야 하며, 세대가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작가님은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모든 문제를 보담을 수 있는 곳이 언제나 완성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또한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한번 ‘에이징인 플레이스’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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