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노후
지난주에 우리 집에서 열린 블로그 모임 친목회는, 나에게 또 다른 작은 설렘과 기쁨을 안겨줬다.
그 자리에서 내가 만든 ’건강 다이어트 노트‘를 있는 대로 자랑을 했다.
평소 내 주변 사람들은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 자랑할 기회조차 없었는데, 이날만큼은 같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꺼낼 수가 있었다.
놀랍게도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걸 혼자만 가지고 있어요?”라는 말에, 조금 부끄럽기도 하면서 속으로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나의 사랑하는 나만의 노트를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메인 표지에 각각의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하이퍼링크를 달았다.
이번에 만든 건강 노트는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노후를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든 것이다.
칠십이 조금 넘은 나이에 이제 와서 무슨 다이어트를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노인이 될수록 건강한 다이어트가 더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여기저기 아프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젊었을 때는 그저 날씬해 보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한 번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냥 조금씩 조금씩 늘기 시작한 것이 작년에 내 생애 처음으로 61.5kg 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기록하고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당뇨 전단계라는 말을 듣고도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살다가, 체중이 불어남과 동시에 당뇨 초기까지 간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협착증, 골다공증까지 심하게 오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바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진짜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당뇨 초기에는 5kg만 빼도 약을 안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죽기살기로 생전 처음으로 6kg 감량에 성공을 했다.
덕분에 당뇨약은 피해갈 수가 있엇다.
마음만 먹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기록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그날그날 내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했는가에 따른 기록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에 대한 차이는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다.
오늘날, 칠십 대인 내가 이런 디지털 노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디지털포메이션을 외치면서 실천해 온 덕분이다.
처음 배울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마냥 버겁기만 하던 것이, 이제는 이 어려운 키노트라는 앱을 키고, 내가 원하는 노트 속지도 만들고, 게다가 하이퍼링크라는 제법 어려운 기능까지 달아서, 나만의 멋진 노트가 탄생한 것이다.
두 번째 표지를 장식한 것은, ‘To Do List’다.
그냥 해야 할 일을 줄줄이 적어놓은 목록이 아니라, 거창하게 말하면, 업글할매의 철학이 담긴 실천 노트다.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우선순위를 나름 명확하게 나눠봤다.
Must Do ( 꼭 해야 할 일 )
이 칸은 말 그대로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 이건 해냈다!”라는 뿌듯함을 줄 수 있는 핵심 과제들이 들어간다.
should Do ( 하면 좋은 일 )
꼭은 아니지만, 하면 분명히 나에게 유익한 일이 여기에 들어간다.
Could Do ( 여유가 있으면 할 일 )
이 칸은 바쁘지 않은 날, 혹은 시간이 조금 비었을 때 꺼내보는 자리다.
“오늘 못해도 내일 하면 돼”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접근한다.
If I have time ( 시간이 남으면 해볼 일 )
이 칸은 보너스 같은 공간이다.
시간이 넉넉할 때 기분 전환으로 할 수 있는 일 들을 적어본다.
“업글할매 헬씨 플래너”
가장 많이 쓰는 공간인, 그날의 일기장 같은 것이다.
이 페이지 역시 메인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를 달았다.
다이어트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좋은 수면이라고 한다.
하루에 최소 7~8시간은 자야 한다는데, 나는 평생 4~5시간을 마음껏 자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끔 한 번씩 7시간을 자는 날도 있는데, 이런 날은 왠지 모르게 횡재한 기분마저 든다.
지금 나는 매일 수면 시간을 체크한다.
몇 시에 잠들었는지, 밤새 화장실에 몇 번 들렀는지까지 꼼꼼히 적는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적기 시작한 이후, 그 심하던 야뇨 증상이 서서히 호전된 것이다.
과연 기록의 힘이 아니었나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내가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는, 바로 하루 운동 기록이다.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탈이 난 몸에 맞춰서 간단한 운동을 하루에 적어도 3시간은 몸을 움직인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하는 가벼운 스트레칭과 간단한 근육운동, 그리고 아침 식후에 걷기를 한다.
그냥 산책하듯 걷는 것으로는 근육 형성이 어렵다기에, 30분은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걷고, 나머지 30분은 요즘 유행하는 슬로우 조깅으로 채운다.
처음엔 10분만 걸어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 시간을 거뜬히 해내는 나를 보면, 마음속에서 작은 박수가 터진다.
이 모든 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문득, 유튜브에서 자기 계발 강의를 들을 때 한 강사님이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가계부보다 중요한 것이 시계부라고…”
그래서 하루 시간표를 만들었다.
그럴싸한 스케줄은 없어도, 이 노트만 열어보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운동한 시간은 초록색으로, 글쓰기나 공부 같은 것은 밤색으로 표시를 한다.
색깔만 훑어봐도 내가 오늘 얼마나 몸을 움직였고, 또 얼마나 배움에 투자했는지 알 수가 있다.
작고 소박한 기록들, 하지만 이 기록들이 내 삶을 더 건강하게,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건강 노트에는 오늘의 감정 기록도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오늘의 감정이기에, 이것도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만들어봤다.
