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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12. 2024

좌우지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좌우지간 오래 살고 볼일이다.내가 길냥이한테 밥을 주다니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어릴 적에 몇 번 봤던 공포영화에 매번 고양이가 등장하는 바람에 아마도 그때부터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고양이만 보면 지레 겁먹고 도망가곤 했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가도 이런 고양이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어지지를 않았다.


딸애도 고양이를 키우고 며느리도 고양이를 키우는데 어쩌다 마주치면 나는 괜히 싫어서 살짝 째려보곤 했었다 .


원래 나는 강아지만 예뻐하던 사람이라서 고양이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변하지를 않았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얼마 전부터 고양이한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것도 집에서 얌전하게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갈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워 보이는 길냥이한테 이상하게 정이 가기 시작했다.정말이지 이해가 안 간다. 왜 갑자기 변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알게 모르게 외로웠던 내 처지랑 비슷해서였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늘 내가 자주 다니던 산책길에 여러 마리의 길냥이들이 있었는데 유독 한 마리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처음에는 냥이야... 하고 부르면 꼬리도 살살 흔들더니 이제는 냥이야.... 하고 부르면 내 무릎 밑에까지 와서 뱅뱅 맴돈다.


아직도 고양이에 대한 무서운 생각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는지 처음에는 나 좋다고 가까이 오는 고양이가 무서워서 살짝 뒷걸음치기도 했었다.


고양이를 오래 키워왔던 딸애한테 물어봤더니 이렇게 내 발밑을 맴도는 것은 이 고양이가 나를 아주아주 좋아한다는 일종의 신호란다. 어쨌거나 말 못 하는 고양이라도 나를 좋다고 해주니 너무너무 고맙다.


드디어 바로 앞에까지 밥을 주는데 성공했다. 어쩜 그리도 기가 막히게 밥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고는 바짝 따라다니다가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신기해서 옆에서 지켜보고 또 지켜봤다. 전혀 도망도 안간다.


얘를 위해서라도 더 자주 산책을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어본다.


좌우지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길냥이한테 밥을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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