오늘은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조금 받아서 우울한 이모티콘 옆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이유를 간단히 적어뒀다.
이렇게 기록해두면 나중에 다시 들여다볼 때, 그때 내가 왜 그런 기분이었는지 곰곰이 돌아볼 수 있다.
그날의 날씨도 체크할 수 있도록 따로 칸을 만들었다.
하루의 감정과 날씨는 묘하게 연결될 때가 많아서, 이 두 가지를 함께 적어두면 내 마음의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식단이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간식은 어떤 걸 먹었는지를 빠짐없이 적는다.
그 아래에는 직접 찍은 음식 사진도 올린다.
솔직히 생각보다 귀찮다.
그래도 해야만 하니까, 기를 쓰고 해본다.
메모 칸도 조그맣게 따로 만들어 그날의 코멘트를 달아본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오늘의 체중과 단백질 표를 작성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들어 건강이 급격히 무너진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에 최소 60~ 75g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는데, 한 끼에 몰아서 먹는 것은 효과도 없고, 자칫하면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단다.
세 끼에 걸쳐 20~25g을 나눠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문제는 내가 얼마만큼의 단백질을 먹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기가 막힌 방법이 생겼다.
내가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 chatgpte에게 보내주면, 세상에나! 요술 방망이처럼 뚝딱 계산해 준다.
물론 100%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좌우지간 참 좋은 세상에서 산다.
건강관리를 부지런히 하면, 좀 더 수명이 늘어나려나…
건강 다이어리뿐만이 아니라, 운동, 식이요법, 수면, 건강상식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etc.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따로 준비했다.
이것 또한 하이퍼링크를 달아서 필요할 때 바로 갈 수 있도록 했다.
운동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따로 페이지를 만들어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나 하이퍼링크를 달아서 언제든지 메인 페이지에 연결할 수 있다.
식이요법에 대한 전문 지식들을 모아 보는 페이지다.
역시나 하이퍼링크를 달아서 언제든지 메인 페이지에 연결할 수 있다.
수면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공부하는 곳이다.
역시나 하이퍼링크를 달아서 언제든지 메인 페이지에 연결할 수 있다.
그 외의 건강 상식에 대한 지식들을 모아 보는 곳이다.
역시나 하이퍼링크를 달아서 언제든지 메인 페이지에 연결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노트 정리를 참 잘했다.
덕분에 생긴 좋은 습관이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은퇴 후 디지털포메이션을 외치며 가장 먼저 공부한 것도 바로 애플의 아이패드 굿노트였다.
나는 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라는 말을 유난히 사랑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허물고, 두 세계를 오가는 그 감각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인지 이 굿노트라는 앱을 처음 만났을 때. 그냥 한눈에 반해버렸다.
오랜 이민 생활을 접고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전혀 상상치도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때 찾아온 우울증 때문에 한동안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 굿노트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줬다.
몇 해 전, 오른손을 크게 다쳐서 그 좋아하던 노트 필기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던 노트 정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참 아픈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패드 속에 나타난 굿노트는 달랐다.
그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절묘하게 섞인 디지로그 노트가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아이패드를 열어 예쁜 노트 속지에 글씨를 써넣고, 앙증맞은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는 과정에서 느낀 그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전히 손글씨는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키보드로만 기록한다.
그래도 지저분한 손글씨 대신 타이핑으로 정리된 노트는 한눈에 쑥 들어올 만큼 아주 깨끗하고 단정하다.
오히려 이 방식이 내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굿노트를 만나고 나서, 나는 또 다른 세상으로 건너왔다.
아직 완벽하게 다루진 못하지만, 그 과정조차도 즐겁다.
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기록들이 하루하루 나를 살찌우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 젊은 사람들은 굿노트를 정말 어마어마하게 활용한다.
계획표, 공부 플래너, 가계부, 심지어 다이어트 일지까지, 그 사용법을 보다 보면 그 범위가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칠십 대인 나에게 굿노트의 활용은 그리 넓지 않다.
나만의 생활 리듬에 맞게 쓸 수 있는 범위가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래, 까짓것, 나만을 위한 노트를 만들자.”
처음에는 무료로 공유되는 예쁜 탬플릿들도 몇 번 써봤다.
하지만 스케줄이 거의 없는 내 일상에선 오히려 불편했다.
예쁜 표와 공간이 텅텅 비어 있는 페이지를 열어볼 때마다. 마치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쓸쓸한 내 모습”을 비추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펐다.
그래서 결심했다.
쓸데없는 것은 다 없애고, 오직 나를 위한 노트를 만들자고.
내 생활 패턴에 딱 맞춰서, 건강과 마음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텅텅 비던 공간이 이제는 작은 체크 표시와 함께 가득 찬다.
하나씩 채워가는 나의 건강 일지를 바라볼 때마다 이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디지털포메이션을 외치길 정말 잘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제법 세련되고 멋진 할머니가 되었다.
이 나이에 결코 외모로는 어디 가서 명함 한 장 내밀지를 못한다.
하지만 백발 할매가, 어디 가면 아이패드를 먼저 테이블에 올려놓고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멋지다.
이렇게만 늙어가자.
잘 늙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